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현 국민의힘 대표의 집무실이 있는 국회 본청 당대표실. [연합]

[헤럴드경제=김진·신현주 기자] 거취 결단 압박에 직면한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13일로 이틀째 국회에서 자취를 감췄다. 공식 일정을 취소한 그는 측근 뿐 아니라 비윤계 인사들에게도 의견을 구하며 막판 고심을 이어가고 있다. 14일 입장을 밝힐 것으로 전해진 김 대표의 선택지는 ‘대표직 사퇴 후 지역 내 험지 출마’ 또는 ‘대표직 유지 및 불출마’로 좁혀진 모습이다. 다만 한편에서는 ‘대표직 사퇴 및 불출마’ 결단을 내려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국민의힘에 따르면 김 대표는 전날에 이어 이날도 국회에 출근하지 않았다. 평소 문이 열려있던 국회 당대표실은 굳게 문이 닫혔고, 소수 직원만 출근해 업무를 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대표는 지난 11일 최고위를 마지막으로 이틀째 공식 일정을 취소한 채 거취 고민에 들어갔다. 전날에는 측근 인사들 외에 비윤계 인사들에게도 자신의 거취와 관련해 의견을 수렴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대표는 이날까지 고민을 이어 간 뒤 14일 최고위에서 입장을 내놓을 것이라고 한다.

김 대표의 거취를 놓고선 크게 ▷대표직을 내려놓은 뒤 울산 지역 내 험지 출마를 선언할 가능성과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고 대표로서 당무를 이어가는 방안이 거론된다. 울산 지역 내 험지로는 김 대표의 지역구(울산 남구을)과 맞닿은 북구가 거론된다. 북구는 울산 내 유일한 야당 의석으로 재선의 이상헌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현역이다. 김 대표가 대표직을 사퇴한 뒤 자신의 지역구에서 5선에 도전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내년 총선 출마 의지를 밝혔던 서동욱 울산 남구청장이 최근 구청장직 사퇴를 철회한 점도 이러한 전망을 키웠다. 한 초선 의원은 통화에서 “대표직도 잃고, 지역도 잃는 것보다 하나라도 확실하게 챙기는 것이 낫다”고 말했다.

김 대표가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는 대신 당권을 유지하는 방안은 친윤계 초선 다수가 지지하는 방법이다. 대표직을 사퇴할 경우 차기 당권과 비상대책위원장 인선을 놓고 당이 또 다시 혼란에 빠질 수 있다는 주장으로, 친윤계 초선 의원들은 최근 같은 이유로 김 대표 사퇴론을 반박해 왔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총선 승리보다 개인의 공천을 받기 위한 이해타산적 행보”라는 비판도 나온다.

한편에서는 김 대표가 ‘대표직 사퇴 및 총선 불출마’라는 대승적 결단을 내려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대표직을 사퇴하고) 울산 지역구 출마를 택한다고 해도, 공천을 받지 못한다면 모양새만 더 안 좋아진다”며 17대 총선 직전 한나라당의 ‘김문수 공천관리위’ 사례를 언급했다. 당시 김문수 공관위원장은 임명 직후 본보기로서 최병렬 당대표를 공천 배제했다.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가 11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

당 내에선 지도부 향방을 놓고 설왕설래가 오가고 있다. 당장 김 대표가 사퇴할 경우 당헌·당규에 따라 윤재옥 원내대표 권한대행 체제가 이어지는데, 당장 김건희 특검법 등 원내 사안을 두고 야당과 수 싸움을 벌여야 하는 원내대표가 총선 체제까지 떠안을 수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일각에선 한동훈 법무부 장관을 내세운 비대위 체제가 거론되지만, 그가 정치 경험이 없다는 점에서 비현실적이란 지적이 나온다.

당의 총선 체제도 전면 중단됐다. 이르면 이번주 중 출범 예정이었던 공관위와 공약개발기구는 출범이 기약 없이 미뤄졌다. 14일 활동 종료 예정이었던 총선기획단은 활동 기간을 연장할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