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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잘파세대’ 화장법 체험해보니…아는 것이 힘이더라 [뷰티의 진화, 디토가 대세]
맞춤형 화장품 서비스, 10~30대 인기
잘파세대, ‘이코노럭스’ 소비 방식 닮아
가성비 중시하면서도 가치에 따라 지출

[헤럴드경제=전새날·김희량 기자] “고객님은 진단 결과 핑크 베이스에 21호가 맞으세요. 화사한 느낌을 좋아한다고 하셨으니, 색깔을 한 단계 더 높이는 것도 추천해 드려요.”

특수 제작된 컬러 패치를 볼 위에 대고 태블릿 화면 가까이 다가갔다. 세 번의 촬영을 거치자 곧바로 피부 밝기와 톤 진단이 완료됐다. 태블릿에 떠 있는 수십 가지의 색 중 추천받은 색은 총 3가지. 각 색깔의 샘플 파운데이션을 피부에 펴 발라 본 뒤 ‘가장 마음에 드는 색’을 최종 선택했다. 조제 명령이 전달되자 로봇 팔이 빠르게 움직이며 본품을 만들기 시작했다.

1일 서울 성동구 ‘아모레 성수’. 아모레퍼시픽은 이곳에서 사전 예약을 통해 맞춤형 화장품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잘파세대(1990년대 중반~2000년대 후반 출생, Z세대+2010년 이후 출생 알파(α)세대)’ 기자가 직접 체험한 ‘헤라(HERA) 실키 스테이 커스텀 매치’ 서비스도 그중 하나다.

이날 서비스 진행을 맡은 메이크업 아티스트는 “주로 찾는 고객은 20・30세대”라며 “최근에는 10대 방문자도 많이 늘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예약 초반에는 재미로 오시는 고객이 많았지만, 지금은 자신과 맞는 화장품을 찾기 위해 방문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피부 진단을 마친 뒤 로봇이 조제 명령에 따라 맞춤형 파운데이션을 만들고 있다. 전새날 기자

진단부터 본품 제조까지 걸리는 시간은 약 40분, 가격은 1회당 7만원이었다. 체험을 마치고 나니 ‘가성비(가격 대비 품질)’가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동안 나에게 맞는 화장품을 찾기 위해 낭비했던 시간과 돈이 그 이상이었기 때문이다.

경제적 럭셔리를 뜻하는 ‘이코노럭스(Econo-Lux)’. 이는 경제적 합리성을 생각하면서도 자신에게 가장 큰 행복을 안겨주는 상품을 의미한다. ‘2024 문화 소비 트렌드’에서 소개된 올해의 트렌드 키워드 중 하나로, ‘디토 소비’와 연관이 깊다.

잘파세대의 소비 방식은 이코노럭스와 디토로 요약된다. 이들은 자신의 고유한 기준으로 나를 드러내고 표현하는 것에 지출한다. 즉 자신을 위한 소비를 중요하게 여긴다.

뷰티 제품의 소비도 마찬가지다. 자신의 피부 톤, 밝기, 특징과 결이 맞는 제품을 사용하려는 욕구가 크다. 이들은 저렴한 가격을 좋은 품질만큼 중요하게 생각하는 세대다. 하지만 가격이 비싸도 가치가 있다면 충분히 지불할 의사가 있다.

[헤럴드경제DB]

헤럴드경제가 잘파세대를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월평균 화장품 소비 금액은 5만원 미만이 응답자의 76%로 과반이 넘었다. 화장품 선택 시 중요 요인(복수응답)으로는 ‘제품 효능(83%)’과 ‘가격(73%)’을 주로 꼽을 만큼 ‘가성비’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경향을 보였다. 해당 설문은 지난달 26일부터 31일까지 전국 1995년~2014년 출생 한국 여성 60명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하지만 실제 평균적으로 소비하는 금액과 달리 자신이 원하는 제품을 구매하기 위해 기꺼이 더 많은 금액을 내기도 한다. 충북 제천에 거주하는 대학생 전혜리(20) 씨는 “아직 학생이기 때문에 정말 갖고 싶은 제품이 있다면 1개에 5만원까지 구매할 의사가 있다”고 답했다. 이는 70%가 넘는 잘파세대가 답변한 월평균 소비 금액과 같다.

전 씨는 대학교 입학 전 자신의 톤을 진단해주고, 그에 맞는 화장법까지 알려주는 서비스를 이용해 본 경험도 있다. 그는 “대학생이 되면서 외부의 시선을 신경 쓰게 됐다”며 “1회에 10만원이라는 거금이지만, 나에게 잘 어울리는 것이 무엇인지 알게 돼 돈이 아깝지 않다”고 했다.

1일 서울 성동구 아모레 성수를 찾은 소비자들이 헤라 맞춤형 서비스에 대한 설명을 보고 있다. 전새날 기자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을 위한 소비가 가치가 있다는 판단이다. 대학생 이민아(19) 씨는 “아무거나 사는 것보다는 나와 잘 맞는 제품을 쓰는 것이 훨씬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며 “특히 색조 화장품은 맨얼굴과 또 다른 나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수단이라 더 신경 써서 구매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는 잘파세대의 이코노럭스 소비 방식이 자연스러운 현상이 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박지현 전남대 문화전문대학원 교수는 잘파세대를 ‘자본주의보다 더 자본주의화된 세대’라고 평가했다. 비교적 풍요로운 환경에서 성장한 80년대생의 자녀로 갖고 싶은 것을 망설이지 않는 소비 경향을 보인다는 얘기다.

박 교수는 “그동안 기성세대들은 남들과 다른 나를 원하면서도 튀지 않아야 한다는 문화 속에서 살았다”며 “이제 개인의 가치를 훨씬 더 우선시하는 사회로 변화하고 있고, 그 중심에는 잘파세대가 자리하고 있다고 본다”고 분석했다.

newday@heraldcorp.com
hop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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