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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국이 타깃, 다큐·버라이어티 나올것”…정우종 삼양애니 대표가 만들 컨텐츠는?
정우종 삼양애니 대표·김학준 CD 인터뷰
삼양과 시너지 있지만, 다른 브랜드도 제작 목표
정우종(좌) 삼양애니 공동대표와 김학준(우) CD. 박병국 기자

[헤럴드경제=박병국·전새날 기자] “다큐, 버라이어티 등 스토리가 들어간 다양한 콘텐츠를 고민하고 있다. 우선 미국 시장을 타깃으로 콘텐츠를 만들 예정이다.”

식품회사가 ‘콘텐츠 제작사’를 만들었다. 예능 PD들을 영입해 기존에 없던 ‘콘텐츠’를 준비하고 있다. 미국을 중심으로 한 북미 시장이 타깃이다. 북미 구독자들은 이달 말 유튜브 등을 통해 이 회사의 콘텐츠를 만나게 된다.

삼양라운드스퀘어(옛 삼양식품그룹)의 자회사 삼양애니 얘기다. 삼양애니는 2021년 말 불닭볶음을 지식재산권(IP)으로 확대해 콘텐츠를 만들기 설립된 회사다. 2022년 불닭 캐릭터 ‘호치’를 활용한 애니메이션 ‘평범하게, 위대하게’와 ‘불타오르게, 위대하게’는 유튜브에서 조회 수 1000만 회를 넘기며 팬덤을 구축했다.

삼양애니는 여기서 한 발 더 내디뎠다. 본격적인 콘텐츠 제작사로의 변신이다.

그 중심에는 정우종 대표와 김학준 CD(Creaitive Director)가 있다. 지난 6월 영입된 정우종 공동대표는 디즈니, 샌드박스 등에서 잔뼈가 굵은 인물이다. 이후 삼양애니는 삼양라운드스퀘어 3세 경영인 전병우 대표와 정 대표 공동 운영 체제가 됐다.

지난달에는 스타PD 김학준 CD를 영입했다. 김 CD는 CJ ENM 제작PD 출신이다. ‘와썹맨’, ‘워크맨’, ‘시즌비시즌’ 등 웹예능을 제작했다. 두 사람은 샌드박스에서 2년간 호흡을 맞췄다.

김 CD를 영입하면서 콘텐츠 제작사 ‘라운드스튜디오’ 구성을 마쳤다. 라운드스튜디오는 과거 나영석 PD가 만든 외주제작사 ‘에그 이즈 커밍’ 같은 개념이다. 김 CD를 정점으로 ‘맛있는 녀석들’, ‘세계는 지금’, ‘투니버스 드라마’, ‘이니스프리 영상콘텐츠’, ‘현대차 TV 광고’ 등의 만든 PD까지 들어왔다. 13명이었던 삼양애니 조직은 전병우·정우종 체제 후 20여 명으로 늘어났다.

정 대표와 김 CD 두 사람이 선보이는 콘텐츠는 기존의 먹방과 차이가 있다. 콘텐츠에 스토리를 입히는 것이 핵심이다. 누들로드 식의 다큐와 예능 버라이어티 등 다양한 작업을 진행 중이다.

삼양식품 제품만을 위한 콘텐츠를 만드는 것이 목표가 아니다. 삼양심품이 아닌 다른 브랜드의 콘텐츠 제작도 고려하고 있다.

정 대표와 김 CD를 서울 성북구 삼양식품 본사에서 만났다. 본인을 “삼양애니에 들어오기 전 한번도 불닭라면을 먹어보지 못한 ‘맵찔이(매운 것 못먹는 사람)”로 소개한 정 대표와, “성공한 푸드 콘텐츠로 유퀴즈 온더블럭에 출연하는게 목표”라는 김 CD. 본지가 두 사람이 그리는 삼양애니의 미래를 들어봤다.

-대표로 온 지 6개월이 됐는데 가장 공을 들인 부분은?

