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명동 하나은행 본점에서 직원들이 증시와 환율을 모니터하고 있다. [연합] |
[헤럴드경제=홍승희 기자] 수년 전 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사건에 이어 올해 항셍중국기업지수(홍콩H지수) 편입 주가연계증권(ELS) 등 투자자 손실 사태가 거듭되자 은행들이 금융투자상품에 대한 책임을 자산관리 전문직군인 프라이빗 뱅커(PB)에 집중할 거라는 전망이 힘을 받고 있다. 은행 영업점은 핵심예금·대출 예대마진에 집중하고, 자산관리에 보다 전문성을 가진 PB 직군이 금융투자에 대한 책임을 떠안는 것이다.
하지만 이 같은 흐름은 PB를 늘려 자산관리(WM) 분야를 강화하고자 하는 은행의 경영전략과 엇나간다. 은행은 비이자이익 확대를 위해 자산관리 역량을 키우고자 하는데, 막상 은행원은 투자상품 판매에 대한 규제가 강화될 조짐을 보이자 오히려 PB 직군을 기피하는 현상까지 벌어지고 있다. 실적압박 및 수익률 관리에 대한 스트레스는 많지만, PB 당사자에게 떨어지는 인센티브가 크지 않기 때문이다. 실적에 따라 연봉이 달라지는 증권사 PB와 큰 차이점이기도 하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4대 시중은행의 PB 총합 수(PB센터 집계)는 지난 2021년 말 688명에서 2022년 747명, 2023년 756명으로 증가했다. 매년 8%, 1%씩 증가세가 미미하다.
그나마도 PB 수 확대는 주요 시중은행이 WM 서비스 강화에 나서고 있기 때문인데, 대부분 본인 지원이 아닌 경력직 채용에 기댄 것으로 전해진다. 내부 영업 인력 중 인정을 받고 자격증 등을 강화하면 PB 직함을 달 수 있지만, 자발적 지원이 드물다.
한 은행 WM 관계자는 “PB직군을 기피하는 현상은 기존부터 있었다”며 “상품을 많이 팔았다고 돈을 더 받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특히 향후 고객 자산관리에 대한 업무 강도 강화를 감안하면 은행 내 PB증가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최근 홍콩 ELS 관련 영업점에서 판매된 투자상품이 대규모 손실로 돌아오자, 은행권에서는 재발 방지책으로 은행의 고난도 금융투자상품 판매를 제한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은행을 찾는 고객들은 ‘중저위험’ 투자를 선호한다는 점에서 영업점에서의 ELS·DLF와 같은 고난도 상품 판매를 제한하고, PB들만 해당 상품을 취급할 수 있도록 하는 안이 논의되고 있는 것이다.
실제 지난 2019년 DLF 사태를 겪은 우리은행과 IBK기업은행은 PB창구 직원들만이 고난도 상품을 판매해왔다. 당시 우리은행은 대규모 투자 손실을 낸 DLF 사태의 재발을 막기 위해 PB 전담 채널을 확대하고 PB를 검증하는 제도를 신설했으며, 하나은행도 PB 손님의 수익률 평가직표(KPI) 배점을 확대하고 PB선발 기준을 강화하겠다고 선언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영업점에서는 여신만으로 80~90%의 KPI는 충족이 된다”며 “일반 영업점에서 계속 투자상품을 판매한다면 직원 교육하느라 시간을 쓰고, 또 ELS 사태와 같은 사건이 터지면 변호사를 동원해 수습하는 데 비용이 나가기 때문에 PB만 투자상품을 건드릴 수 있게 집중화시키는 게 맞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은행 PB의 경우 투자 상품을 많이 팔아도 승진에 별로 유리하지 않을 뿐더러 성과급도 타 금융회사보다 보장받지 못해 인기가 없다는 점이다. 한 연구원은 “증권사 PB의 경우 ‘파는 만큼 돈이 된다’는 원칙으로 돌아가기 때문에 밀착 관리가 더 세밀해질 수밖에 없다”며 “은행이 자산관리 역량을 키우려면 PB의 성과급 제도를 개정해 유인책을 두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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