메리츠타워 전경 |
정부가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해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을 추진하면서 메리츠금융지주의 선진 주주환원 정책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메리츠금융지주는 이미 수년 전부터 주주환원률 50%, 자사주 매입 및 소각률 100% 달성 등 앞서가는 주주환원책으로 시장의 신뢰를 제고하면서 주가를 대폭 끌어올렸기 때문이다.
메리츠금융그룹의 최고경영자(CEO)인 김용범 부회장은 지난 22일 2023년 실적 발표 후 가진 콘퍼런스콜에서 정부가 추진 중인 밸류업 프로그램은 메리츠가 기존에 실행하고 있는 방향과 궤를 같이한다고 평가했다. 김 부회장은 구체적으로 ‘본래의 사업을 똘똘하게 해서 돈을 잘 번다’, ‘자본배치를 효율적으로 한다’, ‘주주환원을 투명하고 적극적으로 한다’, ‘모든 주주의 가치를 동등하게 대한다’ 등 4가지 측면에서 밸류업 프로그램이 메리츠의 추진 방향과 같다고 설명했다.
메리츠금융은 국내에서 가장 적극적인 주주환원에 나서는 기업으로 평가받고 있다. 앞서 메리츠금융그룹은 지난 2022년 배당과 자사주 매입·소각을 통해 최소 3년간 연결기준 당기순이익의 50%를 주주에게 환원하는 내용의 ‘중기 주주환원 정책’을 발표했다.
당시 발표의 핵심은 배당이나 단순한 자사주 매입 보다는 매입 후 소각에 방점이 있었다. 메리츠금융그룹은 현재까지 자사주 취득신탁 계약을 통해 매입한 자사주는 신탁 종료 후 소각한다는 원칙을 정하고 이를 철저히 지키고 있다.
메리츠금융지주는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총 5602억원의 자사주를 매입했는데, 이렇게 매입한 자사주 전량을 소각하며 자사주 소각률 100%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신규로 3월과 9월에 각각 4000억원, 2400억원 규모의 자기주식취득 신탁계약을 체결했다. 해당 신탁은 계약 체결일로부터 1년간 자사주를 매입할 예정으로 목표 조기 달성 시 신탁 계약을 종료, 전량 소각할 계획이다.
이처럼 메리츠금융지주가 전향적인 주주환원 정책을 펼칠 수 있는 것은 대주주인 조정호 회장의 철학이 토대가 됐기 때문이다. 조 회장은 2011년 메리츠금융그룹 회장에 오른 뒤 우수한 전문 경영인에게 전권을 일임해 소유와 경영을 분리했다. 이어 2022년 11월에는 포괄적 주식 교환을 통해 지주사가 자회사인 화재와 증권의 지분 100%를 보유하는 완전자회사 체제로의 전환을 발표했다.
조 회장은 “기업을 승계할 생각이 없고, 약간의 지분 차이나 손실은 괜찮다”며 “경영효율을 높이고 그룹 전체의 파이를 키워 주주가치를 제고하는 방향으로 가보자”라고 ‘원-메리츠’ 전환 배경을 설명했다.
조 회장은 평소 국내 기업들의 승계를 보면서 대주주 자녀가 적성이나 본인 희망과 무관하게 회사를 물려받는 것은 자녀에게도, 기업의 미래에도 좋지 않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고 한다. 이같은 결정은 평소 대주주의 1주와 소액주주의 1주가 동등한 가치를 가져야 한다는 조 회장의 신념에서 비롯됐다. 대주주나 개인투자자 모두 한 주의 주식에서 같은 이득을 누려야 한다는 철학을 몸소 실천한 셈이다.
서경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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