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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비은행 뱅크런 어떡하지” 모교 서울대서 고민 털어놓은 한은 총재
“현행법으로는 비은행기관 검사·자료조사 쉽지 않아”
“정부와의 공조·한은법 개정 등 후속조치 연구돼야”
학계 지적하기도…“국내 연구 피하는 현실 안타까워”
[연합]

[헤럴드경제=문혜현 기자] “비은행 금융기관이 금융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과 역할이 지속적으로 높아지고 있으나 현행 한국은행법으로는 비은행금융기관에 대한 검사 및 자료조사가 용이하지 않은 문제가 있다. 비은행금융기관을 자금조정대출의 대상기관으로 포함하기 위해선 감독·조사 측면에서 정부와의 공조가 어떠한 방식으로 변화해야 하는지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1일 오후 서울대학교에서 개최된 ‘2024 경제학 공동학술대회’ 만찬사에서 지난해 벌어진 실리콘밸리 은행(SVB) 대규모 자금 인출 사태(뱅크런)와 관련해 이같이 말했다. 우리나라 또한 비슷한 시기 새마을금고 뱅크런 우려가 있었던 만큼 중앙은행인 한은이 적시에 유동성을 공급하는 문제가 중요해졌는데, 법적 한계가 있어 제도에 대한 국내 연구가 필요하다는 취지다.

학술대회 첫날 국내 주요 경제학자가 모두 모인 자리에서 중앙은행 총재가 비은행금융기관 유동성 공급에 대한 검토를 공개적으로 부탁한 것이다. 이 총재는 ‘최근 통화정책의 연구 과제’라는 주제의 만찬사를 통해 지난해와 올해 한은의 고민을 허심탄회하게 털어놨다.

이 총재 또한 서울대 경제학과 출신으로, 한때 교수로서 후배들을 가르치기도 했기 때문에 더욱 솔직하게 한은의 논제를 던진 것으로 풀이된다. 이 총재는 이날 한은의 조건부 포워드 가이던스를 비롯해 금융중개지원대출, 중립금리의 추정, 중앙은행 대출제도 문제 등에 대한 연구를 당부했다.

이 총재는 “최근 한국은행은 3개월 시계(horizon)에서 정책금리에 대한 금융통화위원들의 견해가 어떠한지 설명해 왔다. 이를 언론에서는 한국형 점도표(Dot Plot)라고 부르고 있다”며 “한국은행은 올 하반기부터는 반기가 아니라 분기별 주요 경제 전망치를 발표하고자 하는데, 이러한 상황에서 향후 조건부 포워드 가이던스를 더 발전시키는 것이 바람직한지, 또 그렇다면 어느 정도 시계(horizon)까지 확장해서 발표하는 것이 바람직한지에 대해 현재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30조원 규모로 운영 중인 금융중개지원대출과 관련해선 중앙은행의 역할을 둘러싼 찬반 주장을 모두 언급하며 근본적인 논의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 총재는 “기축통화국이 아닌 우리나라의 경우 제로금리 하한에 직면할 때, 선진국이 사용한 양적완화 같은 비전통적인 통화정책을 전면적으로 실시하기는 어려울 수 있다”며 “그렇다고 재정에만 의지해 구조적 침체에서 벗어나려 하면 재정적자 확대가 국가신용도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는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중립금리 추정은 저출산 및 고령화로 인한 인구구조 변화 등 대내 요인으로 중립금리가 장기적으로 하락할 가능성을 언급하며 학계의 연구를 재차 당부했다.

[연합]

이 총재는 이날 특히 비은행기관 뱅크런과 관련한 우려를 드러냈다. 그는 “지난해 실리콘밸리 은행 사태에서 우리가 배운 가장 큰 교훈은 디지털화된 금융시장에서 대규모 예금인출이 매우 빠르게 확산될 수 있으며, 예금도 더 이상 안정적인 자금조달 수단이 아닐 수 있다는 경고였다”라며 “이와 관련해 비은행기관의 포함 문제와 상설대출기구 자금조정대출의 기능을 강화하는 이슈가 남아 있다”고 말했다.

이 총재에 따르면 현행 한은법 아래선 상시대출의 경우 한은이 금융기관의 대출채권을 담보로 받을 수 없다.

대출채권의 담보 인정은 한은법 제65조에 따라 금융통화위원회 4명 이상의 찬성이 필요한 긴급 대출 시에만 가능한데, 이 경우 금융기관의 낙인효과(stigma effect)에 대한 우려가 커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에 이 총재는 “금융기관들이 낙인효과를 우려하지 않고 대출채권을 담보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선 한은법 제64조에 따른 상시대출제도의 적격담보 범위를 대출채권까지 확대하는 한은법 개정 등의 후속 조치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짚었다.

다만 이 총재는 “그만큼 한은 대출에 대한 접근성이 높아지면서 발생하는 도덕적 해이 문제를 어떻게 예방할지에 대한 검토와 연구도 병행돼야 한다”고 했다.

끝으로는 지난해 초 초단기금리가 기준금리 아래로 내려가는 등 시장 변동성이 컸던 상황을 언급하면서 공개시장운영 대상에 자산운용사를 포함하는 문제를 언급했다. 우리나라의 독특한 단기자금시장 구조를 고려할 때 최적의 공개시장운영 방식은 무엇인지, 또 공개시장 운영시 통화안정증권의 역할을 어떻게 해 나갈 것인지 근본적인 물음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한편 이날 이 총재는 국내 연구진이 우리 경제 연구를 해외 학술지 게재가 어렵다는 이유로 기피한다는 점을 말하며 안타까운 마음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는 “우리나라 경제에 관한 수준 높은 연구가 필요한 상황에서 국내 연구에 대한 평가가 신뢰받지 못해 우수한 젊은 교수님들이 국내 연구를 기피한다는 것은 매우 안타까운 현실이라고 생각한다”며 “주제넘은 참견 같지만, 통합 경제학회에서 이러한 현실을 개선할 방법은 없는지 고민하셔야 할 때인 것 같다”고 했다.

moon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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