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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원에 할아버지가 계시는데 좀 이상해요, 샌들을…” 무슨 일인가 했더니
안양천 하천변 [연합]

[헤럴드경제=이원율 기자]지난 21일 오후 5시30분께. 해가 차츰 넘어가고 있는 때였다.

한 시민이 순찰차에 대고 다급히 멈춰줄 것을 요청했다. 그곳은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이었다. 112 신고 출동을 마치고 돌아가던 순찰차는 시민의 급해보이는 행동에 브레이크를 밟을 수밖에 없었다.

"공원에 할아버지가 한 분 계시는데 조금 이상해요."

시민이 전한 말이었다. 차가운 공기에도 얇은 외투를 입고 샌들을 신은 채 정처 없이 걷는 모습이 무언가 이상해보였다는 것이었다. "댁이 어디세요"라고 물었지만 답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고 했다.

이 시민은 그런 어르신에게 마음이 쓰였다. 하지만 갈 길이 바빠 발걸음을 이어갔고, 이 와중에 순찰차를 보고 제보에 나선 것이었다.

문래지구대 소속 오권(50) 경위와 문형주(24) 시보 순경을 즉시 순찰차에서 내렸다.

시민에게 들은 인상착의를 참고해 공원 일대를 뒤지기 시작했다.

어떻게든 일을 빨리 풀어야 했다. 해가 완전히 저물면 온도가 급격히 떨어질 것이었다. 심지어 이튿날 서울의 아침 최저기온은 영하 10도로 내려갈 것으로 예보된 상황이었다.

약 30분이 흘렀다. 오 경위와 문 순경은 주변 행인을 상대로 탐문과 수색을 이어가고 있었다. 이쯤, 이들 둘은 샌들을 힘없이 끌며 넘어질 듯 아슬아슬하게 걷는 A(76) 씨를 발견할 수 있었다.

오 경위는 "시간이 흐를수록 할아버지가 멀어지고 어두워져 수색이 어려울 것 같아 마음이 다급했었다"며 당시 상황을 돌아봤다.

A 씨는 추위로 얼굴이 꽁꽁 얼어붙은 상태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A 씨는 집이 어디인지 기억했지만, 가족 연락처를 물으면 횡설수설하며 제대로 대답을 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A 씨는 휴대전화도 갖고 있지 않은 상태였다.

오 경위와 문 순경은 A 씨를 일단 지구대로 데려왔다. 차가운 몸을 녹일 따뜻한 차를 가져왔다.

A 씨가 가진 신분증을 토대로 신원 파악이 이뤄졌다.

그 결과, 그는 당일 오전 9시께 경기도 광명에서 실종 신고가 접수된 치매 노인이었다.

그는 광명에서 안양천을 따라 몇 시간을 집 반대 방향으로 걸어온 것이었다. 다행히 눈에 띄는 건강상 이상은 없었다.

경찰은 A 씨 자녀에게 연락해 아버지를 보호 중이라고 알렸다. 지구대를 찾은 가족에게 A 씨를 무사히 인계할 수 있었다.

오 경위는 그냥 지나칠 수 있었던 A 씨를 살펴보고 이를 제보까지 해준 시민에게 감사함을 전했다.

그는 "저희야 당연히 해야 할 일이지만, 어르신들이 무사히 귀가하는 모습을 보면 기분도 좋고 직업의 보람도 찾는다"며 "주변을 살펴 어려운 상황에 처했거나 도움이 필요해보이는 상황이 있다면 경찰에 알려달라"고 했다.

yul@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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