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터 명가 ‘폭망’…영화 철수설에 ‘발칵’
CJ ENM 본사 [사진, 연합]

[헤럴드경제= 박영훈 기자] “영화사업에서 철수한다는 소문은 사실이 아니다” (구창근 CJ ENM 대표)

명량, 극한직업, 국제시장, 베테랑, 해운대, 기생충 등 수많은 히트작을 내놓았던 영화 명가 CJ ENM의 영화 철수설이 끊이지 않고 있다. 구창근 대표까지 나서 ‘헛소문’이라며 강력 부인하고 있지만, 철수설은 여전히 가라앉지 않고 있다. 큰손 CJ ENM이 흔들리면서 한국 영화계도 발칵 뒤집혔다.

CJ ENM 고위 관계자들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영화 철수설이 계속되는 것은 내놓은 영화 마다 줄줄이 참패해 적자폭이 갈수록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영화계 큰 이슈 중 하나로 ‘CJ ENM의 폭망’을 꼽을 정도다.

주주들 사이에도 영화 사업의 대한 원성이 커지고 있다. CJ ENM 실적 발목을 잡고 있기 때문이다.

CJ ENM 영화 사업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폭망의 길을 걸었다. 올해 개봉한 영화 중 한 편도 100만 관객에도 미치지 못하는 처참한 성적을 받았다.

제작비 137억 원 영화 ‘유령’은 고작 관객 66만 명을 모으는 데 그쳤고, 286억 원을 쏟아부은 ‘더 문’은 완전히 흥행 참패(관객 51만 명)했다. ‘더 문’의 손익 분기점은 약 600만 관객이다. ‘카운트’는 39만, ‘소년들’은 47만 등 100만 관객을 동원한 영화가 한편도 없다.

엔터 명가 ‘폭망’…영화 철수설에 ‘발칵’
영화 탈출 포스터

200억 원이 투자된 CJ ENM 기대작 ‘탈출: 프로젝트 사일런스’는 당초 올 연말 또는 내년 초 개봉 예정이었다. 지난 5월 칸국제영화제까지 초청돼 화제를 모았으나 주연 배우 이선균이 마약 투약 혐의를 받으면서 개봉 시기가 불투명해졌다. 범죄가 확인되면 개봉 자체가 힘들어질 수 있다.

CJ ENM은 올 3분기 간신히 흑자 전환했지만, 영화는 여전히 큰 폭의 적자를 내고 있다. 3분기 영화 드라마 사업에서 200억원이 넘는 적자를 기록했다. 그마나 드라마의 선전 때문에 적자폭이 줄었다. 영화만 놓고 보면 적자폭이 더 크다. 앞서 2분기에는 311억원의 적자를 냈다. 회사 설립 이래 최악이다.

업계에선 CJ ENM의 영화 철수설은 영화 사업의 적자 뿐아니라 넷플릭스 등 OTT발 한국 영화 산업의 생태계 위기와 맞물려 있다고 전했다.

콘텐츠의 중심이 OTT로 넘어가면서 극장을 중심으로 성장해 왔던 한국 영화산업은 큰 위기를 맞고 있다. 올해 천만 관객을 돌파한 영화는 ‘범죄도시 3’ ‘서울의 봄’ 등 2편에 불과하다. 한달치 OTT 구독료보다 비싼 티켓 값(1만 5000원)을 내야 하는 상황에서 극장을 찾는 사람은 갈수록 줄수 밖에 없다. 극장 영화를 보는 눈높이도 높아졌다.

업계 관계자는 “역대 최고 흥행 영화 ‘명량’을 선보였고, ‘기생충’의 위업을 달성한 투자배급사가 영화사업을 쉽게 포기하지는 않겠지만, 극장 개봉 영화 축소 등 대수술은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CJ ENM는 자체 OTT 티빙과 웨이브의 합병을 추진하는 등 OTT 사업 키우기에 힘을 쏟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