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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버지 등판에 한국타이어 ‘형제의 난’ 조기 진화될까 [비즈360]
조양래 “사모펀드에 회사 못 내준다”
‘형제의 난’ 직접 개입 사실상 조현범 지지
노조도 사모펀드 반대…MBK 대응 주목

[헤럴드경제=김지윤·서재근 기자] 조양래 한국앤컴퍼니(옛 한국타이어그룹) 명예회장이 장남 조현식 고문과 차남 조현범 회장 사이에 벌어진 경영권 다툼에 직접 개입할 의사를 내비쳤다. 이로써 3년여 만에 재발한 형제의 난이 아버지의 개입으로 조기 마무리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조양래 명예회장은 지난 12일 일부 임원에게 “평생 일군 회사가 사모펀드(MBK)에 넘어가는 걸 보고 있을 수 없다”며 “필요할 경우 개인 자금을 투입해서라도 경영권을 지키겠다”고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앤컴퍼니 고위관계자는 “조 명예회장이 장남 조 고문의 우군으로 나선 사모펀드 MBK파트너스가 한국앤컴퍼니 공개매수 인수 가격을 올리거나 혹시라도 다른 액션을 취하는 식으로 시장에 혼선을 준다면 직접 (매수에) 참여해 상황을 종식시키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라고 했다.

이는 차남 조현범 현 회장을 지지한다는 뜻으로, 이번 경영권 다툼과 관련해 조 명예회장의 의중이 대외적으로 알려진 것은 처음이다. 조 명예회장이 분쟁 전면에 등장하면서 ‘2차 형제의 난’에서 일단 조 회장이 승기를 잡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조 명예회장은 2020년 조 회장에게 한국앤컴퍼니 보유 지분(23.59%)을 시간 외 대량매매(블록딜) 방식으로 2446억원에 넘기며 경영권을 물려줬다. 현재 조 회장의 보유한 한국앤컴퍼니 지분은 42.03%로, 우호 지분을 7~8%만 추가 확보하면 조 고문과 MBK 측의 공개매수 사태를 안정적으로 방어할 수 있다. 사모펀드 MBK는 장남인 조 고문, 차녀 조희원 씨와 손을 잡고 그룹 지주사 한국앤컴퍼니 주식을 공개 매수 중이다.

오는 24일까지 주당 2만원에 한국앤컴퍼니 주식 20.35~27.32%를 공개 매수한다는 계획이다. 현실화할 경우 이들은 50%가 넘는 지분을 확보, 경영권을 갖게 된다. 조 고문과 차녀 조 씨의 보유 지분은 각각 18.93%, 10.61%다.

다만 지난 5일 MBK 측의 공개매수 선언 이후부터 한국앤컴퍼니 주가는 2만원을 줄곧 넘어서고 있어 공개매수 금액을 더 올리지 않으면 지분 확보가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MBK는 현재까지는 “공개매수가 인상 가능성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입장이지만, 공개매수 마감(24일)까지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아 있어 MBK가 가격 인상에 나설 것이란 전망도 있다.

일각에서는 공개매수가 실패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해지면서 주가가 급락할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 12일 종가는 전날 대비 6.87% 하락한 2만1000원을 기록했다.

장남과 차남의 갈등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조 고문은 2020년 조 명예회장이 조 회장에게 경영권을 물려주자 크게 반발했다. 장녀인 조희경 한국타이어나눔재단 이사장도 조 고문편에서 법원에 아버지에 대한 한정후견개시심판을 청구했다. 조 명예회장의 결정이 건강한 정신 상태에서 자발적으로 이뤄졌는지 확인해야 한다는 취지였다.

조 고문은 2021년 주주총회에서 자신이 추천한 감사위원을 선출시키며 조 회장에 대항했지만 같은해 말 고문으로 물러나고, 조 회장이 회장에 오르면서 형제의 난은 마무리되는 모양새였다. 특히 작년 4월 1심이 한정후견개시심판 청구를 기각하면서 ‘조현범 체제’는 더욱 굳건해졌다.

하지만 조 회장이 올해 초 200억원대 횡령·배임과 계열사 부당 지원 혐의로 구속되자 조 고문은 사법리스크를 문제 삼으며 지배구조 개편을 이유로 다시 반격에 나섰다.

업계에서는 조 회장의 지분이 우세한 상황에서 아버지까지 조 회장을 지지하고 나선 만큼 조 고문의 이번 반격도 쉽지 않을 것으로 본다. 한국타이어 내부에서도 MBK의 경영권 인수 시도에 강력하게 반발하는 분위기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소속 한국타이어 노조는 11일 입장문을 내고 “외국계 투기자본의 적대적 인수합병(M&A) 시도를 결사반대한다”며 “사모펀드는 회사 자산을 약탈하고, 안정적인 운영보다 단기 수익성에 급급해 노동자 권리를 파괴하고 무시하는 세력”이라고 주장했다.

jiyun@heraldcorp.com
likehyo85@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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