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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도 못 열어”…美 덮친 한파에 ‘무쓸모’ 된 테슬라, 방전·견인 속출
충전 느려져 충전소 앞 긴 대기 줄 발생
배터리 방전 속출…견인차가 충전소로 끌고와
충전 인프라 구축 등 대책 마련 시급

17일(현지시간) 미극 미시간주 앤아버에서 테슬라 고객이 충전 중인 모습. [연합]

[헤럴드 경제=김지윤 기자] 미국 중북부에 ‘북극 한파’가 덮치며 전기차 테슬라가 방전·견인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 등은 최근 북극 한파로 시카고 등 일부 지역의 체감온도가 영하 30도 이하로 떨어지면서 전기차 소유주들이 큰 불편을 겪고 있다고 보도했다.

20일 미 국립기상청(NWS)에 따르면 지난 15(현지시간)~16일 시카고 일대의 체감기온은 영하 30도까지 내려갔다.

NYT는 “시카고의 전기차 충전소들은 배터리 방전과 서로 대치하는 운전자들, 거리 밖으로 이어진 긴 줄로 인해 절망의 현장으로 변했다”고 전했다.

시카고에 거주하는 35세 엔지니어 닉 세티는 전날 아침 자신의 테슬라 차량이 얼어붙어 차 문조차 열리지 않았다고 했다. 그는 차체에 내장된 트렁크 손잡이를 어렵게 눌러 트렁크를 열고 차에 탄 뒤 테슬라 슈퍼차저 충전소까지 5마일(8㎞)을 이동했지만, 이미 12개의 충전기가 모두 사용 중인 상태여서 몇 시간을 기다려야 했다.

그는 “올겨울을 견뎌보고 테슬라를 계속 소유할지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테슬라 운전자 조셜린 리베라도 테슬라 충전소 여러 곳의 대기 줄이 모두 길게 이어진 것을 목격한 뒤 테슬라 구매를 후회했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대기 줄에서 기다리다가 방전되는 차량을 여럿 목격하기도 했다.

한 테슬라 소유자는 시카고의 지역 방송 WLS에 “최소 10대의 테슬라 차량이 배터리가 방전돼 견인되는 것을 목격했다”고 말했다.

17일(현지시간) 일리노이주 시카고에서 테슬라 차량이 얼음으로 덮인 주차장에서 충전을 하고 있다. [연합]

영하의 극도로 낮은 온도에서는 배터리 양극과 음극의 화학 반응이 느려져 충전을 어렵게 만든다고 전문가들은 설명한다.

또 배터리 내부 저항이 증가해 충전 속도가 느려지고, 추운 날씨에 장기간 노출되면 배터리 성능도 저하된다. 노르웨이 자동차연맹에 따르면 전기차 주행거리는 영하 2도가 되면 영상 23도일 때보다 18.5% 짧아진다.

어바인 캘리포니아대학(UC어바인)의 기계공학 교수 잭 브로워는 “배터리로 구동되는 전기차를 매우 추운 환경에서 작동시키기는 일은 어려운 일”이라며 “추우면 배터리를 빨리 충전할 수 없는데, 물리적으로 해결할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NYT는 평균 기온이 낮지만, 전기차 보급률이 높은 북유럽 노르웨이 등의 사례를 들어 미국의 충전 인프라 미비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노르웨이는 전체 차량 4대 중 1대꼴로 전기차인데, 최근 몇 년간 전국적으로 충전기 설치를 늘리면서 겨울에 충전 대기 시간이 길어지는 문제를 완화했다.

또 노르웨이에서는 전기차 소유자의 거의 90%가 주택에 개인 충전시설을 구비하고 있어 상대적으로 충전이 용이한 것으로 알려졌다.

테슬라는 겨울철 한파에 대비하기 위해 운전 전 차량에 쌓인 눈과 얼음 등을 치우고, 출발 전 차량 내부와 배터리를 따뜻하게 하라고 조언했다. 또 충전 위치를 탐색해 고전압 배터리를 예열하고, 충전소에 도착할 때 배터리 온도가 최적의 상태로 준비되도록 하면, 충전 시간을 줄일 수 있다고 했다.

테슬라 외에도 자동차 제조업체들은 배터리 수명을 보호하고, 추운 날씨에도 충전 속도 단축이 가능한 화학 물질 등을 개발 중이다.

jiyu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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