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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 가치는 내가 매긴다”...블랙핑크 제니·엑소 백현 ‘1인 기획사’ 차린 이유는?
블랙핑크 제니ㆍ엑소 백현 디오
1인 기획사 설립해 홀로서기
기존 계약 관행ㆍ시스템 타파
수익ㆍ활동 자율성, 미래 비전 제시
블랙핑크 제니를 필두로 아시아를 넘어 미국, 유럽으로 K-팝을 확장한 3세대를 중심으로 ‘홀로서기’가 본격화됐다. [YG엔터테인먼트 제공]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제가 가는 길이 이상하고 남들과 다르더라도, 잘 해낼게요. 모든 활동을 자유롭게 하고 싶었어요.” (블랙핑크 제니)

데뷔 9년차, 전 세계를 호령하는 슈퍼스타 블랙핑크. 그 중에서도 블랙핑크의 이미지를 구축한 ‘상징적 멤버’인 제니가 YG엔터테인먼트를 떠나 1인 기획사 ‘오드 아틀리에(OA)’를 설립한 이유에 이렇게 말했다. 제니는 물론 블랙핑크의 또 다른 멤버인 지수 역시 친오빠와 함께 1인 기획사로 개인 활동을 이어나간다.

지금 대중음악계는 지각변동이 한창이다. 아시아를 넘어 미국, 유럽으로 K-팝을 확장한 3세대(방탄소년단이 등장한 2013년부터 2018년까지 데뷔한 그룹)를 중심으로 ‘홀로서기’가 본격화됐다. 3세대 K-팝 그룹 멤버들은 기존 소속사에서 벗어나 개인 활동을 마음껏 할 수 있는 새로운 회사를 찾는 경우가 많다. 최근엔 ‘1인 기획사’가 대세로 떠올랐다.

가요계에 따르면 최근 몇 달 사이 블랙핑크 제니, 지수를 비롯해 엑소 백현(INB100), 디오(수수컴퍼니), 펜타곤 키노(네이키드) 등 다수의 K-팝 그룹 멤버들이 ‘나만의 회사’를 세우고 있다.

SM엔터테인먼트와 오랜 인연을 맺었던 슈퍼주니어의 동해와 은혁 역시 개인 활동을 위해 새 회사 오드엔터테인먼트를 세웠다. 은혁은 회사의 공식 유튜브를 통해 “비전을 새롭게 만들어보자는 생각이었다”고 했고, 동해는 “새로운 길을 가보자는 이야기를 많이 했었다”는 말로 회사 설립 배경을 전했다. 그간 동해는 작곡, 은혁은 안무와 무대 연출에 탁월한 감각을 보여왔다.

대중문화계에서 1인 기획사가 등장한 것은 비단 어제 오늘 일은 아니다. 이미 배우와 방송인을 중심으로 10여년 전부터 1인 기획사 붐이 일었다. 다만 지난해부터 K-팝 업계에 일고 있는 ‘1인 기획사’ 현상은 기존과 비슷하면서도 일부 다르다. 특히 전 세계에서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K-팝 그룹 멤버들이 중심이 되고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

블랙핑크 지수의 친오빠가 운영하는 영유아 건강기능식품 브랜드의 채용공고

이들의 ‘도전’은 조금 더 복잡한 속내와 스토리가 있다. 그간 가요계를 지배해온 계약 관행과 시스템, 뒤늦은 ‘각성’이 큰 몫을 했다. 업계에 따르면 배우 겸 가수인 이승기와 전 소속사 후크엔터테인먼트가 몰고 온 수익 정산 파문은 비슷한 연차의 동료, 후배 가수들에게 일종의 ‘충격파’가 됐다. 이 즈음 각기 다른 기획사에 속한 다수의 그룹 멤버들이 서로의 ‘정산 내역’을 맞춰보는 일도 있었다. 이 과정에서 ‘동상이몽’이 컸다.

헤럴드경제의 취재를 종합하면, 기획사가 아무리 투명하고 합리적으로 수익을 정산해도 수익 배분 조건에선 불일치가 나온다. 이에 아티스트들은 ‘나의 가치’를 스스로 정하고 높여야 한다는 필요성이 생겼다. 업계에선 “팬덤이 큰 그룹의 멤버일수록 기획사가 이들이 내거는 조건을 맞춰주기가 어려운 수준에 다다른다”고 한다.

