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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이 대표 피습, 혐오와 극단의 정치가 초래한 후진적 테러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피습으로 신년 정국이 크게 술렁이고 있다. 당장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와 국민의힘을 떠난 이준석 전 대표의 신당 창당 행보가 주춤해지면서 차질이 불가피하게 됐다. 4월 총선을 앞두고 급박하게 돌아가던 여야 각 당의 공식 일정도 대부분 중단되거나 축소됐다. 정치권이 숨을 죽인 채 이 대표 회복 경과와 총선에 미칠 파장을 예의 주시하고 있는 것이다.

제1야당 대표가 백주에 공개 테러를 당한 것은 충격을 넘어 민주주의에 대한 중대한 위협이다. 폭력 행위는 어떠한 경우에도 정당화될 수 없으며 용납해서도 안 될 일이다. 수사 당국은 총력을 집중해 사건의 진상을 철저히 규명하고 그 결과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할 것이다.

60대 피의자의 범행 동기는 아직 밝혀지지 않고 있다. 하지만 이번 사건은 혐오와 극단의 정치가 초래한 최악의 후진적 테러라 할 수 있다. 극단화를 치닫는 한국 정치판 풍토가 이런 테러의 자양분이 되고 있다는 것은 누구도 부인하기 어려울 것이다. 상대 진영 흠집을 내기 위해 정치권이 가짜뉴스와 음모론을 쏟아내고 이에 자극받은 추종세력은 그 상대를 악으로 보고 나아가 제거 대상으로 여기기 때문이다. 처음 있는 일도 아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과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가 선거 유세를 지원하던 도중 괴한의 습격을 받은 적이 있다. 마치 좌우 세력이 극렬하게 대립하던 해방 정국을 연상케 한다.

상황이 이런데도 정치권과 추종 세력의 행태는 달라질 조짐이 없다. 이번 사건과 관련해 온라인 공간에는 벌써 각종 억측과 상대를 혐오하는 글들이 난무하고 있다. ‘누구누구의 소행’, ‘자작극’, ‘경찰의 축소 발표’ 등 밑도 끝도 없이 기어 나온다. 있어서는 안될 야당 대표를 향한 백주대낮 테러에 온갖 음모론이 들끓고 있는 것이다. 더욱이 일부 몰지각한 정치인들이 상대방 진영 탓으로 돌리며 이때다 싶어 돌출 언행을 보이는 것은 부끄러운 우리 정치 수준의 현주소를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극단과 혐오의 정치가 종식되지 않으면 제2, 제3의 ‘이재명 테러’는 계속될 것이다. 이런 정치를 자제하지 못하고 되레 판을 키워온 정치권 전체의 맹성을 촉구하지 않을 수 없다.

올해 총선은 섣부른 예단이 불가능할 정도로 팽팽한 각축이 예상된다. 고질적인 극단과 혐오의 정치가 더 기승을 부릴 개연성이 높아 우려스럽다. 그럴수록 유권자인 국민들이 더 냉정해야 한다. 인물과 정책 비전에 무게를 두고 신성한 한 표를 행사한다면 극단과 혐오 정치는 결코 발을 붙이지 못할 것이다. 결국 정치권 풍토를 바꾸는 것은 국민들의 몫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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