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권제인 기자] 애플이 삼성전자의 ‘안방’ 한국에서 역대 최고 점유율을 돌파했다. 아이폰의 최고가 모델은 출고가가 250만원으로 갤럭시 S시리즈 대비 월등히 비싸다. 그럼에도 MZ세대 선호에 힘입어 점유율을 꾸준히 늘려가고 있다.
13일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스마트폰 시장에서 애플은 처음으로 점유율 25%를 돌파했다. 성장세 역시 매섭다. 애플은 지난 2020년부터 매년 1%포인트씩 점유율을 늘려왔지만, 지난해에는 3%포인트 증가했다.
애플의 약진하면서 1위 삼성전자의 점유율은 감소했다. 시장 점유율 73%로 선두를 유지했으나 전년 대비 약 2%포인트 감소했다. 그외 제조사 점유율은 모두 합해도 2%에 그쳤다.
애플의 상승세는 젊은 층이 이끈 것으로 풀이된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출시한 아이폰15는 사전 예약 구매자 10명 중 8명이 20~30대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가장 고가 모델인 아이폰15 프로맥스 1TB 용량은 250만원으로 삼성전자의 갤럭시 S24 울트라 대비 40만원가량 높지만, MZ세대 아이폰 선호는 견고하게 유지되고 있다.
특히, 애플은 국내 매장 수를 빠르게 늘리며 한국 시장에 공격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애플 강남’, ‘애플 하남’에 이어 지난달 ‘애플 홍대’ 매장을 열었다. 2018년 서울 강남구 가로수길에 첫 매장을 낸 지 3년여 후에야 2호점을 냈던 곳과 비교하면 출점 속도가 급격히 빨라지고 있다.
반면, 삼성전자는 갤럭시 S시리즈뿐만 아니라 Z 플립·폴드 등 출시했음에도 ‘아재폰’ 이미지가 발목을 잡는다. 구매 연령층 역시 애플 아이폰 보다 높다. SK텔레콤에 따르면 갤럭시 S24 시리즈를 사전 예약한 고객의 절반이 30~40대인 것으로 조사됐다.
다만, 삼성전자가 AI 스마트폰 시장을 선점함에 따라 올해 점유율 반등을 보일 수 있단 기대감도 나온다. 삼성전자는 이번 출시된 갤럭시 S24 시리즈에 AI를 자체 탑재했다. 갤럭시 S24 시리즈는 121만대 사전 판매되며 S 시리즈 중 역대 최다 기록을 세웠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갤럭시 S24 시리즈와 갤럭시 북4 시리즈에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AI를 탑재하면서 글로벌 시장 초기 수요가 전작 대비 10~30% 증가해 역대 최고 판매량을 기록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이어 “삼성전자는 선점 효과로 2025년까지 온디바이스 AI 시장 점유율 55%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글로벌 온디바이스 AI 스마트폰, PC 출하량은 지난해 2900만대에서 2024년 3억대로 10배 증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애플은 AI 기술에서 후발주자로 여겨지고 있다. 올해 하반기 출시될 아이폰16부터 생성형 AI 기능이 탑재될 것으로 예상된다. 갤럭시 시리즈와 마찬가지로 클라우드를 거치지 않고 기기 자체 내에서 구동되는 ‘온디바이스 AI’ 방식이 유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