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화원 “화장실·자전거 등에 쓰레기 무단투기 많다”

쓰레기통 근처임에도 쓰레기 무단투기한 흔적 많아

서울시, 쓰레기통 매년 1000개 이상 늘리겠다 발표

따릉이·공중전화·벤치가 쓰레기통?…쓰레기통 없는 ‘서울’ 부작용
강남구 한 버스정류장 근처 공유전기자전거에 버려진 쓰레기. 김용재 기자

[헤럴드경제=김용재 기자] “거리에 쓰레기통이 없다 보니까 공중화장실 쓰레기통에 쓰레기를 무단으로 버리는 사람이 너무 많아요”

강남구 소재의 한 건물 환경미화원 A 씨(68) 의 말이다. A 씨는 “화장실에 가정용 쓰레기를 버리지 말라고 써 붙여 놨음에도 가정용 쓰레기를 가져오거나 플라스틱컵 등을 버리는 사람이 너무 많아서 힘들다”고 토로했다.

1995년 쓰레기 종량제의 시작으로, 가정용 쓰레기를 무단투기하는 일이 많아지자 각 지방자치단체에서는 길거리 쓰레기통을 점차 줄였다. 이에 서울은 ‘쓰레기통 찾기 힘든 도시’가 됐다. 이에 일부 시민들이 공공자전거나 공중전화, 벤치 등에 쓰레기를 무단투기하는 일이 잦아졌다는 지적이다.

광진구에서 만난 환경미화원 B 씨(53)는 “쓰레기통 주변에도 쓰레기가 많고 공공자전거나 공중전화 부스, 벤치에 쓰레기가 무단 투기 된 경우도 많다”라며 “특히 버스정류장 근처나 번화가 주변이 가장 쓰레기가 많다”고 말했다.

실제로 공유자전거가 몰려있는 테헤란로와 학원가 등을 돌아보니 공유자전거에 버려진 쓰레기가 심심찮게 발견됐다.

따릉이·공중전화·벤치가 쓰레기통?…쓰레기통 없는 ‘서울’ 부작용
강동구 천호동 일대 벤치에 버려진 쓰레기. 김용재 기자

공유자전거를 자주 이용한다는 직장인 김희수(27) 씨는 “전기자전거를 타려고 보면 짐을 올려두라고 만들어둔 공간에 쓰레기가 있는 경우가 많았다”라며 “이런걸 누가 치우라고 여기에 올려두는지 모르겠어서 갑갑하다”고 말했다.

다른 이용자 직장인 박모(31) 씨 역시 “이 근처에서 따릉이를 이용하려고 보면 먹다 버린 카페 컵 없는 따릉이를 찾기가 힘들다”라며 “요새 쓰레기통 찾기가 어렵다고들 하지만, 이렇게 쓰레기를 버려두면 누가 따릉이를 타고 싶겠나”라고 지적했다.

문제는 공공자전거에 버려진 쓰레기는 지자체에서 처리할 권한이 없다는 점이다. 서울 자치구 환경과 관계자는 “공공자전거 바구니에 버려진 쓰레기의 경우 처리할 권한이 없다”라며 “해당 업체가 치워야 하기 때문에 업체에 문의가 가야하는 현실”이라고 설명했다.

공유형 이동장치 업계는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한 공유 전기자전거 업체 관계자는 “모든 공공 전기자전거에 쓰레기가 있는 것이 아니고, 쓰레기가 보일 때마다 치우고 있다”며 “워낙 많은 수의 자전거가 있다 보니 바로바로 쓰레기를 치우지는 못한다. 시민들의 자정작용이 절실하다”고 해명했다.

한편, 서울시는 공공 쓰레기통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오자 쓰레기통을 매년 1000개 이상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서울시에 따르면 공공 쓰레기통이 올해 말까지 5500개, 내년 6500개, 2025년 7500개로 단계적으로 확충할 예정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쓰레기통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정말 많이 들었고, 이에 따라 쓰레기통을 획기적으로 늘릴 예정”이라며 “벤치나 공중전화 부스에 버려진 쓰레기의 경우 매일 환경미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따릉이에 버려진 쓰레기는 자정작용 캠페인을 통해 쓰레기를 자체적으로 치우는 방법 등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