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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상장사 연초부터 자사주 매입·소각 봇물
1월 매입액 전년보다 1698억 ↑
셀트리온·동원산업 소각 이어져

금융당국이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증시 저평가) 해소를 위해 주주환원 강화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는 가운데 상장사들이 이에 부응하는 결정을 발빠르게 내놓고 있다.

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달 2일부터 30일까지 자사주 취득(자기주식취득결정·자기주식취득신탁계약체결결정) 공시 건수(연장결정 제외)는 21건으로 전년 같은 기간과 동일하다. 다만 올해 자사주 매입 규모는 7388억여원으로 전년(5690억여원)대비 1698억여원 증가했다.

가장 큰 규모로 자사주 매입을 발표한 기업은 기아자동차로 5000억원 규모다. 그러나 지난해 1월에도 기아는 동일 규모로 자사주 매입을 알렸다. 올 들어 규모가 급증한 이유는 증권사들이 동참하면서다. 미래에셋증권은 지난달 25일 696억여원(보통주1000만주·2우선주50만주) 규모 자사주 매입을 알렸고, LS투자증권으로 최대주주가 바뀐 이베스트투자증권은 637억여원 규모를 발표했다. 이외 한미반도체(200억원), 아세아제지(200억원), 종근당(150억원)도 지난달 주가안정 및 주주가치 제고 목적으로 자사주 매입 계획을 내놨다.

자사주 소각도 이어지고 있다. 셀트리온은 지난달 8일 약230만주(발행주식총수의 1.05%) 자기주식 소각 신청 절차에 돌입했다. 동원그룹의 지주사인 동원산업은 지난달 16일 약1046만(22.5%)주를 소각하기로 결정했다. 발행주식 총수의 5분의1을 한 번에 소각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지난달 31일 삼성물산도 3기 주주환원 정책(2023~2025년) 첫해를 맞아 1조원대 자사주를 소각하기로 했다. 보통주 780만8000주와 우선주 전량을 소각해 시장 불확실성을 해소하면서도 주주가치를 높이겠다는 것이다. 배당에도 힘쓰고 있다. 삼성물산은 올해 보통주 주당 2550원, 우선주 주당 2600원의 배당을 시행하기로 했다.

삼성전자도 업황 악화에 따른 실적 부진에도 3년간 발생하는 잉여현금흐름의 50%를 주주환원에 활용하는 기존 주주환원 정책을 동일하게 유지하기로 했다. 삼성전자는 올해부터 2026년까지 3년간 발생하는 잉여현금흐름의 50%를 환원하고 연간 9조8000억원의 배당금을 지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는 기존 2021∼2023년 3개년 주주환원 정책과 동일한 수준이다.

매년 잔여재원을 산정해 충분한 잔여재원이 발생할 경우 정규 배당 외에 추가 환원을 검토하는 정책도 유지하기로 했다. 주주환원 정책 대상 기간 종료 이전이라도 인수·합병(M&A) 추진, 현금 규모 등을 감안해 탄력적으로 신규 주주환원 정책 발표와 시행이 가능하다고 삼성전자는 밝혔다.

삼성전자는 주당 보통주 361원, 우선주 362원의 기말배당을 결의했다. 주주환원 정책상 연간 배당금액에 따라 4분기 배당총액은 2조4500억원이다. 3월 정기주주총회의 최종 승인을 거쳐 지급될 예정이다. 2021∼2023년 3년간 총 잉여현금흐름은 18조8000억원으로, 정책상 주주환원 재원인 잉여현금흐름의 50%는 약 9조4000억원이다. 삼성전자는 이번 기말배당을 포함해 3년간 총 29조4000억원의 배당을 지급하게 되는데, 이는 총 잉여현금흐름의 157%와 주주환원 재원의 313%에 해당한다.

기업들이 자사주 매입에 동참하는 이유로는 주주가치 제고가 있다. 자사주 취득으로 유통주식수가 줄면 주가 하락을 방어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고, 경영진의 의지를 보여주는 정책으로도 해석된다. 그러나 진정한 의미에서의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선 자사주 소각이 필요하단 지적도 꾸준하다. 자사주 매입으로만 그칠 경우 지배 주주의 지배력 확대 수단으로만 활용될 공산도 있기 때문이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우리나라는 기업들이 지배구조를 공고히 하기 위한 수단으로도 쓰고, 회사의 재테크 수단으로도 쓴다”며 “유동 물량을 줄인다는 의미는 있지만 주주환원으로서 의미가 별로 없다. 결국 자사주 소각으로 이어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내 상장기업들의 자사주 매입·소각 규모는 증가하고 있다. 기업데이터연구소 CEO스코어에 따르면 지난해 상장사의 자기주식 취득 금액은 8조3519억원으로 전년 대비 39.0% 늘었다. 자사주 소각 금액은 전년 대비 33.3% 증가한 4조7626억원이다.

유동현 기자

dingd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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