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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교육부 ‘무전공 확대’ 사실상 강제
교육계 “한국 현실 동떨어져” 지적

교육부가 올해 대학 입시부터 ‘무전공(전공자율선택)’ 확대를 사실상 강제한다. 대학별 수십억원이 걸린 재정지원 평가 때 무전공으로 정원을 더 많이 선발하는 대학에 가산점을 높게 주기로 하면서다. 교육계와 대학가에서는 ‘융합인재’ 양성이라는 목표에 공감하면서도, 국내 교육 현실을 함께 고려해야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무전공 선발따라 지원금 차등 지급”=31일 교육부에 따르면 교육부는 ‘2024년 대학혁신 지원사업 및 국립대학 육성사업 기본계획’을 통해 올해 무전공 신입생 선발 비율에 따라 재정지원 인센티브 비율을 다르게 책정할 계획이다. 학생 전공 선택권을 확대하려는 대학의 시도와 노력을 정성적으로 평가해, 사립대의 경우 가산점을 받는다. 사립대 등 117곳을 대상으로 하는 대학혁신 지원사업에서 가산점 최고 10점을 받으려면 신입생 25% 이상을 무전공으로 선발해야 한다. 교육부 관계자는 “대학평가에 따라 부여하는 S~C등급에 따라 지원금이 약 20억원까지 차이가 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대학도 이 같은 교육부 기조에 맞춰 무전공 선발을 확대하는 분위기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가 30일 발표한 135개교 회원대학 대상 설문조사에 따르면, 무전공을 운영하지 않는 대학 77.0%가 향후 도입하겠다고 했다.

교육부가 무전공 선발을 확대하는 명분은 ‘융합인재’ 양성이다. 한 가지 전공으로 졸업하는 폐쇄적인 대학의 전공선택 구조로, 산업계가 필요로 하는 다양한 인재를 배출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선진국 대학에서 이미 정원 절반 이상을 할애해 이공계 인재를 양성하고 있다는 주장도 있다. 교육부 관계자는 “스탠포드대 등 선진국 명문대는 학부생 대다수를 자유전공으로 뽑고, 절반 이상이 이공계를 전공한다. 반면 인문계 졸업생 대다수는 취업조차 하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대학 서열화 고착”, “이공계 학력저하” 우려도=그러나 무전공 선발 확대를 위해선 국내 교육여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도 계속되고 있다. 우선 한국에 고착화한 대학 ‘서열화’ 기조가 거론된다. 서울 소재 한 교육학과 교수는 “한국은 모든 인프라가 모인 서울을 중심으로 대학이 서열화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지역별 대표 대학이 있는 미국과는 전혀 다르다”며 “무전공 선발을 대학에 밀어붙일 시, 대학별 특화한 전공이 아닌 대학 간판만 보고 수험생이 모여 서열화를 강화시킬 수 있다”고 했다.

이공계열 교육현장에서도 우려가 나온다. 우선 이과생이 유리한 수능 구조는 계속될 전망이다. 2022학년도에 문·이과 통합형으로 수능이 바뀌면서 입시지형은 이과생이 유리해진 상황이다. 문·이과 수험생 과목 구분을 없애고 ‘공통+선택’ 과목 구조로 모든 학생이 수능을 치르게 해, 수학을 잘하는 이과학생들이 높은 점수를 받게 되면서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무전공으로 인문·자연계열 통합선발을 하면 결국 이과생에게 유리하고 문과생은 진학기회가 줄어들 수 있다”고 분석했다.

정작 이공계 교수 사이에선 이과생 학력저하 현상을 지적한다. 문이과 통합 수능으로 수학 학습 부담이 준 이후, 의대 쏠림까지 겹쳐 이공계열 신입생 학력이 낮아졌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서울대가 지난해 도종환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이 학교가 치른 2023학년도 신입생 수학 특별시험에서 응시생 1624명 중 41.8%가 고교 수학에 해당하는 ‘기초수학’과 ‘미적분학’ 수강 대상자로 분류됐다.

이런 가운데 대학 신입생이 이공계열 학과에서 집중적인 교육을 받지 못할 경우 이 같은 현상이 더욱 심화할 것이란 우려다. 서울 소재 한 공과대 교수는 “지금도 영재교육 등을 받은 최상위권 학생과, 최하위권 학생 간 격차가 매우 크지만, 수업 수준은 하위권 학생에 맞춰야 해 교육의 질도 낮아지고 있다”며 “무전공 선발로 저학년 때 기초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하면 고학년에서도 이런 기조가 심해질 것”이라고 했다.

박혜원 기자

k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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