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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과학고 출신 김경훈 구글코리아 사장 “불투명한 이공계 미래 고민”
이공계 떠났다가 15년만에 컴백
“프로그래머로 미래설계 힘들어”

“저도 이공계 환경의 미래가 불투명하다고 생각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김경훈 구글코리아 사장은 헤럴드경제와 서면 인터뷰에서 이 같이 말했다.

1988년 설립된 서울과학고 4기 졸업생 출신이기도 한 김경훈(사진) 사장은 서울대 컴퓨터공학과를 졸업해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로 잠시 일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미국 듀크대 경영학석사(MBA)를 거쳐 경영 컨설턴트로 아서 앤더슨, 베인앤컴퍼니 등에서 일했다.

그의 이력은 30년 후 한국 사회에서 이공계를 떠나고 있는 젊은 인재의 궤적과 비슷하다. 이공계에 진학 후 관련 계열에 취업했지만, 청소년기부터 오래 몰두해온 업계를 떠난 계기는 사소했다. 다른 직종이 더 좋은 대우를 받고 있다는 사실 하나였다. 다른 직종 대비 낮은 처우와 어두운 업계 전망 등에 대한 고민이 수차례 쌓인 결과다.

김 사장은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당시) 프로그래머로서의 미래가 잘 그려지지 않았다. 업무 강도는 높은 데 비해, 새롭게 배우는 것도 점차 줄어 드는 것 같고 대우도 좋지 않았다”며 “마침 금융회사에서 프로세스혁신(PI) 프로젝트에서 일하던 중, 옆방에서 일하는 경영 컨설턴트가 좋은 대우를 받는다는 것을 알게 됐다. 컨설턴트가 되면 경영의 실무도 배울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엔지니어의 길을 포기하고 그 길로 들어섰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그래도 언젠가는 기술 업계로 돌아오고 싶었고, 정말 돌아올 수 있었던 것에 감사하다”고 했다.

김 사장이 이공계로 돌아온 것은 15년 만인 2015년, 디지털 광고사업 분야 임원으로 입사하면서다. 이후 2021년 8년 만의 한국인 구글코리아 사장으로 선임됐다.

최근 ‘의사 쏠림’으로 대표되는 의학계열 진로 선택을 부정적으로만 판단할 수는 없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김 사장은 “의대에 간다고 모두 연봉과 직업 안정성만 바라고 간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서울과학고) 동기 중에도 의대를 졸업하고 대학병원 순환기내과 교수로 일하며, 공대 교수와 협력해 부정맥 치료를 위한 획기적인 연구를 진행한 분이 있다”고 했다.

이어 “의사로 활동하다 사회를 위한 사명감을 가지고 구글에 합류하신 분도 여러 분 봤다”며 “구글의 최고 보건 책임자(CHO)인 캐런 데살보가 대표적인 사례로, 팬데믹 기간 중 이용자에게 코로나바이러스 예방법과 지역 의료 관련 정보를 제공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김 사장은 “후배들이 가장 대우 받는 영역으로 진출하는 것을 막기 보다는, 이공계 인재를 더 잘 대우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며 “구글에서 여러 기업과 일하면서 발견한 것은, 기업이 (이공계) 인재들, 그리고 그 인재들이 이끌어갈 기술 발전의 무한한 가능성을 존중하고 그 가능성을 실현하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권한을 부여할 수록, 훌륭한 인재들이 자연스럽게 모이게 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사장은 이공계에서도 특히 인공지능(AI) 분야 인재 양성이 절실한 때라고 강조했다. 김 사장은 “불과 1년 전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생성형 AI 도구를 이제 수백만명의 사람이 사용하고 있다”며 “대화형 AI ‘바드’나 복잡한 질문에 대한 답변을 주는 ‘검색 생성 경험(SGE)’이라는 생성형 AI 검색과 같은 도구를 우리나라 국민이 한국어로 사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SGE란 구글 대화형 AI 챗봇인 바드를 결합한 검색 엔진으로, 이용자가 특정 키워드로 검색하면 검색 화면 상단에서 생성형 AI가 자동으로 관련 답변을 작성하는 기능이다.

박혜원 기자

k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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