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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빚 줄이기’도 사치” 고소득자보다 60배 빠르게 늘어난 저소득자 부채[2023가계금융복지조사]
소득 하위 20% 부채 증가율, 1년 새 22.7%
소득 상위 20%는 0.4%↑…속도 60배가량 빨라
소득 1분위서만 신용카드 관련 대출액 증가
가용소득 감소…고금리 부채 확산
서울 한 거리에 불법 사금융 전단지가 부착돼 있다. 김광우 기자.

[헤럴드경제=김광우 기자] 고금리 상황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최근 1년새 소득 하위 20%에 해당하는 저소득자 부채 규모가 고소득자에 비해 60배가량 빠르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현금서비스 등 신용카드 관련 대출의 규모가 저소득 집단에서만 유일하게 증가하며 저소득자 부채의 질이 유독 악화된 것으로 파악됐다.

소득 1분위 부채 증가율 22.7%…신용카드 대출액도 ‘나홀로’ 증가

한국은행 ‘2023년 가계금융복지조사’ 발췌.

7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3년 가계금융복지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 1분기말 기준 소득 하위 20%에 해당하는 소득 1분위 가구의 평균 부채는 2004만원으로 전년 동기(1633만원)과 비교해 22.7%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체 가구의 평균 부채가 9186만원으로 같은 기간 0.2%의 상승세를 보인 것과 상반된 결과다.

실제 전체 집단 중 뚜렷한 부채 증가세를 보인 것은 소득 1분위 가구가 유일하다. 소득 2분위, 3분위 가구의 경우 최근 1년 새 각각 3.7%, 3.0%의 부채 감소율을 보였다. 소득 4분위와 5분위의 경우는 각각 0.3%, 0.4%의 부채 증가율은 나타내며, 1년 새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소득 1분위 가구의 부채 증가율이 5분위 가구에 비해 60배가량 높게 나타난 셈이다.

대부분 가구에서 부채 축소 현상이 나타난 것은 고금리 부담이 계속되며 대출을 상환하려는 수요가 늘어난 영향으로 풀이된다. 실제 부채를 보유한 가구의 비율은 지난 1분기말 기준 62.1%로 전년 동기 대비 1.3%포인트(p) 줄었다. 특히 금융부채 보유가구 비율은 같은 기간 57.2%에서 55.7%로 1.5%p가량 줄어들었다.

서울 한 지하철역 전광판에 채무 조정 안내문이 부착돼 있다.[연합]

하지만 저소득 계층의 경우 고금리 부담에도 불구하고, 대출 상환을 위한 자금을 확보하지 못한 모양새다. 실제 소득 1분위의 금융부채 현황을 살펴보면, 평균 신용카드 관련 대출액이 100만원으로 1년전(81만원)과 비교해 30%가량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신용카드 관련 대출에는 현금서비스 등이 포함되며, 통상적으로 당장 가용자금이 없는 경우에 수요가 늘어나는 특징이 있다. 은행권 신용대출 등에 비해 금리 수준이 월등히 높기 때문이다.

같은 기간 여타 소득분위의 경우 신용카드 관련 대출액이 일제히 감소했다. 지난해 1분기말 기준 소득 1분위와 같은 수준을 나타냈던 소득 2분위의 평균 신용카드 관련 대출액(81만원)은 1년 새 60만원으로 감소했다. 나머지 소득 분위에서도 평균 20%가량 감소세를 나타냈다. 여유자금으로 비교적 고금리에 해당하는 신용카드 관련 대출을 먼저 상환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즉 대부분 차주가 고금리 대출을 중심으로 부채를 줄여나가는 가운데, 저소득 차주의 경우 되레 고금리 부채를 늘렸다. 실제 소득 1분위가 전체에서 차지하는 부채 점유율은 지난해 3.6%에서 올해 4.4%로 0.8%p 증가했다. 그 외에는 2분위와 3분위는 각각 0.4%p, 0.5%p 줄었다. 4분위와 5분위는 거의 같은 수준을 유지했다.

40대·자영업자 부채 보유액 증가세 두드러져

서울 중구 명동의 한 가게 앞에 사람들이 대기하고 있다.[연합]

가구주 연령대별로도 부채 격차가 나타났다. 40대 이상 가구주의 평균 부채 보유액은 1분기말 기준 1억2531만원으로 전년 동기(1억2328만원)과 비교해 1.6% 증가했다. 같은 기간 60대 이상의 평균 부채 또한 6045만원에서 6206만원으로 2.7% 늘었다. 나머지 연령대에서는 부채가 감소했다. 특히 39세 이하의 평균 부채는 1억193만원에서 9937만원으로 2.5% 줄었다. 50대 평균 부채는 0.4% 감소했다.

가구주 종사상지위별로는 자영업자 가구의 평균 부채가 1억2097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나머지는 ▷상용근로자 1억1360만원 ▷기타(무직 등) 4714만원 ▷임시·일용근로자 3533억원 등으로 나타났다. 입주형태별로는 전세 가구의 평균 부채가 1억2373만원으로 가장 많았다.

한편 전체 가구의 올 1분기말 기준 자산 대비 부채 비율은 지난해보다 0.7%p 증가한 17.4%로 집계됐다. 해당 비율은 39세 이하 가구(29.6%), 상용근로자 가구(20%), 소득 4분위 가구(19.6%), 순자산 1분위 가구(71.2%), 기타(월세 등) 가구(26.2%) 등 집단에서 가장 높게 나타났다. 아울러 저축액 대비 금융부채 비율은 75.7%로 3.9%p 감소했다. 부채 규모는 거의 변화가 없었으나, 저축액 규모가 3.4%가량 늘어난 데 따른 영향이다.

wo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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