표준계약서가 명시하고 있는 아이돌 그룹의 전속계약 기간은 통상 7년이다. 대중음악계에선 이로 인해 ‘마의 7년’이라는 말이 나왔다. 이 시기가 재계약과 해체의 기로에 선 시점이 되기 때문이다. 과거엔 기획사나 그룹 모두 선택권이 많지 않았지만, 지금은 재계약, 해체, 기존 소속사를 떠나 뿔뿔이 흩어진 뒤 그룹 활동 유지, 그룹 활동만을 위한 자체 기획사 설립 등 다양한 선택지가 있다.

최근 대세로 떠오른 선택은 그룹 활동과 개별 활동을 함께 하는 투 트랙 전략이다. ‘그룹의 명성’은 기획사가 갖되, ‘개인의 영광’은 각자 누리겠다는 절충안이다. 물론 각 그룹의 모든 멤버에게 해당하는 이야기는 아니다. 각자의 선택이 가장 큰 기준이나, 이와 함께 ‘개인의 영향력’은 울타리를 벗어나 새 출발을 할 수 있는 중요한 요소가 된다. 국내 한 대형가요기획사 관계자는 “멤버 개인의 역량으로 팬미팅과 월드 투어를 할 수 있고, 연기 광고 솔로가수 활동이 가능한 정도의 팬덤을 갖췄을 경우 1인 기획사를 세울 수 있다”고 봤다.

엑소 백현 [INB100 제공]

1인 기획사가 가진 강점은 자유로운 활동과 수입이다. 멤버 스스로가 ‘브랜드 파워’를 갖춘 경우 모든 스케줄과 활동, 수익을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는 것은 최고의 장점이다. 또 다른 가요기획사 관계자는 “기획사에 소속돼 있으면 안정적인 지원은 받을 수 있지만 활동의 제약이 생길 수 밖에 없다”며 “회사 입장에선 그룹과 개인의 이미지를 두루 고려하다 보니 중간에서 거르게 되는 일정도 많지만, 이 모든 것을 주체적으로 판단하고 결정하며 활동 제약에 대한 갈증을 풀 수 있다”고 말했다.

더불어 1인 기획사의 설립은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른 아이돌 멤버가 아티스트로서 자신의 길을 개척하는 것을 넘어 후배 양성을 통해 영역을 확장하는 통로이기도 하다. 하나의 그룹에 속해있을 때는 정해진 콘셉트에서 벗어날 수 없어 자신의 음악색을 찾기가 어려운 반면, 회사를 벗어나면 원하는 콘셉트로 활동할 수 있다. 박진영 JYP 프로듀서를 필두로 블락비 출신 지코(KOZ엔터테인먼트), 2PM 출신 박재범(힙합 레이블 AOMG, 하이어뮤직, 연예기획사 모어비전) 등 후배 가수를 키우는 제작자로 영역을 확장한 성공 사례를 학습하며, 이들로 하여금 아티스트를 넘어 제작자로의 새로운 비전을 모색하게 했다.

다만 넘어야 할 산도 적지 않다. 어린 시절부터 연습생으로 활동해 아티스트로만 성장해온 이들은 사업에 있어서는 ‘문외한’일 수 있어서다. 이로 인해 회사 운영과 시스템 관리에 대한 우려도 적지 않다. 업계 관계자는 “아무래도 대형 기획사에 비해 체계적인 노하우가 상대적으로 부족해 수입 문제부터 리스크 관리 등 시행착오를 겪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들의 도전에 대한 행보는 지켜볼 필요가 있다. K-팝 그룹 멤버들의 ‘홀로서기’는 세계적인 명성에도 활동 수명이 짧아 새로운 길을 모색하기 힘든 이들에게 더 많은 가능성을 제시한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씨스타 효린은 최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다양한 것을 해보고 싶어 1인 기획사를 세웠는데 사실 운영은 너무 어렵다”며 “힘든 점이 너무 많아 그만 둘까 싶었던 적도 한두 번이 아니었지만, 지금은 나만의 무언가를 만든다는 것에 대한 프라이드가 생겼다”고 말했다.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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