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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알리에 고민 깊어진 정부…“산업보호·소비자 다 챙겨야”
대책 필요성 공감에도 “쉽지 않아”
국내 이커머스 “산업 위태해질 수”
레이 장 알리익스프레스 한국 대표[연합]

[헤럴드경제=박병국 기자] “국내 산업 보호와 소비자 편익을 같이 생각해야 합니다.”

알리익스프레스(이하 알리), 테무 등 중국의 이커머스 기업의 초저가 공세와 관련한 대책을 묻는 말에 정부 고위 관계자는 “고민이 많다”고 털어놨다. 이 관계자는 “최근 실무를 담당하는 사무관들과 해당 문제를 여러 차례 논의했지만, 뚜렷한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중국 이커머스 기업의 한국 진출이 가속하는 가운데 국내 이커머스 기업은 물론, 국내 제조사의 존망에 대한 우려가 나오면서 정부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고물가 상황에서 초저가 제품을 찾는 소비자의 편익부터 중국과의 무역 문제까지 여러 상황이 복잡하게 얽혀 있기 때문이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대책을 내놓을 필요성이 있다”면서도 “다만 짧은 시간 안에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고 말했다.

한국 이커머스 기업들은 알리 등 중국 이커머스의 국내 시장 확대를 ‘공습’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한 이커머스 관계자는 “초저가로 들여올 경우 온라인 이커머스뿐만 아니라 국내 제조사까지 위태로워질 수 있다”고 경계했다.

중국 이커머스 기업은 초저가를 내세워 국내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통계청이 최근 내놓은 ‘2023년 연간 온라인쇼핑 동향’을 보면 알리와 테무 등을 통한 중국 직구액은 3조2873억원으로 전년 대비 121.2% 증가했다. 알리의 한국 가입자는 지난해 말 기준으로 496만명이다. 테무 역시 328만명에 달한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에서 월간활성이용자수(MAU)가 가장 많이 늘어난 쇼핑 앱 1·2위 역시 테무와 알리가 차지했다.

인천 중구 인천본부세관 특송물류센터에서 관계자들이 분주하게 통관 작업을 하고 있다. 이상섭 기자

특히 지난달 초 레이 장 알리 한국 대표가 “한국에 물류센터 건립을 고려하고 있다”고 발표하면서 우려의 목소리는 더 커졌다. 국내 이커머스 업체들이 내세웠던 배송 경쟁력을 알리에게 뺏길 수 있다는 걱정에서다.

면세 규정 개정이 대책 중 하나로 언급되지만, 이 역시 ‘산 넘어 산’이다. 현행 관세법 시행규칙 등에 따르면 해외직구를 통해 150달러까지 면세다. 해당 규정은 2015년 12월 ‘15만원’에서 150달러(물품가격 기준)로 상향된 이후 조정이 없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한중자유무역협정에 해외직구 면세 규정이 없다. 한미자유무역협정(FTA)에서 규정한 200달러 이하의 해외면세 기준을 조정하기 위해선 양국간 재협상이 필요하지만 중국의 경우 150달러 기준 하향으로만으로도 효과를 볼수 있다는 얘기다. 이를 하향한다면 ‘초저가’로 들여오는 물량의 일부를 막을 수 있다.

하지만 ‘저가’로 물품을 사는 일반 소비자의 권익을 침해할 가능성이 있다. 정부가 지난해 해외직구족을 위해 통관 절차를 간소화하겠다고 밝힌 것도 국민 편익 향상을 위한 결정이었다. 정부 입장에서는 국내 산업 보호와 소비자 편익을 모두 고려할 수밖에 없다.

중국 자국에 들여오는 해외직구 면세 기준 금액이 2000위안(37만원) 이하로 우리나라보다 많은 것도 고려할 부분이다. 또 다른 정부 고위 관계자는 “중국 소비자들이 해외직구를 통해 사는 국내 제품도 많다”며 “교역국 입장에서는 기준 하향은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중국처럼 해외직국 금액에 연간 한도를 두는 것은 고민해 볼 만하다. 현재 중국은 1인당 해외직구 연간 총액을 3만위안(560만원)을 제한하고 있다. 국내 관세법은 연간 총액 기준을 두고 있지 않다. 연간 총액 기준을 제한 할 경우 최근 문제가 되는 중국에서 직구로 사서 한국에서 되파는 재판매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

정재원 한남대 무역학과 교수는 “면세 규정을 폐지하거나 하향하는 방안이 나올 수 있지만, 한국과 중국의 무역협정 등 고려해야 할 사안이 많아 어려운 문제”라고 말했다.

역외 적용도 국내 산업을 보호하기 위한 방안으로 거론된다. 역외 적용은 외국에서 행해진 행위에 대해 그것이 자국에 영향을 미치는 경우 국내법을 적용해 관할권을 행사하는 것을 뜻한다. 이에 대해 한국온라인쇼핑협회 관계자는 “국내 산업 보호를 위해 알리 등 중국 이커머스 업체에 대해 역외 적용을 할 필요가 있지만, 복잡한 상황을 고려하면 이마저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coo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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