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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파시스트’ 재림 우려 커지는 이탈리아” 육군 전범 달력까지…이러다가?
[이탈리아 안사(ANSA) 통신 캡처]

[헤럴드경제=고재우 기자] 이탈리아 수도 로마에서 극우 세력의 파시스트식 경례가 논란이 된 가운데, 이번에는 육군 달력까지 등장했다. 이에 따라 이탈리아 내부에서는 파시스트 재림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19일(현지시간) 이탈리아 공영방송 라이(RAI)에 따르면 육군은 ‘언제나 이탈리아를 위하여…1943년 9월 8일 전후’라는 타이틀의 2024년 달력을 발행해 논란의 중심에 섰다.

1943년 9월 8일은 2차 대전 당시 이탈리아가 연합군에 항복한 날이다. 육군은 “조국을 위해 전쟁에 참여한 장교와 병사들에게 경의를 표하고 싶었다”고 발행 취지를 설명했다.

그러나 야권과 반파시즘 단체들은 육군이 조국을 위해 헌신했다는 명분으로 무솔리니 정권을 위해 싸웠던 전범들을 미화하고 영웅화하고 있다며 거세게 반발했다.

과거 파시즘 정권에 항거한 유격대원들로 구성된 반파시즘 단체인 이탈리아유격대원연합회(ANPI)의 잔프란코 팔리아룰로 회장은 “용납할 수 없다. 우리는 이탈리아의 역사를 다시 쓰려는 친파시스트 세력이 있다는 점에 주목한다”고 말했다.

야당 정치인들과 반파시즘 단체들은 육군에 이 달력을 즉각 회수할 것을 촉구했다.

논란이 확산하자 국방부는 지난 18일 성명을 내고 “육군 달력은 파시즘의 부활을 의도한 것이 아니”라며 “오히려 해방전쟁에서 이탈리아인들의 헌신과 용기를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탈리아 안사(ANSA) 통신 캡처]

이달 초에는 로마 외곽의 옛 이탈리아사회운동(MSI) 본부 앞에서 수백 명의 파시즘 추종 남성들이 모여 파시스트 경례를 하는 모습이 포착돼 이탈리아 사회가 경악했다.

집회에 참석한 남성들은 “전사한 모든 동지를 위하여”라는 구호에 맞춰, 손바닥을 아래로 한 채 팔을 곧게 뻗는 과거 파시스트들의 로마식 경례를 했다.

집회가 열린 MSI는 무솔리니 추종자들이 1946년 설립한 정당이다. 조르자 멜로니 총리가 설립한 집권당인 이탈리아형제들(FdI)의 전신이 바로 MSI다. FdI는 MSI의 로고였고, 무솔리니 영혼을 상징하는 삼색 불꽃 문장을 당의 로고로 하고 있다.

멜로니 총리는 과거 10대 시절에 “무솔리니는 좋은 정치인이었다. 그가 한 모든 것은 이탈리아를 위한 것이었다”고 찬양했지만, 집권 이후에는 무솔리니 통치에 대해 “우리 역사상 최악의 시기”라며 태도를 바꿨다.

1920∼1940년대 이탈리아를 철권 통치한 독재자 무솔리니는 독일 나치의 아돌프 히틀러와 동맹을 맺고 이탈리아를 2차 대전의 참화 속으로 휘말려 들게 한 인물이다.

무솔리니는 1943년 9월 8일 권좌에서 쫓겨난 뒤 이탈리아 유격대원들에게 살해돼 비참한 말로를 맞았지만 그를 추종하는 세력들은 여전히 양지에서 활동하고 있다.

k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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