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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삼성, ASML과 ‘1조 협력’...2나노 경쟁서 TSMC 잡는다
EUV 공동연구소, 초격차 기술 박차
EUV 장비 우선 확보로 역전 발판
SK, 수소가스 협력으로 비용 절감
네덜란드를 국빈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왼쪽에서 다섯번째)이 12일(현지시간) 외국 정상으로는 처음으로 ASML 본사의 클린룸을 방문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 세번째부터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피터 베닝크 ASML 최고경영자(CEO), 윤 대통령, 빌럼-알렉산더르 네덜란드 국왕, 그리고 가장 오른쪽에 최태원 SK그룹 회장. [연합]

삼성전자가 ASML과 1조원 규모의 차세대 노광 장비를 활용한 초미세 공정 기술 혁신에 나선 가운데, 파운드리 초격차 기술로 세계 1위 TSMC를 추격할 발판을 마련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특히 노광 장비 기술은 차세대 메모리 개발뿐 아니라 내년부터 격화될 ‘2나노 공정’ 이하 경쟁에서도 핵심 키(Key)를 쥐고 있어 이번 ‘한-네덜란드 반도체 동맹’이 역전 발판의 기폭제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

▶‘메모리 1등’·‘유일무이 EUV 공급’ 기업 만났다...‘초격차’ 박차=삼성전자와 ASML은 12일(현지시간) 네덜란드 ASML 본사에서 진행된 한국-네덜란드 반도체 협력 협약식에서 차세대 노광장비 개발을 위한 ‘EUV(극자외선) 공동 연구소 설립’에 관한 업무협약을 맺었다.

양사 합쳐 7억 유로 (약 1 조원)를 투자한다. EUV 공동 연구소는 국내 수도권 지역에 건설될 예정이다. 글로벌에만 의존하던 국내 차세대 노광장비 개발 기술 성장 및 생태계 조성에 촉매제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업무협약은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1위 삼성전자와 전세계에서 유일하게 EUV 장비를 공급하고 ASML의 대규모 공동 투자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ASML은 지난해 글로벌 반도체 장비 시장에서 18%를 차지하는 세계 2위 회사로, 특히 반도체 회로를 새기는 노광 장비 1위 기업이다. ASML EUV 장비 선점 여부에 반도체 기술 혁신 정도가 좌우돼, ‘슈퍼 을(乙)’ 기업으로 불린다.

삼성전자는 이번 EUV 공동 연구소를 통해 최첨단 메모리 개발에 필요한 차세대 EUV 양산 기술을 조기에 확보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최근 생성형 AI 등 다양한 인공지능 서비스가 보편화되면서, 방대한 데이터 처리가 가능한 ▷고성능 ▷고용량 ▷저전력 메모리 반도체가 요구되고 있다. 이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미세공정의 한계를 극복하는 것이 필요한데, 여기엔 EUV 기술 확보가 핵심이다.

삼성전자는 오랜 기간 ASML과 파트너십을 유지하며 관계를 강화해왔다. 2000년대부터 ASML과 초미세 반도체 공정 기술 및 장비 개발 협력을 지속해왔으며, 2012년에는 ASML 지분 투자를 통해 파트너십을 강화했다. 이를 기반으로 기반으로 ▷2020년 업계 최초 EUV 공정 적용 D램 적용 ▷2021년 업계 최선단 14나노 D램 양산 ▷2023년 업계 최선단 12나노 D램 등의 성과를 거뒀다. 지난해에는 이재용 회장이 직접 네덜란드 ASML 본사를 찾아 반도체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2나노’ 경쟁서 차세대 EUV 장비 우선 확보 관건=TSMC와의 격차를 빠르게 줄여야하는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분야에서도 ASML과의 협력은 중대한 역할을 전망이다. 7나노 이하의 첨단 파운드리 공정에서 ASML의 EUV 노광장비는 필수적이다. 때문에 EUV 노광장비를 얼만큼 많이, 빠르게 확보하느냐가 파운드리 첨단 공정 기술 혁신의 승패를 좌우한다.

이에 따라 삼성에 ASML EUV 장비는 최우선 과제 중 하나다. TSMC와의 2나노 정면 승부에서 ASML의 차세대 EUV 장비 ‘하이 뉴메리컬어퍼처(이하 하이NA)’가 필수이기 때문이다.

앞서 삼성은 2나노부터 TSMC보다 기술력에서 앞설 수 있을 것으로 자신한 바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6월 세계 최초로 3나노 양산에 성공하며 게이트올어라운드(GAA) 기술을 활용했다. TSMC는 현재 3나노까지는 핀펫(FinFET) 공정을 이용하고 있고, 2나노부터 GAA 기술을 적용할 예정이다. 삼성은 TSMC보다 약 3년 빠르게 GAA 기술을 도입한 만큼, 본격적으로 GAA 기술로 맞붙게 되는 2나노를 터닝포인트로 삼고, 기술력 역전에 승산이이 있다고 보고 있다. 삼성전자와 TSMC는 오는 2025년 2나노 기반 양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나노 숫자가 줄어들수록 전력 효율과 발열 방지가 개선돼 미세 공정의 기술 진보를 의미한다.

ASML의 하이NA 장비 1대당 가격은 4000억~6000억원 수준으로, 기존 EUV 장비보다 가격이 2배 가량 비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벌써부터 ‘없어서 못 팔’ 정도로 수요가 공급을 따라가지 못하는 실정이다. 삼성전자를 포함한 TSMC, 인텔 등 다양한 파운드리 업체가 ASML 장비를 가장 먼저 확보하기 위해 치열한 물밑 작전을 벌이고 있다. 삼성전자는 2025년 하이NA 장비 5대를 물량을 확보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번 협력으로 EUV 장비 선점을 위한 유리한 위치에 오른 만큼, 향후 몇 대의 차세대 EUV 장비를 더 확보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지난해 기준 TSMC가 대만 생산 기지에 두고 있는 EUV 장비는 100대 가량으로 추정된다. 반면 삼성전자는 40여대 수준에 그쳐 절반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이날 SK하이닉스도 ASML과 EUV용 수소가스 재활용 기술 공동 개발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수소가스는 EUV 장비 운용시 내부를 진공상태로 유지하거나 내부 오염원 제거, 쿨링 등의 역할을 위해 활용되고 있다. 현재는 이렇게 사용한 수소 가스를 소각하고 있는데, 이번 협약으로 SK하이닉스는 이를 포집한 후 연료전지로 재활용해 전력화하는 기술을 ASML과 공동으로 개발하기로 했다. EUV 장비 1대당 전력 사용량 20% 감축과 연간 165억원의 비용 절감 효과가 기대되며, 탄소 저감에도 기여해 ESG 측면에서도 긍정적일 것으로 전망된다. 김민지 기자

jakmee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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