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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ELS사태로 확 바뀐 은행 "투자보다 예금·카드 판 직원 고과 더준다"[머니뭐니]
4개 시중은행 ELS 판매 전면 정지
투자상품·고령자판매 실적 비중 ↓
예금·카드·외환 중요성 확대될 듯
홍콩H지수 기초 ELS의 대규모 손실 현실화로 주요 시중은행들이 '주가연계증권(ELS)' 판매를 중단하는 가운데 31일 시중은행 중 ELS를 판매 중인 서울 중구 우리은행 본점의 비예금상품 판매 전담 창구의 모습. 우리은행은 금융소비자의 투자상품 선택권 보호 차원에서 ELS 판매를 지속할 예정이지만, 금융당국의 투자상품 관련 개선방안 검토 상황에 따라 판매정책을 정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연합]

[헤럴드경제=홍승희 기자] 홍콩항셍중국기업지수(H지수) 주가연계증권(ELS)의 대규모 손실로 은행이 ELS ‘릴레이 판매 중단’에 나선 가운데 영업 창구에선 다시 요구불예금과 같은 원금보장 상품이나 카드 판매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일부 은행은 핵심성과지표(KPI) 조정을 통해 투자상품 판매에 대한 실적 배점을 낮추는 등 영업점의 수익 경로 전환에 힘쓰고 있다. 금융당국이 은행의 고위험 투자상품 판매에 대한 부정적 의견을 피력하면서, 은행의 영업방식이 보수적으로 변하고 있다.

ELS 상품 전면금지에 KPI 개편까지…예금 등 비중 ↑

1일 금융권에 따르면 현재 5대 시중은행 중에선 우리은행만을 제외하고 모두 ELS 상품을 판매하지 않고 있다. 지난 10월부터 사실상 원금이 보장되지 않는 ELS를 취급 중단한 농협은행을 시작으로 하나은행, 국민은행, 신한은행이 차례로 ELS 관련 상품 판매를 전면 정지한 것이다.

이에 영업점의 영업 기류도 대대적인 변화를 맞고 있다. 고객의 투자 포트폴리오에서 고위험 투자상품의 비중이 줄어들고, 은행원 역시 안전한 예금상품이나 월급통장같은 저원가성 요구불예금 상품 가입을 유도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 KB국민은행은 올 상반기 KPI에서 투자상품 판매 실적에 대한 배점을 낮췄다. 구조화상품(ELS·ELF) 관련 수익은 지역본부 목표의 5%로 ‘캡(cap)’을 씌워 취급에 제한을 뒀었다. 예를 들어 한 영업점의 목표 수익이 100억원이라면, 작년까지는 ELS 상품만 100억원어치를 팔아 목표를 다 채울 수 있었지만 올해부터는 100억원어치를 팔아도 5%인 5억원어치만 실적으로 인정하는 식이다. 동시에 고령층을 대상으로 투자상품을 판매하면 실적을 감점토록 했다.

홍콩H지수 연계 ELS(주가연계증권)에서 내년 상반기 대규모 손실 가능성이 불거진 가운데 1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앞에서 홍콩지수 ELS 피해자들이 집회를 열고 있다. 연합뉴스

반면 요구불예금 등 핵심예금을 늘리는 데 배점을 일정 폭 늘렸다. 소비자 입장에서 원금 손실 위험이 전혀 없고, 은행 입장에서는 비용이 들지 않는 저원가성 상품을 통해 안정적인 이익을 내겠다는 것이다. 금융당국이 사실상 은행의 ELS 판매에 대한 부정적인 입장을 공식적으로 밝히면서, 각 은행의 ‘탈(脫) 투자상품’ 기조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A은행 관계자는 “은행은 어쨌든 영업을 해야하는 조직”이라며 “투자상품 판매에 대한 인정 범위가 줄어들다 보니 그만큼의 점수를 다른 걸로 채워야 해 예금, 외환 등의 중요성이 더 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금융위원회 관계자 역시 “향후 은행에서 고위험 투자상품은 팔지 않는 방향으로 가야되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소수의 대형 영업점에서만 투자상품을 취급하는 등 해외사례를 들여다보고 있다”고 말했다.

카드 ‘알짜고객’ 늘려주는 은행창구…판매 늘어나나

금융지주계열 카드사를 가지고 있는 은행들의 경우 카드 창구판매 역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최근에는 각종 핀테크에서 카드 비교·추천부터 발급까지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해 은행 판매의 필요성이 줄어드는 추세였는데, 은행원들의 실적 수단으로 카드판매·외환 등이 다시 떠오를 전망이다.

통상 은행원들의 경우 신용카드를 교부할 때, 그리고 해당 카드를 통한 매입액이 특정금액 이상일 때 등 각 실적 조건을 충족할 때마다 점수를 받는 식으로 실적을 인정받아 왔다.

특히 카드 판매의 경우 은행의 비이자이익을 늘릴 수 있는 주요 수단 중 하나다. 보통 은행원이 고객에 카드를 팔면 카드사가 좌당 특정금액을 수수료로 지급하지만, 연회비가 비싼 프리미엄 카드의 경우 조금씩 더 큰 수수료를 수취할 수 있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카드모집인을 통해 발급된 카드는 6개월 이후에는 거의 절반 이하로 떨어지지만 은행 창구를 통해 발급된 카드는 은행을 이용하는 알짜 고객이기 때문에 시간이 지나도 이용률이 꾸준한 편”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최근 영업점에서 떠오르고 있는 또 다른 주요 기조는 바로 ‘상생’이다. 은행원들은 부쩍 영업점에서 저신용자에 대한 대출 성적이 중요해졌다고 입을 모은다. 정부가 은행권에 연일 ‘상생 금융’을 강조하는 가운데, 은행들이 중저신용자에 대한 대출 비중을 늘려 실적화하는 모습도 감지되고 있는 것이다.

B은행 관계자는 “연초라 아직 실적을 위해 본격 달리는 분위기는 아니다”면서도 “최근에는 상생금융 점수가 중요해져 저소득자 신용대출을 취급하면 점수가 올라가는 식”이라고 말했다.

hs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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