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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중음악 공연장 산업 위기, 무엇을 해결해야 할까?[서병기 연예톡톡]
대중음악 중대형 공연장 부족을 해결하는 방안
공사가 중단된 경기도 고양시 CJ라이브시티 공연 전문 아레나.

[헤럴드경제 = 서병기 선임기자]K팝은 글로벌화됐지만 대형공연장은 글로벌화되지 못했다.

대중음악 전용 대형 공연장은 아예 없고, 축구장과 야구장 등 운동시설로 사용하다 비수기에 공연장으로 사용하던 몇몇 스타디움과 돔구장은 리모델링 공사중에 있어, 한동안 3만5000명 이상 수용 가능한 서울의 스타디움급 공연장은 전무한 상태다.

이로 인해 글로벌 팝스타들이 월드 투어 공연에서 서울 공연을 '패싱'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글로벌 시상식 등 관련 행사들을 국내에 유치하지 못하고 있다. 군 복무중인 멤버가 많은 방탄소년단이 완전체로 다시 돌아와도 현재로서는 서울과 서울 주변에서 공연할 곳이 없다.

뿐만 아니라 서울과 수도권에서 계획중인 대중음악 전문 공연장이나 다목적 리조트내 아레나 등은 계획이 연기되거나 허가 등의 문제로 지지부진한 상태다.

2010년대 중반 이후 방탄소년단과 블랙핑크 등 국내 아티스트들의 활약을 필두로 K팝의 세계 시장 장악력이 급격히 확대되었으나, K팝의 현재 위상 대비 미흡한 국내 공연 인프라 때문에 한국 음악산업은 성장 한계에 직면해 있다.

대규모 공연을 위한 음향과 조명 및 장치 등의 전문 인프라를 보유한 대형 음악 공연장의 부재로 K팝의 글로벌화가 무색할 정도다. 이는 2022년 K-콘텐츠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산업 생태계 구축을 국정 과제로 선정한 정부의 정책과도 어긋난다.

5만명을 수용할 수 있어 고(故) 마이클 잭슨, 폴 매카트니, 레이디 가가, 부르노 마스 등 등 수많은 월드스타의 굵직한 공연이 펼쳐진 잠실올림픽주경기장과 2만여석 확보가 가능한 고척스카이돔은 공사중이다. 잠실주경기장은 2026년에 준공된다. 바로 뒤에 있는 보조경기장도 함께 수리중이라 공연장으로 사용할 수 없다. 2만여명을 수용하는 야외 공연장인 잠실보조경기장은 에미넴, 켄드릭 라마 등 월드스타들이 내한 공연을 펼친 바 있다. 고척스카이돔은 오는 3월 7일 공사를 끝낸다는 계획이다.

2023년 6월 잠실주경기장에서 공연하는 세계적인 팝스타 부르노 마스.

상황이 이렇다 보니 1만5천여명을 수용할 수 있는 KSPO돔(올림픽 체조경기장)으로 행사가 몰리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김동률, 샘 스미스, 찰리 푸스, 임영웅이 KSPO돔에서 공연을 했다. 요즘 KSPO돔을 확보하는 건 하늘의 별따기다. 나훈아는 지난 연말 전국투어 '나훈아 인 디셈버'를 열었지만, 서울공연은결국 제외됐다.

5만명의 관객을 동원할 수 있는 월드스타급 아티스트는 월드투어 일정에서 서울을 제외하고 있다. 한국관객의 떼창으로 특히 한국공연을 즐기는 콜드플레이는 일본에서는 지난 11월 2회 공연을 가졌지만 공연장 사정이 여의치 않은 한국에서는 공연을 열지 않았다.

북미에서 오랜 기간 솔로 가수 여왕 자리를 지키고 있는 팝스타 테일러 스위프트도 오는 2월 7~10일 일본 도쿄돔에서 4차례 공연을 가질 예정인데, 서울에는 5만여명을 수용할 공연장이 없어 패스해버렸다. 가히 ‘스위프트노믹스’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공연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큰 테일러 스위프트의 일본 공연 티켓 추첨은 마치 인기 있는 아파트 분양권 추첨과도 비슷했다.

지난해 9월 세계적인 팝스타 포스트 말론은 마땅한 공연장이 없어 경기도 고양시 일산의 킨텍스에서 첫 내한 공연을 가졌다. 전시장 두 개를 헐고 만든 공연장이다 보니 가로는 넓고 세로는 짧은 기형적 공연 공간이 탄생했고, 조명과 음향 시설이 충분히 받쳐줄 수 없었다.

서울에서 3만5,000명 이상 관객을 수용할 수 있는 공연장은 잠실주경기장과 상암월드컵경기장 두 곳뿐이다. 상암구장은 공사를 하지 않고 있지만 잔디 보호를 위해 지난 6년간 아티스트의 단독공연장으로 사용허가를 내주지 않고 있다. 잔디 문제가 아니어도 스포츠 스케줄이 없는 비수기 때만 사용 가능하다.

스포츠경기장을 공연장으로 사용하면 공연 주최자는 미운 오리 새끼 대접을 받는다. 눈치를 보며 더부살이 하는 격이다. 잔디가 깔려있는 스포츠 경기장을 공연장으로 사용하면 잔디를 복구비와 공연 무대 설치 작업 및 비용을 공연 주최측에서 맡아야 하는 하는데, 이 또한 작은 부담이 아니다. 뿐만 아니라 공연 용도로 짓지 않아 제대로 된 음향과 조명 시설이 부재해 완성도 높은 공연을 선보일 수 없다. 고척돔 공연은 음향 문제가 자주 제기되기도 했다.

