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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치 상향에 베팅” 다시 늘어난 엔화예금
12월 감소 잔액, 이달 상승 전환
“엔화 더 오른다” 엔테크족 유입
4월 일본 금리인상 가능성 대두

지난달 엔화 가치 급등과 함께 줄어들었던 주요 은행의 엔화예금 잔액이 이달 들어 다시 증가세로 전환했다. 지난달 엔화 가치 급등과 함께 ‘환차익’을 실현한 자금이 대거 빠져나갔음에도 지속적으로 엔화 가치 우상향을 예측한 투자자들이 몰리고 있다는 얘기다.

▶‘환차익’ 실현하고 떠난 엔테크족, 다시 돌아온다=29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24일 기준 엔화예금 잔액은 1조1435억엔으로 지난해 말(1조1331억엔)과 비교해 104억엔가량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약 640억엔이 감소세를 보였던 엔화예금 잔액은 이달 증가 추세로 전환했다.

지난해 3월 말 기준 6222억엔 수준이었던 5대 은행 엔화예금 잔액은 줄곧 상승세를 지속하며 약 8개월 만에 두 배가량 불어났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00엔당 1000원을 넘나들던 원/엔 환율이 지난해 5월을 기점으로 900원대 밑으로 떨어지며 ‘역대급 엔저’ 현상이 나타난 영향이다. 엔화 가치 하락에 환차익을 노린 자금이 대거 몰린 셈이다.

지난해 11월 말 기준 5대 은행의 엔화예금 잔액은 한 달 새 14.1%가량 늘어나며, 역대 최대치인 1조1971억엔을 기록했다. 원/엔 환율이 15년 만에 최저 수준인 100엔당 850원대까지 떨어진 영향이다. 하지만 12월부터 이같은 추세는 반전했다. 850원대까지 하락했던 원/엔 환율이 12월 들어 900원대를 넘어선 데 이어, 22일 기준 915원까지 상승했기 때문이다. 미국의 금리 인하 기대감이 높아진 가운데, 일본은행의 ‘제로금리’ 통화정책의 변화 가능성이 대두되면서다.

12월 한 달 새 원/엔 환율이 60원(6.89%)가량 오르며 차익을 실현한 자금은 대거 빠져나갔다. 한국은행의 ‘국내 거주자 외화예금 동향’에 따르면 12월 말 기준 국내 거주자 엔화예금 잔액은 97억달러로 한 달 새 2억2000만달러가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직전 세 달간 엔화예금 잔액은 줄곧 증가세를 기록한 바 있다.

▶“올해는 마이너스 금리 해제된다” 전망 이어져=그러나 올해 들어 엔화예금 잔액은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달 시작된 엔화 가치 상승세가 이어질 수 있다는 시각이 대두하면서다. 은행권 관계자는 “엔화예금의 경우 투자할 수 있는 예금상품이 0% 금리인 탓에, 일부 실수요 외에는 단기 환차익 수요가 대부분”이라며 “향후 엔화 가치 상승을 노린 자금이 계속 몰린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여기에는 일본이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뒤집을 수 있다는 기대가 큰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일본 중앙은행(BOJ)는 지난 22일 올해 첫 번째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기준금리를 마이너스(-) 0.1%로 동결하기로 결정했다. 애초 예상했던 인플레이션 전망(2.8%)이 2.4%로 다소 낮아졌기 때문이다. 물가상승률 전망치가 하락할 경우, 금리 인상을 통해 이를 상쇄할 요인이 약해진다.

다만 시장에서는 일본 주요 기업의 임금협상(춘투)이 끝나고 새로운 회계연도가 시작되는 4월부터 일본의 금리 인상이 시작될 수 있다는 전망이 유력해지고 있다. 일본은행이 마이너스 금리 해제 조건으로 제시해 온 ▷물가 2%의 지속·안정적 상승 ▷임금과 물가 상승 선순환 등 조건이 충족되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은행이 마이너스 금리를 해제할 시 약 17년 만에 금리를 인상하게 되는 셈으로, 엔화 가치 상승 압력은 커질 수밖에 없다.

박태형 우리은행 시그니처TCE센터 부지점장은 “올해 미국이 최소 5월부터 금리를 내릴 거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으며 일본이 이에 대응해 금리를 올리거나 최소한 금융완화 정책을 수정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라고 말했다. 이어 “만일 시장의 기대에 따라 단기금리 인상이 이루어질 경우, 900원을 조금 웃돌고 있는 현재 원/엔 환율은 더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환차익’을 노린 엔화 투자의 매력 전망에 대해서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엇갈린다. 엔화의 경우 예금 등을 통해 별도 투자 수익을 얻을 수 없기 때문이다. 정성진 KB국민은행 강남스타PB센터 부센터장은 “만약 원/엔 환율이 960원까지 간다고 해도 실제 손에 쥘 수 있는 수익률은 크게 높지 않은 상태”라며 “시장 예상과 다른 대외적 변수도 작용할 수 있기 때문에, 투자 성향에 따른 신중한 판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광우 기자

wo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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