▶정(우종)=가장 공을 들였던 것이 ‘라운드스튜디오’다. 삼고초려를 해서 김 CD를 영입했다. 삼양 같은 브랜드의 제조사 중 콘텐츠를 만드는 PD들이 내부에 있는 조직은 드물다. ‘라운드스튜디오’는 당연히 삼양식품의 제품도 담고 한국의 식문화도 담는다. 하지만 궁극에는 삼양식품이 아닌 다른 브랜도도 담을 수 있다. 삼양애니는 삼양식품의 인하우스 마케팅을 일부 대행하는 측면도 있다. 하지만 결국에는 디지털 마케팅을 특화해 잘하는 조직으로 성장할 것이다. 내년 초에는 미국, 중국 등을 목표로 크레이지 타이거라는 신규 식품 브랜드 런칭도 준비 중이다.

-김 CD와 인연은?

▶정=김 CD와는 샌드박스에서 2년을 같이 일했다. 나는 광고, 굿즈(goods), 라이센싱(licencing)을 총괄하는 CBO(Chief Buisiness officer)였다. 반면 김 CD는 CCO(Chief Contents Officer)였다. ‘당신은 잘 만들고 나는 잘 판다. 나는 만드는 능력이 없고 당신은 파는 능력은 없을 것 같으니 우리끼리 뭘 하면 되겠다’는 얘기를 농담처럼 한 적이 있다. 언급되는 스타 PD들이 있다. 하지만 그들은 모두 레거시 미디어(legacy media, TV 등 전통적인 미디어)에서 유튜브 등 디지털로 넘어온 사람이다. 디지털 쪽에서는 김 CD 외에는 잘 떠오르지 않았다.

-김 CD는 예능 PD였다. 예능 콘텐츠가 주가 되나?

▶정=우리가 예능 중심의 콘텐츠를 하겠다고 말하지는 않았다. 아무래도 김 CD가 예능 콘텐츠를 많이 해서 지레짐작 보도가 됐다. 우리가 만들 콘텐츠는 한국의 식문화와 음식이 중심이다. 정보를 전달하는 콘텐츠, 엔터테이닝한(entertaining·즐거움을 주는) 콘텐츠, 정서적인 허기를 달래줄 수 있는 ‘수딩(soothing·위로하는) 콘텐츠’가 세 가지 중심축이 될 것이다.

-출연자들이 먹는 모습을 보여주는 방송인 기존의 먹방과는 무엇이 다른가?

▶정=먹방은 폭발력을 가지고 있고 장점이 명확한 하나의 포맷이다. 하지만 먹방이 (삼양과 같은) 브랜드가 돈을 들여 투자할 콘텐츠 형태인가는 사실 의문이다. 먹방은 기본적으로 인물이 나온다. 인물에 대한 선호 여부에 따라 그 먹방은 사라질 수 있다. 마케팅이나 콘텐츠 관점에서 지속가능하지 않다고 본다.

▶김(학준)=먹방이라는 것은 케릭터는 있지만 스토리가 없다. 먹방은 ‘왜 이 음식을 먹나’. ‘내가 이 음식을 누구와 나누고 싶다’는 이야기는 배제된다. 직접적으로 먹는 것에만 집중한다. 거기에 스토리를 넣는 것이0 우리의 차별화된 전략이다. 인위적이지 않은 진정성 있는 캐릭터를 구축하자는 전략이다. 앞으로 우리가 할 콘텐츠에 먹방이 없다고 볼 순 없다. 하지만 우리는 누들로드 라인의 다큐, 쿡방이 등 형태의 엔터나 버라이어티 등 다양한 방식을 생각하고 있다.

-먹방은 제품의 매출로 연결될 수 있지만 다른 방식이라면 힘들지 않을까?

▶정=매출을 견인하는 것보다 다양한 제품을 선보일 팬덤을 구축하는 콘텐츠가 중요하다. 하나의 제품을 위한 콘텐츠는 아직 생각하고 있지 않다. 먹는 즐거움 또는 먹는 행위의 스토리를 계속 전달해 팬덤을 구축하는 것이 먼저다.

-불닭의 성공을 이어 나가는 것이 관건이겠다.

▶김=불닭의 경우 콘텐츠 관점에서 보자면 사실 의도한 플레이는 아니었다. 의도하지 않았기 때문에 오히려 자연스럽고 진정성 있게 다가갔다고 본다. 의도했다고 할 수 없지만, 불닭이란 IP(지적재산권)가 MZ세대나 다양한 플랫폼 안에서 충분한 플레이그라운드를 만든 것 같다. 이미 불닭은 잘 되고 있기 때문에 더 잘되게 할 수 있겠지만, 한계가 있었다. 조금 더 광범위한 의미에서 한국의 식문화. 한국의 음식을 소개하려 한다.

