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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월세는 커녕 믹스커피도 부담입니다” 거래절벽에 곡소리나는 중개업 [부동산360]
11월 중개업소 1268곳 폐업·휴업
올해 총 1만4천곳 문닫아
‘거래절벽’에 개업보다 폐업·휴업 더 많아
자격시험 응시자도 7년 만에 최저치 기록
서울 시내 공인중개사무소 모습. [연합]

[헤럴드경제=박로명 기자] “공인중개사가 할 일이 없어요. 거래가 회전되지 않으니 갈수록 폐업하는 곳이 많아지고 있어요. ‘부동산 시장이 망했다’는 말이 나돌 정도예요. 2021년까지만 해도 공인중개사가 가장 인기 있는 직업 중 하나였는데 이제는 내리막길이네요.” (A 공인중개사무소 대표 이모 씨)

고금리 기조와 경기 침체로 공인중개사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작년부터 이어진 거래 절벽이 심화되면서 적자를 감당하지 못한 공인중개업소의 줄폐업이 이어지고 있다. 여기에 전국적으로 피해자를 양산한 전세 사기 문제가 불거지면서 공인중개사에 대한 신뢰도가 바닥까지 떨어졌다.

31일 한국공인중개사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폐업한 공인중개업소는 전국에 1135곳, 휴업한 곳은 133곳으로 나타났다. 이는 개업 건수(859건)를 훨씬 넘어선 수치다. 올해 1월부터 11월까지 누적으로 폐업·휴업한 공인중개업소는 1만4209건으로 집계됐다. 작년 8월 폐업·휴업 건수가 개업 건수를 역전한 후, 1년 넘게 이런 기조가 이어지고 있다.

서울 시내 공인중개사무소 모습. [연합]

지역별로는 서울 등 수도권의 감소세가 뚜렷했다. 지난달 서울에서 289곳의 공인중개업소가 폐업했고, 25곳이 휴업했다. 개업은 193곳에 불과했다. 지난해 8월 이후 16개월 연속 폐업·휴업 건수가 개업 건수를 앞질렀다. 같은 기간 경기도에서 폐업·휴업한 공인중개업소는 349곳이었다. 개업 공인중개업소(259곳)와이 차이가 100건 까지 벌어졌다.

이처럼 공인중개업소 폐업이나 휴업이 급증한 것은 부동산 시장이 좀처럼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아서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 10월 서울 아파트 거래량(신고 기준)은 2313건으로 올해 1월(1412건) 이후 최저치를 나타냈다. 이날 기준 11월 아파트 거래량은 1792건을 기록했다. 전월과 비교해 22.5% 줄었다.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작년 하반기 거래 실종 사태로 1000건대까지 떨어졌다. 하지만 정부가 올해 초부터 전방위적 규제완화를 담은 ‘1·3 부동산 대책’을 발표하면서 거래가 활성화되는 듯했으나, 9월 이후 다시 감소세로 돌아섰다. 신고 기한이 이달 말까지인 점을 고려해도 2000건을 밑돌 것으로 보인다.

올해 실시된 공인중개사 자격시험에는 20만59명이 응시했다. 전년과 비교해 6만4000명 가량 줄었다. [연합]

서울에서 공인중개사무소를 운영하고 있는 60대 대표 황모 씨는 “올해 1년 동안 매매 계약 한 건도 못했다”며 “그나마 전·월세 계약서는 몇 건 썼는데 매매는 없다”고 토로했다. 이어 “30년 넘게 공인중개사 일했지만 올해가 완전 악재”라며 “여태 모은 돈 축내면서 겨우 버티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공인중개사 대표 류모씨는 “사무실 월세는 커녕, 전기료, 손님들에게 제공하는 믹스커피 마저도 부담이 될 정도”라고 토로했다.

한국공인중개사협회 관계자는 “거래 수수료로 생계를 유지하는 중개시장의 특성상 거래량 감소로 직격탄을 맞을 수밖에 없다”며 “그동안 직원 감축, 고정 비용 최소화 등으로 버티던 중개사들도 사무실 임대료가 밀려 폐업이나 휴업을 선택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폐업을 결정한 일부 중개사들은 새로운 세입자를 찾지 못해 수천만원의 권리금을 포기하고 장사를 접기도 한다”고 강조했다.

코로나19 기간 부동산 시장 활황으로 인기가 치솟았던 공인중개사 자격시험 열풍도 크게 꺾인 모습이다. 한국산업인력공단에 따르면 최근 합격자를 발표한 제34회 공인중개사 자격시험에는 28만7756명이 신청해 20만59명이 응시했다. 지난해와 비교해 신청자는 10만 명 이상 감소했고, 응시자도 6만4000명 가량 줄었다. 2016년 이후 7년 만에 최저 수준이다.

dod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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