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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증시는 원래 韓美동조 아니었어? 올해는 왜 ‘韓中동조’로 바뀌었을까요 [유혜림의 株마카세]
작년 말 ‘AI 랠리’ 사라지고 中리스크 부각
中 경기 먹구름에 韓기업 실적 우려로 이어져
국내에선 차익실현·외인 선물 순매도 이슈도
[망고보드]

[헤럴드경제=유혜림 기자] "중국과의 동조화 현상이 심해지고 있다"

새해 들어 고공행진하는 미국과 일본 증시와 달리 한국과 중국만 부진의 늪에 빠지면서 이같은 진단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올해도 중국 경기 전망에 먹구름이 끼자 한국 기업들의 실적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인식이 투심에도 반영됐다는 진단인데요.

사실 시간을 잠깐만 돌려보면, 작년 하반기까지만 해도 중국이 아니라 '미국 기술주와의 동조화 현상'을 다룬 분석들이 많았습니다. AI(인공지능) 수혜 기대감에 국내 반도체 관련주도 급등했지요. 그런데 새해 들어선지 얼마나 됐다고 '중국 동조화' 현상이 왜 이렇게 부각됐을까요. 국내 증시가 '유독' 부진한 이유, 대내외 요인까지 두루 살펴보겠습니다.

▶한국만 왜 이래?=한국 증시에 날아들던 ‘까치랠리’(1월 상승 효과)가 사라지면서 시장 상황이 더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올 들어 코스피(25일 기준)는 6.96% 내렸습니다. 홍콩 항셍지수(-4.9%)보다도 더 떨어졌네요. 같은 기간 중국 상하이종합지수와 심천종합지수는 각각 2.31%, 8.05%로 하락했습니다. 반면, 일본 니케이225 지수는 8.28% 올랐고 미국 S&P500도 2.61% 상승했습니다. 일본은 미국과 상승세를, 한국은 중국과의 하락세를 함께 타는 모습입니다.

그래서 부진한 중국 경기를 국내 증시의 대외 악재 요인으로 꼽는 분석이 많습니다. 국내 증시 상승의 가장 중요한 수급 주체가 바로 외국인 투자자인데요, 중국 증시가 흔들리자 신흥국에 엮인 다른 국가들에 대한 투심도 위축됐다는 겁니다. 한 운용역은 "이머징 마켓에서 중국 비중이 줄었지만 그래도 여전히 가장 큰 상태"라며 "중국의 부진 자체가 신흥국 매력을 전반적으로 낮춘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나정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한국 경기는 중국 경제와 많이 엮이다 보니 중국 실물경제 하락 충격에 국내 기업의 실적 회복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본 것"이라며 "중국 12월 주택 가격은 전월대비 0.45%를 내리면서 중국 부동산 우려도 커지는 분위기"라고 분석했습니다. 이와 달리, 일본은 대미 수출이 호전세가 부각되면서 자동차, 반도체, 기계업체 업종들이 수혜를 보고 있다는 설명입니다.

▶'중국 리스크'...韓기업은 좀 억울하다?=그런데, 사실 한국 기업들이 중국 시장에 대한 의존도를 계속 키워온 건 아니거든요. 지난달 국가별 수출 비중은 미국과 중국 각각 23%, 21%로 대미 수출이 20년 만에 앞지르기도 했지요. 선진국 증시에서 중국에 대한 노출도가 있는 기업들로 구성된 지수를 살펴봐도 오히려 신흥국 지수를 웃도는 수준으로 선전하고 있습니다. 단순히 중국에 대한 노출도만으로 하락 배경을 설명하기엔 뭔가 부족해 보입니다.

유안타증권 리서치센터.

그래서 내부 요인을 가격에서 찾는 분석도 있습니다. 실제 지난해 연간 수익률이 높은 업종들을 중심으로 낙폭이 컸고, 이들이 국내 증시를 끌어내렸다는 조사 결과도 있어요. 대표적으로 철강·2차전지 업종의 작년 수익률은 무려 60%를 웃돌았는데 새해 들어 10% 넘게 빠졌습니다. 반대로 올 하락장을 견딘 업종을 살펴보니 애초에 연간 수익률이 저조했던 소프트웨어, 유틸리티 등으로 나타났습니다. 애초에 차익 실현으로 재미를 보기 애매한 업종이었던 것이죠.

이렇듯 대외에선 '중국발 투심 위축'을, 내부에선 '수급 이슈'를 같이 놓고 봐야 한국 증시가 부진한 배경을 알 수 있습니다. '한미 증시 동조화' 진단이 쑥 들어간 배경도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미국 증시는 AI 상승장이 계속 탄력을 받고 있지만 올 들어 국내 증시는 차익실현 움직임에 삼성전자(-6.5%), SK하이닉스(-3.89%) 등 주가가 일제히 내렸지요. 즉, 반도체 등 차익 실현 움직임에 중국발 투심 위축까지 맞물리면서 상대적으로 '중국 리스크'가 부각됐다는 얘깁니다.

강대석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국내 증시에선 이익 실현 매도세가 강하게 나타나는 등 가격 요인이 영향을 미쳤다"며 "(AI 테마 투자 수요가 약해진 것처럼 보이지만) 대형주 대신 중형주를 중심으로 옮겨가면서 여전히 에너지를 유지 중"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또 한국만 '유독' 부진한 이유는 가격뿐만 아니라 수급 요인도 함께 살펴봐야 한다고 함께 짚었어요.

▶총선에 공매도 정책...불확실성 커진 韓 증시=수급 측면에선 외국인 선물 순매도가 영향을 준 것으로 파악됩니다. 외국인의 선물 매도물량을 국내 기관이 받고, 더 비싼 현물로 파는 프로그램 차익거래를 진행하면서 지수가 떨어졌다는 진단입니다. 외국인은 지난해 12월 4조7000억원에 달하는 순매수 행보를 보였는데 올 들어 5조5600억원어치 코스피200 선물 물량을 던지고 있습니다.

다행인 건 어느 정도 정리가 된 흐름으로 보입니다. 강 연구원은 "이익실현 움직임은 12월 상승분을 모두 되돌리며 진정될 전망"이라며 "외국인 선물 관련 수급은 그간 나타났던 계절적 요인을 고려하면 일단락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새해 들어 순매도세 행진을 보이는 연기금의 순매수 전환이 국내 증시 반등의 관건이 될 것으로 봤습니다.

사실 외국인의 선물 매도에 대한 해석은 분분하지만 '공매도 금지의 여파'라는 해석도 나옵니다. 공매도 효과를 비슷하게 낼 수 있는 파생상품시장 거래가 활발해지는 일종의 '풍선 효과'가 나타나는 겁니다. 한 자산운용사 임원은 "4월 총선까지 앞둔 데다 최근 공매도 금지 조치 기한이 길어질 수 있다는 기류가 포착되면서 글로벌 IB들이 정책 불확실성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분위기"라고 말했어요.

중국 경기가 살아나면 좀 나아질까요? 중국 공산당 지도부가 정책금리인 지급준비율을 낮추는 등 증시 부양책을 내놓고 있지만 여전히 시장에선 단기 낙관론과 비관론이 엇갈리는 분위기입니다. 참, 최근에는 훨훨 나는 TSMC를 필두로 대만 증시의 시총이 한국 증시를 앞질렀다는 소식까지 전해졌지요. AI 사이클에서 국내 기업들이 제대로 평가받지 못한 것만 같은, 아쉬움이 큰 1월이 지나가고 있습니다.

fores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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