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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의대 열풍에 연고대 계약학과 최대 90% 미등록도
종로학원 연고대 정시 합격자 현황 분석
804명 미등록…연대 기업 연계도 92% 미등록
의대 열풍이 간접적으로 반도체산업에도 영향을 미친다. 사진은 한 의과대학 간판. [연합]

[헤럴드경제=박혜원 기자] 올해 연세대와 고려대에서 정시 최초합격자 804명이 등록을 포기했다. 기업 연계 학과인 연세대 시스템반도체공학과에선 92%가 입학하지 않는 등 대기업 취업이 보장된 학과에서마저 이같은 현상이 나타났다. 내년도 입시부터 의과대학 입학정원 2000명이 늘어나는 가운데 ‘의대 열풍’이 심화한 영향으로 분석된다.

14일 종로학원이 2024학년도 연·고대 대기업 연계 이공계 학과 정시 최초합격자 현황을 분석한 결과, 24.0%에 달하는 804명이 미등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세대가 483명, 고려대가 321명으로 전년 각각 459명, 343명에서 증가한 수치다. 서울대의 경우 아직 정시 합격자 발표가 마무리되지 않아 집계에서 빠졌다.

학과별 상황을 구체적으로 보면 삼성전자 등 대기업 취업이 보장된 학과에서도 등록을 포기한 학생들이 늘었다. 특히 삼성전자 계약학과인 연세대 시스템반도체공학과는 정시 최초합격자 25명 중 23명(92.0%)이 등록을 포기했다. 이는 지난해 70.0% 대비 크게 늘어난 수치다.

다른 학교 상황도 비슷하다. 마찬가지로 삼성전자 연계 계약학과인 고려대 차세대 통신학과는 최초합격자 10명 중 7명(70.0%)이 미등록해, 전년 16.7% 대비 늘었다. 현대자동차 연계인 고려대 스마트모빌리티 학부는 최초합격자 20명 중 13명(65.0%)이 등록하지 않았으며, SK하이닉스 연계 계약학과인 고려대 반도체공학과는 절반인 5명이, LG디스플레이연계인 연세대 디스플레이융합공학과는 7명 중 3명(42.9%)이 빠져나갔다.

정부가 2025학년도부터 의과대학 입학정원을 2000명씩 늘리겠다는 계획을 밝힌 가운데, 입시 업계에선 이같은 현상이 ‘의대 열풍’ 영향을 받은 것으로 분석했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연고대 이공계 학과는 의대, 서울대 등으로 동시에 합격하고 빠져나갔을 것으로 추정된다”며 “정시 연고대 상위권 학과의 미등록 상황이 지난해보다 커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연합]

이공계열 교수들 사이에선 소속 학생들이 의대 입시를 위해 빠져나가는 데 따른 학력저하 현상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서울 소재 한 공과대학 소속 한 A 교수는 “상위권 학생들이 이공계 진학을 선택하지 않으면서 전반적으로 학력저하가 심화한 상태”라며 “수업 수준은 하위권 학생들에게 맞출 수밖에 없어 수업의 질도 낮아지는 연쇄적 부작용도 있다”고 털어놨다.

다른 대학 공과대학 소속 B 교수는 “이공계에 진학해 대기업에 간다고 해도, 의사와 비교하면 가질 수 있는 명예나 보상이 턱없이 낮으니 교수들 사이에서도 ‘막을 도리가 있느냐’는 자조적 목소리가 나온다”고 했다.

한편 의대 증원 본격화를 앞두고 의대 입시 열풍은 더욱 커지고 있는 상태다. 입시 업계 한 관계자는 “이공계 학과를 졸업해 대기업에 다니고 있으면서 의대 입시를 준비하는 분들도 있다”며 “의대 증원 발표 이후 관련 문의가 더욱 늘었다”고 했다. 종로학원은 의대 준비생이 2024학년도 9500명에서 내년 1만5800명 수준으로 늘어날 것으로 분석했다.

k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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