레알 마드리드 컨버터블 구장.
레알 마드리드의 베르나베우 홈구장.

이런 점들을 극복한 공연장이 스페인 프로축구팀 레알 마드리드의 베르나베우 재개발 프로젝트다. ‘레알 마드리드 랜드’라는 테마파크 한가운데에 신축된 이 경기장은 축구경기장이지만, 개폐식 지붕을 추가했고, 축구장 잔디를 지하 80m 아래로 내려놓으면, 농구, 테니스, 미식축구 경기장, 또는 대형 콘서트장으로 전환할 수 있다. 관중 좌석은 8만1000석이나 된다.

'레알 마드리드 컨버터블 구장'은 축구 한 종목으로 수익을 올리기 힘드니 다목적으로 개발됐다. 문제는 공사에 약 1조 4000억이라는 너무 많은 예산이 투입됐다는 점이다. 따라서 공연시 잔디 손상의 위험은 없지만 1년중 축구 비수기인 두 달 동안 20~30개의 대형공연을 유치할 수 있을지 회의적인 의견들이 나오고 있다.

서울과 서울 인근에 짓고 있는 공연장들도 지지부진하다. 1만50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인천 중구 소재 인스파이어 아레나는 복합 리조트단지중 지난해 12월 개관돼 오픈 기념으로 '2023 멜론뮤직어워드'를 개최한 바 있다.

하지만 돔구장 설치 계획이 포함된 잠실 MICE 스포츠 컴플렉스와 신세계 복합쇼핑몰 청라는 건설 계획이 연기됐으며, 서울 도봉구 창동에 들어설 서울아레나(1만8000여석)도 사업주인 카카오가 아직 착공을 못하고 있어 개장은 2027년이후에야 가능하다.

서울아레나 조감도.

2021년 10월 착공한 'K콘텐츠 경험형 복합단지'인 CJ라이브시티에는 국내 최대 규모인 음악공연 전문 아레나와 스튜디오를 포함한 다양한 K-콘텐츠 경험시설 등이 조성될 예정이지만, 공정률 17%에서 공사가 멈춘 상태다.

이유는 자재비와 인건비 상승으로 인해 당초 완공 기한(2020년)을 넘기는 바람에 주무관청이 1000억원이 넘는 지체보상금을 요구하고 있는데다, 사업자인 CJ그룹 계열사인 CJ라이브시티가 완공기한 연장을 허가받지 않는다면 건설 자금 확보와 공사 재개가 어렵기 때문이다.

공정률이 17%라고 하지만, 땅을 파고 지반을 다지는 기초공사를 이미 완료했고, 철골구조까지 올란 상태여서 긴 시일이 걸리는 공사는 마쳤기 때문에 허가 문제 등 행정적 절차만 해결되면 빨리 공사를 재개할 수 있는 상태다.

CJ라이브시티는 경기도 고양시 일산동구 장항동 일대 약 10만평(32만6400㎡) 부지에 들어서게 돼 있었다. 다른 대형 공연장과 달리 음악공연 전문 아레나로서, 2만석의 실내 좌석과 4만명 이상 수용 가능한 야외 공간이 연계돼 최대 6만여 관객을 수용할 수 있는 '국내 최대 규모 음악 전문 공연장'이다. 다목적이 아닌 전용 공연장인 만큼 최고의 음향 시설과 조명 및 장비 등의 전문 인프라를 갖춘다는 계획이다.

CJ라이브시티 아레나는 일본 도쿄 근교 사이타마현 사이타마시 주오구에 있는 사이타마 슈퍼 아레나(SSA)처럼 활용할 수 있다. 3만명을 수용할 수 있는 사이타마 슈퍼 아레나는 도쿄 도심에서 지하철로 40분~1시간 정도면 도달할 수 있다. 마돈나, U2 등 대형 팝스타들이 주로 공연해왔다.

K-콘텐츠의 위상에 맞는 대형공연장은 필요하지만, 3만~5만명 관객을 유치하는 아티스트를 1년내내 불러들인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올림픽과 월드컵 경기장을 지어놓고 유지를 못해 지방 곳곳에서 놀리는 있는 사례도 참고해야 한다. 서울은 이벤트가 자주 열리는 라스베이거스도 아니다.

따라서 기존 아레나 공연 계획에 대한 경제성 검토를 다시 해 추진 여부를 결정지어야 할 때다. 음악 공연에 최적화된 시설을 갖춘 K팝 전문 아레나로 지어질 계획이었으나 행정 절차 과정에서 중단된 'CJ라이브시티 아레나'의 공사 재개를 고려해볼만하다. 서울과 서울 인근의 중형 이상급 공연장 부족 문제가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이 문제를 빨리 매듭지어야 한다.

한 공연 전문가는 "과거 국내 아티스트 및 프로듀서들이 해외 시장으로 진출하여 한국을 알렸던 '아웃바운드(Out-bound) 한류'를 전 세계 1억5천만 K-콘텐츠 팬과 글로벌 기업들을 국내로 이끌어오는 '인바운드(In-bound)'로 전환시킬 필요가 있다"면서 "아레나는 K팝 위상에 맞게 질 높은 음악공연에 최적화된 전문시설이어야 한다. 이는 관광산업과도 연계된 중요한 사안이다"고 말했다.

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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