▶정=원히트 원더(one-hit wonder, 대중음악에서 한 곡만 성공 시킨 아티스트)가 되지 않기 위한 다른 것들을 만들 필요가 있다. 예를 들면 기획사 하이브가 BTS로 끝내지 않고, 르세라핌과 뉴진스로 새로운 K-팝 영역을 개척하는 것. 우리도 그런 식의 구조를 만들고자 생각하고 있다.

-향후 콘텐츠는 삼양식품 제품이 담기나?

▶정=식품회사와 관계성도 있어서 당연히 최대한 시너지를 낼 방법이 있다고 본다. 하지만 전병우 대표도 그렇고 나도 그렇고 ‘삼양애니가 오롯이 자생력을 갖고 날카로운 경쟁력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삼양라운드스퀘어라는 큰 패밀리 안에 있는 식품과 애니의 핵심 계열사로, 서로 간 협업을 하겠지만 각각의 날카로운 영역은 다를 수 있다.

-어떤 시장이 타깃인가?

▶정=우선 미국에서 콘텐츠를 성공시켜야 한다. 미국인이 출연진으로 나올 수 있지만, 미국에서 영향력 있는 한국인들이 출연진으로 나올 수도 있다.

▶김=일단 아메리칸 젠지(1996년~2000년에 태어난 세대)가 타깃이다. 오롯이 그쪽만 보고 기획이나 캐릭터를 만들고 있지만, 결과적으로는 영어 쓰는 나라는 우리 콘텐츠를 다 소비할 수 있다. 중장기적으로는 글로벌 타깃에 맞는 소재로 스토리 라인을 구축하는 중이다.

-해외 콘텐츠 시장과 국내 콘텐츠 시장은 어떻게 다른가?

▶김=북미와 한국은 즐겨보는 콘텐츠의 포맷 자체가 다르다. 국내는 리얼리티 기반의 콘텐츠를 소비한다면 북미 쪽은 팟캐스트가 여전히 인기가 많다. 우리는 캐릭터 위주라면 북미는 심심한 걸 좋아한다. 우리식 개그가 아닌 그들에게 맞는 위트를 어떻게 보여줄까를 고민하고 있다.

-만약 한류가 이어지지 않는다면 불닭 또는 그 콘텐츠의 인기도 장담할 수 없는 것 아닌가?

▶정=많이 받는 질문이다. 삼양애니는 ‘K’를 의도적으로 달고 있지 않다. 식문화라고 얘기하지만 K-식문화라고 표현하지 않는다. 불닭이 한국에서 왔기 때문에 유명해진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외국인들이 보기에 ‘이 매운 맛은 뭐지’였던 것이다. 그래서 저는 K를 피할 순 없지만 K와 동일시할 순 없다고 본다.

-10년 뒤의 삼양애니는 어떤 회사가 되어 있을까?

▶정=‘좋은 브랜드는 좋은 상품을 만들어낸다. 하지만 훌륭한 브랜드는 훌륭한 문화를 만들어낸다’라는 문구가 있다. 10년 뒤 삼양애니가 한국의 식문화 등의 문화를 만드는 회사가 되길 바란다. 신생 회사인 삼양애니가 와서 일하고 싶은 회사로 알려지길 원한다.

▶김=나는 직접적인 미래를 생각하는 사람이다. 회사로 오는 걸 결정한 뒤, ‘유퀴즈 온더 블럭’같은 채널에 우리가 나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우리가 만든 콘텐츠가 글로벌한 팬덤을 구축하게 되면 유퀴즈에서도 우릴 부르지 않을까 한다(웃음). ‘삼양애니가 미국에서 화제입니다’라고 평가될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들고 싶다.

정우종 공동대표가 걸어온 길

▶1979년 출생

▶1998년 단국대학교사범대학부속고등학교 졸업

▶2006년 연세대학교 경영학과 졸업

▶2005년 P&G

▶2015년 현대자동차

▶2016년 P&G

▶2019년 디즈니

▶2021년 샌드박스네트워크 CBO

▶2023년~現 삼양애니 공동대표(현)

coo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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