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글로벌 금융투자시장이 기다리고 있는 피벗(pivot, 금리 인하) 개시 시점에 대한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고 한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의 발언에 미 뉴욕증시가 파랗게 얼어붙었다.
조기 피벗은 커녕 기준금리 인하 시점이 예상보다 늦춰질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올 수 있는 여지가 만들어지며 미 장기 국채금리도 급등세를 보이며 위험자산 투심에 부담을 줬다.
전날 기관 매물폭탄에 2600선을 내줬던 코스피 지수가 반등을 시도하는 데 미 증시 약세가 부담으로 작용할 지 관심이 집중된다.
다우 -0.71%·S&P500 -0.32%·나스닥 -0.20%
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5일(현지시간) 미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274.30포인트(0.71%) 하락한 38,380.12로 거래를 마쳤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전장보다 15.80포인트(0.32%) 밀린 4,942.81로, 나스닥지수는 전장보다 31.28포인트(0.20%) 떨어진 15,597.68로 장을 마감했다.
이날 약세장은 3월 조기 피벗에 대해 분명히 선을 긋고, 더 나아가 향후 피벗 일정에 대해서도 ‘신중히(prudent)’ 결정해야 한다고 한 파월 의장의 발언이 큰 영향을 미쳤다.
지난 4일(현지시간) 방송된 미 CBS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파월 의장은 “경제가 강한만큼 언제 금리를 내리기 시작해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에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고 느낀다”면서 “신중하게 한다는 것은 시간을 두고 인플레이션이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2%로 내려가고 있음을 지표를 통해 계속 확인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파월 의장은 “(3월 금리 인하가) 기본 시나리오는 아니다”며 조기 피벗 가능성을 사실상 일축했다. 앞서 그는 지난달 31일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 회의에서 “3월 FOMC 회의 때 (금리를 인하할 만큼) 확신에 도달할 것으로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말해 시장의 조기 금리 인하 기대에 찬물을 끼얹은 바 있다.
파월 의장의 발언은 기존과 같은 것으로 연준이 예상보다 느리게 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주가는 하락 압력을 받았다.
닐 카시카리 미니애폴리스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도 이날 홈페이지에 올린 글에서 통화정책이 생각만큼 긴축적이지 않을 수 있다며 성장을 크게 밀어내리지 않는 수준이라 금리를 서둘러 내릴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오스탄 굴스비 시카고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는 이날 한 인터뷰에서 지난 수개월간 미국의 인플레이션 수치가 매우 좋았다면서, 금리 인하 전까지 비슷한 흐름이 이어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금리 인하를 위해서는 현 인플레이션 둔화 추세가 이어져야 한다는 의미로 최근 나오는 연준 당국자들의 발언은 강한 지표로 인해 더욱 신중해졌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방기금(FF) 금리 선물 시장에서 마감 시점 연준이 오는 3월에 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은 16.0%를 기록했다. 5월에 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은 61.7%에 달했다.
또 한번 은행권發 리스크?
투자자들은 이날 미 지역은행 뉴욕커뮤니티뱅코프(NYCB)의 주가 폭락세가 다른 은행권은 물론, 전체 주식 시장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도 주목했다.
이날 뉴욕증시에서 NYCB 주가는 전 거래일보다 10.8% 급락한 5.39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앞서 신용평가사 피치가 지난 2일 장 마감 후 NYCB 신용등급을 ‘BBB’에서 ‘BBB-’로 한 단계 하향 조정한 영향을 받았다.
피치는 등급 하향 조정 배경에 대해 “2건의 상업용 부동산 대출과 관련한 손실과 대손충당금 증가 관련한 구체적인 조치를 담은 작년 4분기 실적 보고서 내용을 반영했다”라고 설명했다.
앞서 NYCB 주가는 지난달 31일 37.6% 떨어진 데 이어 이달 1일 11.1% 하락하는 등 이틀간 두 자릿수대 급락세를 이어간 바 있다.
지난 2일 5.0% 반등해 안도감을 주는 듯했으나, 이날 다시 세 번째 두 자릿수대 내림세를 이어간 것이다.
NYCB는 지난달 31일 실적 발표에서 작년 4분기 예상치 못한 순손실을 기록했다고 밝힌 바 있다. 나아가 배당금의 대폭 삭감을 예고하면서 투자자들의 우려를 키웠다.
상업용 부동산 부실 확대를 둘러싼 우려가 지속되면서 KBW 지역은행 지수도 이날 1.85% 하락, 5거래일 전 대비 낙폭이 10%에 달했다.
다만, 아직까지 월가 은행 담당 분석가들은 NYCB의 손실 충격이 다른 은행권으로 파급될 가능성이 제한적이라는 의견을 대체로 내놓고 있다.
