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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재명 때리고 윤석열·김건희 언급 않고…‘한동훈식’ 여의도 화법[이런정치]
윤석열·김건희 직접 언급 ‘0회’…이재명은 34회·민주당 106회
강서구청장 선거 참패 전 지도부 메시지와 비슷하다는 지적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8일 오전 서울 노원구 백사마을에서 열린 '따뜻한 대한민국만들기 국민동행' 사랑의 연탄 나눔 행사에서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신현주 기자]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법무부 장관이었던 지난해 11월 “여의도에서 300명만 공유하는 어법이 있다면 ‘여의도 사투리’ 아니냐”며 “5000만 명이 쓰는 언어를 쓰겠다”고 했다. 정치에 발을 들인지 45일 째 된 한 위원장의 발언은 이전 지도부와 정말 달랐을까.

한동훈, 45일 동안 ‘민주당’ 106회·‘이재명’ 34회·‘운동권’ 43회

한 위원장이 지난해 12월 26일 비대위원장에 취임한 직후부터 지난 8일 오전 비대위 회의까지 당 공식 행사 모두발언에 담긴 메시지를 집계해 분석한 결과, 한 위원장 발언의 주요 키워드는 ‘운동권 청산’이었다. 한 위원장은 민주당을 106회,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34회, ‘운동권 특권’을 35번 사용했다. 지난해 12월 26일 취임사에서 ‘운동권 청산’을 시대정신이라고 밝힌 만큼, 야권 겨냥에 집중하는 모양새다.

이 대표 관련 발언은 모두 비판이었다. ‘방탄(8회)’, ‘개딸 전체주의(9회)’ 등 단어와 주로 언급됐다. 대표적으로 한 위원장은 지난 7일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저는 이 대표와 민주당이 4월 총선에서 이겨서 개딸 전체주의와 운동권 특권 세력의 의회 독재를 강화하는 것이, 이 나라와 동료시민을 정말 고통스럽게 할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민주당이 선거제 관련 입장을 밝힌 직후 한 위원장은 “우리가 목련이 피는 4월에 승리하지 못한다면 이런 식으로 이 대표 한 명이 이 나라의 모든 것을 좌우하는 입법 독재의 상황이 일상화되고 고착될 것”이라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에 대해서는 한 차례도 직접 거론하지 않았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7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
‘우리 국민의힘’·‘목련이 피는 봄이 오면’ 단어 반복 사용

‘감정’에 호소하는 듯한 내용도 많이 보였다. 한 위원장은 최근 2주 간 “목련이 피는 봄이 오면”, “우리가 목련이 피는 4월에 승리하지 못한다면” 등 ‘목련’, ‘봄’이 들어간 문장을 5번 넘게 말했다. 그는 연하장 그림을 ‘목련’으로 골랐다며 “우리가 봄이 오기를 절실하게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목련이 피는 봄이 오면 김포는 서울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총선 전까지 김포의 서울 편입 등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지만, 국민의힘이 총선에서 승리해야 할 수 있다는 점을 말한 것이다.

‘우리’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것도 한동훈식 여의도 화법의 특징이다. 특히 그는 ‘우리’, ‘국민의힘’ 이라는 단어를 동시에 사용했다. ‘우리 국민의힘’이라는 단어를 총 86차례 썼다. “아시다시피 정치 경험이 없다”는 발언 등으로 정치권과 ‘거리두기’에 힘을 쏟는 한 위원장이지만, 국민의힘을 언급할 때는 소속감을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한편 한 위원장이 빼놓지 않고 사용한 단어는 ‘동료시민’이라는 단어였다. 해당 단어는 총 97회 사용됐다. ‘동료시민’은 한 위원장이 정치권에 입성하자마자 꺼내든 트레이드 마크다. 윤 대통령이 취임 후 자주 썼던 ‘세계시민’이라는 단어와 비슷한 결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8일 여의도 당사에서 비대위 회의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기현 지도부’와 메시지 데칼코마니? “얼굴만 다른 국민의힘”

지난해 10월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참패 직전 국민의힘 지도부 메시지와 비슷하다는 시각도 있다. 김기현 전 국민의힘 대표는 당시 공개 석상에서 ‘쿠데타’, ‘사형’, ‘1급 살인죄’ 등 원색적 표현을 사용하며 윤석열 정부에 대한 비판을 반박했다. 그는 ‘뉴스타파’의 김만배-신학림 인터뷰 허위 의혹에 “사형에 처할 반국가범죄”, “(공작뉴스 등) 1급 살인죄는 과실치사와 천양지차로 구분되는 악질 범죌서 극형에 처해지는 범죄”라고 직격했고,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를 비판한 가수 김윤아씨를 향해 “개념 없는 개념 연예인이 너무 많은 것 아니냐”고 했다.

당시 이 대표는 ‘단식’ 중이었는데 김 전 대표는 “단식하고 있는지도 몰랐다”, “오히려 이 대표가 만남을 거부한다”고 반응했다. 김 전 대표는 당시 대야 공세를 강화해 지지층을 결집시키고 총선 주도권을 쥐겠다는 취지였지만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참패 직후 당 분위기는 180도 변화했다. 김 전 대표가 발언에서 ‘이재명’이라는 단어를 지우고 ‘민생’이라는 단어를 강조하면서다. 복수의 여권 관계자에 따르면 김 전 대표는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참패 주요 원인 중 하나는 상대 진영에 대한 무분별한 때리기’라는 취지의 보고를 받고 발언 방향을 수정했다고 한다.

오는 4월 총선을 앞두고 한 위원장 발언의 부작용도 점쳐지는 이유다. 지도부 관계자는 “사실상 얼굴을 갈아 끼운 국민의힘인 것은 맞다”면서도 “한 위원장과 김 전 대표의 ‘개인기’ 차이로 한 위원장의 메시지에 대한 비판이 적게 나오지만 수도권 선거는 중도층 표심을 노려야 한다”고 답했다.

newkr@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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