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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수료 0원 출혈경쟁 본격화…은행 ‘외환 대전’ 승자는[머니뭐니]
신한·하나·우리금융 외환 수수료이익 일제히 ↓
신한銀 오는 14일 ‘100% 환율우대’ 체크카드 출시
[출처 123RF]

[헤럴드경제=홍승희 기자] “창구에서 고객들을 응대할 때 토스뱅크의 고시 환율이 더 높다고 설명드릴 때도 있어요. 시간에 따라 다르지만 토스뱅크 외환 매매기준율이 은행보다 2~3원 더 높은 경우가 종종 있더라고요”(A은행 관계자)

금융권에서 외환 전쟁이 뜨겁다. 전국적으로 해외 이동수요가 늘어나면서 국내 은행은 물론 각종 핀테크 및 카드사까지 서로 환전 고객을 뺏고 빼앗기는 싸움이 벌어지고 있다. 특히 고위험·고수익 투자상품을 판매할 수 없게 되는 등 은행들이 비이자이익을 낼 수 있는 원천이 줄어들면서, 외환 관련 이익이 보다 중요하게 작용할 거란 전망이 나오면서 외환을 둘러싼 경쟁은 더 치열해질 전망이다.

하나·우리금융 외환 수수료이익 일제히 감소…출혈 경쟁 계속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금융그룹의 지난해 외환 수수료 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8.4% 감소한 1896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4분기 동안에는 444억원을 기록해 전 분기(492억원)와 비교해서도 9.7% 줄었다. 대출관련 등 기타 수수료가 연간 35.1% 증가하고, 전체 수수료이익 역시 같은기간 5.4% 늘어난 것과는 대조되는 모습이다.

다른 지주사도 마찬가지다. 우리금융의 연간 외환 수수료이익은 전년 대비 8.5% 감소한 1510억원에 그쳤으며, 신한금융은 전년 대비 7.4% 감소한 2125억원을 기록했다.

금융그룹의 외환 수수료이익이 감소한 데에는 무엇보다 고객 유입을 위한 출혈경쟁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분석된다. 최근 하나카드에서 시작된 ‘하나머니’ 서비스가 입소문을 타며 고객이 급증하고, 또 트래블로그 체크카드의 해외 이용금액 점유율이 40%에 육박했지만 ‘환전·결제 수수료 0%’ 정책을 고수하면서 수수료 이익은 오히려 감소한 것이다.

토스뱅크 외환통장 광고영상 중 일부.[출처 토스뱅크 유튜브]

최근 외환시장에서의 금융사간 경쟁은 더욱 과열되고 있다. 앞서 토스뱅크는 약 3주 전 외환을 살 때도 팔 때도 수수료 없이 환전해주는 외환통장 상품을 출시했다. 한 달 4억원까지 입금이 가능하며, 출금 수수료 없이 해외 자동이체기기(ATM)에서 돈을 뺄 수 있다. 외환을 살 때는 수수료가 없지만 다시 환급할 때 1%의 수수료를 두고 있는 ‘하나머니’ 보다도 더욱 파격적인 혜택을 내세우고 나선 것이다.

은행뿐 아니라 핀테크도 이 전쟁에 가담 중이다. 외화결제 및 환전 서비스를 운영 중인 핀테크 기업 트래블월렛은 달러·엔화·유로의 외화 충전 수수료를 0%로 유지하고 있다. 다시 원화로 환급할 때도 수수료를 부과하지 않는다.

각종 혁신 기업들이 ‘무(無) 수수료’ 정책을 고수하자 전통 금융권도 결과적으로 해당 움직임에 동참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신한은행은 오는 14일부터 전 세계 30종 통화에 대해 100% 환율을 우대해주는 ‘쏠(Sol)트래블 체크카드’를 출시할 방침이다. 신한은행 외화계좌와 연결되는 체크카드로, 해외 결제·ATM 수수료를 면제해주고 외화를 원화로 환전할 때는 50% 환율 우대를 제공한다.

하나금융의 경우 은행은 당장 환전 수수료 무료 정책에 대한 계획이 없지만, 하나카드를 중심으로 그룹이 다같이 운영하고 있는 하나머니의 충전 수수료, 결제 수수료는 모두 ‘무료’로 유지할 방침이다. 우리은행 역시 100% 수준의 환율우대를 제공하는 외환서비스상품을 출시 검토중에 있다.

고객 이탈을 막기 위한 영업 경쟁도 치열하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이율이 없는 토스뱅크 외환통장과 달리 높은 금리를 제공하는 ‘외화적금’ 등에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며 “토스뱅크의 외화 매매기준율이 은행보다 가끔 높은 양상을 보여 창구 응대를 할 때는 고객에게 직접 차이를 보여드릴 때도 있다”고 말했다.

비이자이익서 ‘외환’ 비중 커진다…“시중銀 기업 환전 수요는 여전” 분석도

하나금융이 지난해 진행한 트래블로그 팝업스토어. 홍승희 기자

업계에서는 외환 수수료이익이 향후 금융사의 비이자수익 순위를 결정할 만큼 주요한 요소가 될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 홍콩항셍중국기업지수(H지수) 편입 주가연계증권(ELS)사태 등 금융 소비자들이 은행의 투자상품에 가입했다가 원금이 손실되는 현상이 반복되면서, 아예 은행에서의 투자상품 판매를 줄이자는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비이자이익에는 신탁수수료, 방카슈랑스 수수료, 수익증권 수수료 등 다양한 항목이 있는데, 자산관리 수수료를 벌어들일 수 있는 기회가 줄어들면 외환 등의 비중이 더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예전에는 원금 초과손실 가능성이 있는 상품만 ‘고위험 상품’으로 구분됐지만 최근에는 파생 구조가 녹아있는 모든 비예금 상품을 고위험 상품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짙어지고 있다”며 “은행권에서 투자상품 판매를 줄이면 외환 등 다른 항목의 비이자이익 중요성이 더욱 커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토스뱅크 등 새로운 혁신기업들의 외환시장 진출이 직접적으로 시중은행의 점유율에 타격을 입힐지는 두고 봐야 한다는 시각도 나온다.

이성복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외환에서 가장 중요한 건 소매보다도 해외에 진출하는 기업의 환전 수요”라며 “당장 은행 점포에서 현금을 환전하는 수요는 줄겠지만, 시중은행의 외환사업에 전체적으로 얼마나 충격이 있을 지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hs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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