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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문혜현 기자] 태영건설 워크아웃(기업구조개선작업) 신청으로 금융사들이 상당한 규모의 충당금 부담을 떠안을 전망이다. 금융사들은 당장 태영건설 신용등급이 10단계 떨어진 데 대한 대손충당금을 쌓아야 하는 데다, 태영건설이 당초 약속한 자구책 이행을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면서 그에 따른 추가 리스크도 추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후순위에 속한 금융사들은 태영건설이 채권단 75%의 동의를 얻을지 여부에도 촉각을 세우고 있다. 워크아웃 자체도 부도 전 단계로 판단해 충당금을 쌓아야 하지만, 워크아웃이 불발될 경우 후순위 금융사는 충당금을 더 쌓고 일부 대출을 손실 처리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앞으로 이같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문제가 빈번하게 돌출될 것이란 점이다. 건설사들의 신용등급 하락과 부도 위험, 외상매출채권 담보대출(외담대) 상환 연기 등 절차가 반복되면 금융사들의 충당금 부담은 폭증할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으로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태영건설이 워크아웃을 신청하면서 금융사 부담이 급증하고 있다.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태영건설 본사 모습. [연합] |
3일 금융권에 따르면 태영건설이 외담대를 갚지 않으면서 ‘워크아웃 약속’을 어겼다는 논란이 불거졌다. 외담대는 원청업체가 구매 대금을 현금 대신 외상매출채권으로 지급하면, 납품 업체가 은행에서 이를 담보로 한 대출을 받는 것을 말한다.
태영건설은 태영인더스트리 매각 자금으로 지난해 12월 29일 만기였던 1485억원어치 상거래채권 중 외담대 451억원을 제때 상환하지 않았다. 외담대의 경우 채무 상환이 유예되는 워크아웃 대상 채권에 포함된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은행들은 일부 협력업체에 대신 갚으라는 뜻의 소구권(상환청구권) 행사를 통보했지만, 태영건설발 불안이 협력업체로 번지는 것을 우려한 금융당국이 은행에 소구권 유예를 요청했다. 사실상 대출은 상환되지 않은 것으로, 은행 입장에선 만기 유예에 따른 대손충당금을 더 쌓아야 하는 상황이 됐다.
금융권에선 향후 태영건설 관련 위험노출액(익스포저)를 보유한 금융사 뿐 아니라 전체 금융사들에도 충당금 부담이 이어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앞서 태영건설 신용등급이 지난해 6월 A에서 워크아웃 신청 이후 CCC로 10단계 강등되면서, 금융사들은 이에 따른 대손충당금 적립액을 추산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지금도 금융사들은 신용등급 하락에 따른 추가 대손충당금을 쌓고 있고, 태영건설이 채권단 75%의 동의를 받아 워크아웃에 들어가도 또 그 상황에 맞춰 대손충당금을 쌓아야 한다”며 “워크아웃을 하지 못해 부도가 나도 충당금을 더 쌓아야 한다. 게다가 그때는 정말 대손처리를 해야 되는 과정으로 가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신용평가는 최근 보고서에서 “금융회사 감독규정상 고정이하 분류 대상으로 기업구조조정협약 진행 등의 상태에 있는 기업 채권을 예시로 들고 있다”며 “이에 따른 충당금은 대체로 20% 내지 30%(부동산PF의 경우) 수준을 적립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태영건설에 대한 직접 익스포져 외 신용보강, 책임준공 대상 익스포져에 대해서도 대손충당금 및 준비금 적립에 따른 손실 부담이 내재한다”고 설명했다.
이에 금융사들의 충당금 부담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행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대손충당금 적립비율은 보험사·증권사를 제외한 일반은행, 상호금융, 저축은행, 여전사 등에서 전분기 대비 모두 하락했다.
2022년 4분기와 비교하면 증권사를 제외한 전 금융권의 손실흡수능력이 모두 크게 떨어졌다. 특히 보험사 대손충당금 적립비율이 2022년 말 527.4%에서 246.1%로 크게 하락했다. 이어 여신전문금융회사가 같은 기간 363.9%에서 280.8%로, 상호금융이 107.5%에서 67.7%, 저축은행이 111.0%에서 86.3%, 일반은행이 231.0%에서 217.7%로 떨어졌다. 증권사는 97.8%에서 97.9%로 보합 수준이었다.
비은행 금융기관의 경우 고정이하여신(3개월 이상 연체된 채권)이 34조4000억원으로 단기간에 급증해 대손충당금인 24조5000억원을 넘어 추가 충당금 적립이 필요한 상황이다. 한은이 시산한 은행과 비은행의 추가 적립 필요액은 각각 5조6000억원, 4조3000억원으로, 은행의 경우 지금까지 쌓아온 충당금의 절반 수준을 더 쌓아야 하게 됐다.
한은은 “일부 부동산 관련 익스포저가 많은 예금취급기관의 경우 적극적으로 리스크를 관리해야 할 것”이라며 “부동산경기의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에서 부실자산 상·매각 등을 통한 관리에 소극적으로 임할 경우 부실 규모가 확대될 수 있다”고 했다. 이에 따라 비은행은 단기간 에 늘어난 부실채권에 대한 충당금 적립 강화를 통해 손실흡수력을 확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금융사 실적은 충당금 부담에 따라 악화될 수 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선임 연구위원은 “이미 태영건설 신용등급 강등으로 충당급 적립 수준이 크게 올라갔다. 대략적으로 2배 이상 올라가야 정상”이라며 “금융사 실적 악화에 유기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부정적인 충격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황 연구위원은 “결국 태영건설이 턴어라운드를 얼마나 신속하게 하는지에 따라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구조조정을 잘 하게 되면 손실로 잡아놨던 충당금들이 현금으로 바뀌는 것”이라면서도 “다만 올해 안으로 턴어라운드가 순조롭게 일어날 가능성은 현재로서 높지 않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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