씨티그룹의 키스 호로위츠 애널리스트는 “NYCB의 충당금 적립은 다른 은행 충당금 적립 수준에 맞추기 위해 따라가는 성격이 크다고 본다”며 “NYCB는 예외적인 사례”라고 말했다.
테슬라 주가 180弗 선도 위태
서학개미(서구권 주식 소액 개인투자자)의 ‘원픽’ 종목인 테슬라 주가는 이날 큰 폭으로 떨어지며 시총 순위에서 10위로 떨어졌다.
이날 뉴욕증시에서 테슬라 주가는 전장보다 3.65% 내린 181.06달러에 마감했다. 이날 오전 한때는 6.8%까지 떨어졌다가 낙폭을 줄였다. 이날 종가는 지난해 5월 19일(180.14달러) 이후 약 9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치다.
테슬라 주가는 올해 들어 이날까지 27.12% 떨어진 상태다. 시가총액은 지난해 말 7914억1000만달러(약 1057조원)에서 이날 종가 기준 5766억4000만달러(약 770조원)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이날 테슬라의 주가 하락에는 독일 소프트웨어 업체 SAP가 테슬라의 전기차를 더는 구매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는 언론 보도가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됐다.
로이터 통신과 마켓워치 등에 따르면 독일 일간지 한델스블라트는 2만9000대의 차량을 보유한 SAP가 테슬라 차량 구매를 중단하기로 했다고 회사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이 업체는 테슬라의 차 가격이 자주 바뀌어 구매 계획 수립이 어렵고, 테슬라가 차량 인도 일정을 제때 맞추지 않는 점을 문제로 꼽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더해 투자은행 파이퍼 샌들러는 테슬라가 올해 작년보다 약 7% 증가한 193만대를 인도할 것으로 예상하면서 목표주가를 295달러에서 225달러로 낮췄다. 앞서 월가 애널리스트들은 평균적으로 테슬라의 올해 인도량을 작년보다 약 20% 늘어난 220만대로 예상한 바 있는데, 파이퍼 샌들러의 새 전망치는 이보다 훨씬 낮아진 것이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전기차 수요가 위축되는 조짐이 나타난 데 더해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지난달 24일 실적 발표에서 올해 성장률이 작년보다 현저히 낮아질 것이라고 못 박은 이후 테슬라 주가는 내림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반면, 미 증시 대표 반도체 지수인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1.18% 오른 4388.10을 기록하며 상승세를 보였다.
지수 구성 종목 중 시총이 가장 큰 엔비디아가 전 거래일보다 4.79%나 오른 693.32달러에 장을 마치며 상승세를 이끌었다. 여기에 브로드컴(1.53%), TSMC(2.63%), 인텔(0.40%), 퀄컴(1.65%) 등도 상승 마감했다. 인공지능(AI) 반도체 글로벌 2위 기업 AMD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1.93% 하락했다.
“단순 低 PBR株 투자 모멘텀 소진…자사주 소각·배당 등 선별적 접근해야”
국내 증시 투자자들의 관심은 전날 2600선을 내준 코스피 지수가 이날 증시에서 다시 2600선 회복에 성공할 수 있을지 여부에 쏠린다.
지난 5일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0.92%(24포인트) 하락한 2591.31에 장을 마쳤다. 코스닥 지수도 전거래일보다 0.83%(6.78포인트) 하락한 807.99에 거래를 종료했다.
김석환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6일 장초반 코스피 지수가 “약보합권에서 상승 출발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미 10년물 금리 4.15%대 진입, 달러 강세 등 연준발(發) 불확실성에도 불구하고 골드만삭스의 목표주가 상향 조정에 따른 엔비디아발 미국 반도체주 강세 등이 이를 상쇄시킬 것”이라면서 “반도체와 저(低) 주가순자산비율(PBR) 업종 간, 저 PBR 업종 내 저 PBR 종목간 순환매 장세가 전개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 연구원은 원/달러 환율이 1300원대 이하로 좀처럼 내려오지 않는 고환율 부담이 증시를 짓누를 수 있다고 봤다. 연준 발 불확실성도 이유겠지만, 중국 경제와 증시의 불안에서 기인한 위안화 약세가 원화에 부정적 영향을 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 연구원은 “원화 약세는 외국인의 한국 증시 매수 유인을 약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면서 “다만, 실제 자금 유출입을 살펴보면 한국(+28억달러)이 대만(+24억달러), 중국(-24억달러) 등을 제치고 가장 많은 자금이 유압됐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저 PBR주 매수 드라이브에 따른 주가 상승 모멘텀은 이미 소진됐을 수 있다는 평가도 나왔다. 한 연구원은 “단순 저 PBR 주 매수 아이디어는 지난주 주가 폭등 과정에서 소진했다”면서 “자사주 매입·소각 및 배당 확대 여력 등을 고려해 저 PBR 업종 내 선별적인 종목 접근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