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주 수요 대체…수입맥주는 악화일로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서 한 시민이 위스키를 고르고 있다. [연합] |
[헤럴드경제=전새날 기자] #. 직장인 임혜정(29) 씨는 최근 다녀온 일본 여행 기념품으로 위스키를 샀다. 임 씨는 “산토리 위스키 700㎖ 1병을 1만7000원 정도에 구매했다”며 “적은 양으로 하이볼을 수십 잔 만들 수 있어 가성비(가격 대비 품질)가 좋다”고 말했다.
위스키·데킬라 등 고(高)도수 주류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맥주 등 일반 주류와 경쟁이 갈수록 치열하다.
26일 관세청 수출입무역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위스키 수입량은 3만t(톤)을 넘어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스카치·버번·라이 등 위스키류 수입량은 3만586t으로 전년 대비 13.1% 증가했다.
수입액은 전년보다 2.7% 감소한 2억5967만 달러를 기록했다. 주류 업계에서는 위스키의 인기 감소가 아닌 접근성이 상대적으로 낮은 저가형 위스키 수요가 늘어난 것으로 보고 있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초반에는 프리미엄 위스키가 인기를 끌며 수입액이 늘었으나 하이볼 열풍이 대중화하면서 수입액이 소폭 감소한 것”이라며 “특히 하이볼이 뜨면서 저가 위스키 수입이 늘었다”고 분석했다.
데킬라 수입도 늘었다. 국내 데킬라 수입액은 2020년 253만1000달러에서 지난해 647만6000달러로 2배 이상 증가했다. 업계는 국내에서 데킬라 인기가 시작 단계인 만큼 추후 위스키처럼 수입량이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서울 시내 편의점에 진열된 맥주. [연합] |
고도수 주류의 인기로 타격을 받은 건 맥주다. 회식과 모임 문화, 주류 유행 변화로 맥주 반출량은 계속 감소하는 추세다. 특히 수입맥주사는 희망퇴직을 시행하는 등 악화일로다. 실제 하이네켄코리아는 최근 전체 직원의 3~4%를 감원하는 구조조정을 결정했다. 칭다오 맥주 수입사인 비어케이도 지난해 11월 희망퇴직을 받았다.
달라진 주류 선호에 맞춰 국내 주류사들도 데킬라 등 고도수 주류를 수입해 선보이고 있다. 하이트진로는 이달 데킬라 최상위 등급인 멕시코 브랜드 ‘코모스(KOMOS)’를 출시했다. 국순당은 세계적인 모델 캔달 제너가 2021년에 출시한 데킬라 브랜드 ‘818 데킬라’를 국내에 선보이고, 판매에 돌입했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편의점 주류 진열대를 보면 예전에는 100개 중 40~45개가 맥주였지만, 지금은 35개 정도로 줄었는데 그 자리를 하이볼이 채우고 있다”며 “기름진 음식이 하이볼 등 고도수 주류와 궁합이 잘 맞아 맥주를 대체하기 쉽다”고 말했다. 이어 “대중화된 소주, 맥주, 와인을 넘어 최근에는 위스키를 포함한 고도수 주류가 대중화의 길로 접어들었다”며 “이제 데킬라, 고량주, 럼주 등 다양한 증류주로 수요가 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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