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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물가상승률이 2%대? 못 믿겠다"...어째서?[김용훈의 먹고사니즘]

[헤럴드경제=김용훈 기자] 2024년 1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8%를 기록했습니다. 작년 7월 이후 줄곧 3%대 상승률을 기록한 소비자물가상승률이 2%대로 떨어진 건 6개월 만입니다. 하지만 정작 서민들의 체감 물가는 여전히 높습니다. 실제 물가상승률이 2%대로 떨어졌다는 기사에 달리는 댓글을 보면 ‘어떤 물가가 떨어졌다는 것이냐’는 반응이 많습니다. 주변을 돌아보면 내 월급 빼곤 오르지 않은 것이 ‘1’도 없는데, 통계가 잘못된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옵니다.

총선 前 '공공물가' 동결로 물가 0.17%↓

왜 이런 걸까요. 1월 물가상승률이 2%대로 떨어진 첫 번째 요인 ‘공공물가’ 덕분으로 보입니다. 지난 7월부터 고물가가 지속되면서 서민 부담이 가중되자 4월 총선을 의식한 정부가 ‘민생’을 강조하면서 올 상반기 전기·가스·수도 요금을 동결했기 때문입니다. 실제 지난해 10월부터 12월까지 전년동월대비 9.7%씩 상승했던 전기·가스·수도 요금은 올해 1월 5.0% 상승하는데 그쳤습니다. 공미숙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소비자물가지수가 12월 대비 0.4%포인트 하락했는데, 공공요금 동결이 물가지수 하락에 기여한 기여도는 0.17%”라고 설명했습니다.

공공요금 말고도 ‘공업제품’ 물가 상승률도 둔화됐습니다. 지난 2022년 연간 기준 6.9%나 치솟았던 공업제품 물가상승률은 1.8% 상승하는데 그쳤습니다. 공업제품 물가상승률은 지난 11월 이후 국제유가가 하락하면서 영향을 받았습니다. 실제 두바이유 가격은 지난 11월 2일 배럴당 87.65달러로 최고치를 기록했는데, 12월 13일 74.87달러까지 떨어졌고, 1월에도 25일 전까지 70달러대를 기록했습니다. 여기에 소주 출고가격이 떨어진 것도 한 몫 했습니다. 정부는 올해 소주 출고분부터 제조장 가격에서 기준판매비율만큼을 차감한 과세표준을 신고·납부토록 했습니다.

넷플릭스부터 쌀국수집까지 '교묘한 인상'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농산물유통정보에 따르면 농산물 성수품 중 사과, 배 도매가격이 1년 전과 비교해 크게 올랐다. 22일 서울 동대문구 청량리청과물시장 내 한 상점에 사과와 배가 진열되어 있다. 임세준 기자

그럼에도 2%대 물가가 피부로 느껴지지 않는 이유는 뭘까요. 첫 번째 이유는 장바구니 물가는 여전히 고공행진 중이기 때문입니다. 실제 신선식품지수는 작년 1월보다 14.4% 올랐는데요, 지난해 10월(13.3%), 11월(13.7%), 12월(14.5%)에 이어 넉 달 연속 13%이상 뛰었습니다. 농산물은 15.4% 올라 지난달(15.7%)에 이어 두 달 연속 15%대 상승률을 기록했죠. 특히 사과(56.8%), 배(41.2%), 귤(39.8%), 딸기(15.5%) 등은 폭등하면서 과일값은 28.5%로 지난 2011년 1월(31.9%) 이후 13년 만에 가장 많이 올랐어요. 작황이 좋았던 귤조차 수요가 늘자 폭등했죠.

최근엔 레이더에 잡히지 않는 스텔스기처럼 물가지수엔 잡히지 않는 조용한 물가 상승인 ‘스텔스플레이션’이 국내에서도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대표 사례가 바로 ‘치킨무’입니다. 교촌치킨은 사이드로 주는 무를 한 팩 추가할 때마다 1000원을 더 받고 있고, 추가 숙주 값으로 1000원을 더 받는 쌀국수 가게도 늘었죠. 서비스 가격에 비용을 부과하는 사례도 늘었어요. 무료 서비스가 일반적이던 자동차 타이어 공기 주입도 유료로 바뀌는 추세입니다. 한 사람 계정으로 여러 명이 구독할 수 있던 넷플릭스도 동일한 인터넷주소(IP)를 쓰지 않으면 계정을 공유할 수 없게 됐습니다.

세종특별자치시 한 쌀국수집 메뉴판. 숙주 추가시 1000원의 비용이 청구된다. 사진=김용훈 기자
통장 찍힌 월급 올라도 고물가에 쓸 돈 줄어

우울한 건 2~3월엔 이런 2%대 상승률조차 지속해서 이어갈 것이라고 확신하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국제유가가 지난 1월 25일 배럴당 82.25달러로 다시 80달러대로 재상승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작년 9월부터 11월까지 이어진 실질임금 상승세는 다시 떨어질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습니다. 실질임금은 물가를 반영한 실제 구매력으로 나타낸 임금인데, 쉽게 말해 실질임금이 떨어졌다는 건 통장에 찍힌 월급은 올랐지만 고물가 탓에 쓸 돈은 줄었다는 뜻이죠. 한편, 작년 1~11월 실질임금은 전년 동기(354만9000원) 대비 3만원(0.9%) 하락한 351만9000원을 기록했습니다.

※[김용훈의 먹고사니즘]은 김용훈 기자가 정책 수용자의 입장에서 고용노동·보건복지·환경정책에 대해 논하는 연재물입니다. 정부 정책에 대한 아쉬움이나 부족함이 느껴질 때면 언제든 제보(fact0514@heraldcorp.com) 주세요. 많은 이들이 공감할 수 있는 기사로 보답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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