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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겨울 강의실에 날파리” “유치원 수준 강의”…대학에 무슨 일이?
학생도 총장도 한탄…지방대 엑소더스’ 가속화
정부 등록금 동결 압박 계속
눈치 보는 대학들…“인프라 열악 심각”
“수업 수준 유치원만 못하다” 총장들 호소
사립대학 곳곳선 인상 움직임도

[123RF]

[헤럴드경제=박혜원 기자] “한겨울인데도 캠퍼스에 날파리가 너무 많아서…눈을 제대로 뜰 수가 없었고요. 벌레를 막으려고 항상 우산을 가지고 다녔어요. 학교에선 방역을 한다고 하는데 효과는 10분 정도?”

지난해 비수도권 소재 한 사립대학 입학한 A(20)씨는 얼마 지나지 않아 ‘탈출’을 결심했다. 학내 방역조차 제대로 되지 않은 열악한 인프라가 가장 큰 이유였다. 교육 여건도 마찬가지다. 학생회 차원에서 교육 프로그램을 제안해도, 재정을 이유로 번번이 막혔다. A씨는 “학생들이 뭐라도 제안하면 교수님들이 늘 ‘재정 때문에 안 된다’는 이유를 댔다”고 했다.

A씨의 편입 결심을 키운 건 ‘우울감’이었다. A씨는 “수업이 체계적이지도 않았고, 수업이 끝나면 기숙사에 들어가 휴대폰만 보니 삶의 무상함과 우울감을 많이 느껴 편입을 결심했다”고 털어놨다.

“月 50만원으로 대학생 교육, 말이 되나요”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계 없음. [연합]

정부의 등록금 동결 기조가 이어지면서 지방 소재 사립대들의 ‘재정난’도 심화하고 있다. 올해는 사립 대학 곳곳에서 정부 지원도 포기한 채 등록금을 인상하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이 역시 일부일 뿐, 여전히 대부분 대학이 정부 압박에 등록금에 손을 대지 못하면서 그나마 입학한 학생들마저 떠나는 ‘지방대 공동화’ 현상도 가속화하고 있다.

“유치원보다 못한 수준.” 경기도 소재 한 사립대학 B 총장은 등록금 동결로 인해 낮아진 수업 질에 대해 이같이 지적했다. 이 대학 학부 등록금은 이공계 400만원대, 인문계 300만원대 등이다. B 총장은 “인문대 기준으로 6개월로 나누면 한 달에 50만원이고, 여기에서 각종 장학금 비용 등을 빼고 나면 결국 한 달에 30만원으로 대학생을 교육하는 것”이라며 “요즘 유치원도 비싼 곳은 100만원인데, 교육의 질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재정난에 시달리는 대학들은 공통적으로 ‘교원 확보’의 어려움을 호소했다. 경남 소재 사립대학 C 총장은 “교직원들 임금도 동결된 상황에서, 학교 입장에선 교육적인 면에 전혀 투자를 할 수가 없는 상황”이라며 “해외 대학과 연계해 교육을 하고 싶어도, 영어를 할 줄 아는 교수도 없고 초빙하기도 어렵다”고 했다.

B 총장은 “학생들이 오히려 나서서, 좋은 수업을 듣고 싶다며 등록금을 올려서라도 좋은 교수들을 데려와달라고 했다”며 “하지만 정부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으니 학교 측에서 거부했다”고 했다.

정부 “재정지원사업 활용하라”지만…총장들 “체감 못해”
지난달 31 서울 서초구에서 열린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에서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대학 총장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

정부는 등록금 인상 없이도, 각종 대학지원사업 등으로 재정지원을 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지난달 31일 서울 서초구에서 열린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에서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각 대학이 자율적으로 등록금을 결정하게 해달라’는 총장들의 건의에 “글로컬 대학 등 주요 대학 지원사업이 잘 평가받아 올해 8000억 이상의 (예산) 순증이 있었다”고 답했다. 등록금 인상 대신 지원사업으로 우회해 이미 재정을 지원하고 있다는 취지의 답변이다.

그러나 이 역시 대학들 입장에선 체감하지 못하겠다는 반응이 많다. D 대학 총장은 “우리 대학도 수십억원의 교육부 사업 지원금을 받았지만, 사실 도서관 짓고 행사 여는 차원에서 학생들이 실질적으로 어떤 교육적 효과를 체감할 수 있겠느냐”며 “도서관만 잘 지어놨지, 수업의 질은 여전히 엉망”이라고 지적했다.

“도저히 못다니겠다” 지방대 ‘엑소더스’ 심화

교육 여건 등에 회의감을 느낀 학생들이 수도권 대학으로의 편입을 택하는 ‘지방대 엑소더스’ 현상도 심화하고 있다. 서울 소재 편입학원 ‘브랜뉴편입’ 관계자는 “편입을 선택하는 학생들 대부분은 열악한 인프라 속에서 계속 다니면 자신의 미래도 없다는 불안함을 호소했다”고 전했다.

학령인구가 감소하는 가운데 의대 입학정원 증원 발표까지 겹친 상황에 대학들의 우려는 더욱 크다. 의대 입시를 위해 자퇴한 학생들의 자리를 다른 학생들이 채우고, 이 자리를 다시 지방대 학생들이 채우는 식의 연쇄효과로 ‘공동화’가 더 심화할 것이란 전망이다.

한편 대학별 재정난이 이어지면서 정부 기조 아래 15년간 이어져온 등록금 동결 기조도 올해 들어선 깨지는 분위기다. 교육부 출입기자단이 대교협 정기총회에 참석한 대학 총장 10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이들 중 47명(46.1%)은 올해와 내년에 등록금을 인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대학들이 검토하고 있는 등록금 인상 시점별 답변을 보면, 41명(40.2%)는 ‘내년 이후 인상할 계획’이라고 답했으며, 6명(5.9%)는 ‘올해 인상할 것’, 21명(20.6%)은 ‘올해 인상을 검토 중’이라고 했다.

k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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