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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저귀 3개 차고 휠체어 묶였나…요양원서 숨진 치매父, 무슨 일?

퉁퉁 불어있는 B씨의 팔. [유족 제공]

[헤럴드경제=나은정 기자] 청주의 한 노인 요양원에서 치매 환자가 입소 2주 만에 패혈증에 걸려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유족은 요양원 측의 학대를 의심하고 있으나, 요양원 측은 전문기관의 학대 판정과 CCTV 삭제 정황까지 나왔는데도 과실을 부인하고 있다.

31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치매를 앓던 70대 남성 A씨는 지난해 8월 3일 청주의 모 노인요양원에 입소했다가 2주 만에 요로감염에 걸려 응급실에 실려 갔다.

그는 당시 기저귀 3개를 덧대어 착용하고 있었고, 맨 안쪽 기저귀는 대·소변으로 이미 더러워진 상태였다. A씨는 결국 병원에 간 지 2개월여만에 사망했다. 사인은 요로감염으로 인한 패혈증이었다.

유족은 A씨가 병원에 실려온 이후 요양원에 기저귀 관리에 대해 항의했고, 담당 직원은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했다. 그러나 갑자기 이 직원이 해고되더니 연락이 닿지 않았고, A씨가 위독해지자 요양원 대표 B씨가 책임을 부인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유족은 평소 움직임에 무리가 없었던 A씨가 병원 입원 당시 발이 차가웠던 이유에 대해 요양원 측이 "할아버지가 평소 기력이 없어 낙상 위험 때문에 입소 이튿날부터 휠체어 생활을 했다"고 답변하자, 이 같은 내용을 충북도 노인전문 보호기관에 학대 의심 신고를 넣었다.

기관 조사 결과 요양원 측이 보호자의 동의를 받지 않고 신체 억제대를 활용해 B씨를 휠체어에 결박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기관은 학대 판정을 내린 뒤 사건을 행정처분 권한이 있는 청주시로 넘겼고, 시의 추가 조사에선 요양원 측이 내부 CCTV 영상 기록을 삭제한 정황까지 발견됐다.

A씨 사망 일주일 전 모습. [유족 제공]

이후 유족이 요양원에 대한 고소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A씨가 매일 챙겨 먹어야 하는 당뇨약과 혈압약이 일주일간 빠진 사실이 추가로 확인됐다.

유족은 "요양원이 입소 기간 내내 아버지가 적응 기간이라는 이유로 가족의 면회를 거부했다"면서 "표현도 잘 못하시고 전화도 받으실 줄 모르시는 분인데, 활동량도 많으셨던 분이 휠체어에 묶여서 어떤 생활을 했을지 상상만 해도 괴롭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그러면서 "당뇨·혈압약을 1주일간 드시지 못한 것도 사인과 무관치 않다고 본다"면서 "그렇게 면역력이 떨어진 상태에서 오염된 기저귀를 차고 계셨으니 패혈증까지 오신 것 같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요양원 대표 B씨는 "남성 치매 환자의 경우 소변이 잦아 기저귀를 3개까지도 착용하게 한다. 요로감염은 이들에게서 흔히 발생하는 질환"이라며 "B씨는 고령인 데다 당뇨 등 기저질환이 있어 합병증으로 돌아가신 것"이라고 반박했다.

또 A씨를 휠체어에 태운 뒤 보호자의 동의를 받지 않고 억제대를 사용한 데 대해서는 "낙상 위험 때문에 식사 시간에만 착용시켰다"고, CCTV 영상이 없는 데 대해서는 "배전 문제로 건물에 정전이 자주 발생하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유족은 지난 18일 경찰에 노인복지법 위반 혐의로 대표 B씨에 대한 고소장을 접수했다. 한편 B씨는 현재 유족에게 손해배상청구권이 없다는 내용의 채무부존재 확인 조정 신청을 법원에 냈다.

경찰 관계자는 "조만간 B씨를 불러 조사한 뒤 필요하다면 증거자료 확보를 위한 강제수사에도 나설 것"이라며 "요양원 측의 관리 부실과 A씨 사망 사이의 인과관계에 대해서도 의사 자문을 받아 규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betterj@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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