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호점 북한산센터에 1년여간 1.4만명 방문
“K-산, 멀리든 가까이든 다채롭게 매력적”
[헤럴드경제=함영훈 기자] “오 마이 갓, 대박, 원더풀, 멋있다, 어메이징~!”
알프스와 몽블랑,올림푸스산은 멀리서 봐야만 아름답고 케이블카로 산 정상에 오르면 풍경의 아기자기함이 적은데 비해 서울의 산은 멀리서도 우람하고, 계곡과 어우러진 등산로 풍경 등 트레킹 중 들여다보는 ‘속살’도, 산행객들의 인정도, 등정 후 전망도 예쁘다.
북악산 곡장에서 바라본 한양도성길 |
북악등산로에서 이어지는 인왕산에서의 조망 |
그저 별 기대 없이 빌딩숲 옆 서울 산 등정에 나선 외국인들은 등산할수록 스며드는 우리나라 산의 반전 매력에 놀라, 몇 마디 배운 한국어를 섞어가며 감탄사를 연발한다.
입소문은 순식간에 지구촌에 퍼져, 요즘 서울 산 등산객 중 외국인의 비중이 30% 안팎에 달할 정도로 많다. 북한산, 북악산, 인왕산, 남산, 관악산, 설악산, 한라산 등 K-등산이 새로운 한류로 급부상하고 있다.
서울시와 서울관광재단은 5일 북악산·청와대·북촌 등이 있는 서울 삼청동에 두 번째 ‘서울 도심 등산관광센터’를 운영하기 시작했다. K-컬쳐, K-푸드와 함께 K-등산이 서울 여행 인기 정상 ‘빅3’에 빠른 속도로 등극할 정도로 인기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첫 서울 도심 등산 관광센터는 지난해 우이동에 만든 북한산이었다.
한옥 컨셉트로 지어진 북악산 서울 도심 등산관광센터(삼청동) |
외국인 관광객의 서울 도심 등산 풍경은 우리와 다르지 않다. 백운대 정상에 앉아 천촌만락을 내려다보면서 미리 먹기 좋게 잘라 호일에 싼 김밥을 베어 먹는 모습이 영락없는 서울 사람이다.
어떤 외국인은 등산로 위에 떨어져 있는 나무 막대기를 줍더니 “서울 등산 땐 나뭇가지 지팡이가 제격”이라며 자연에서 얻은 등산 도구에 의지해 굴곡진 산길을 올라가기도 한다.
북한산 백운대에서 외국인 등산객 일행이 김밥을 먹고 있다 [Mika in Korea 유튜브 캡쳐] |
북한산 사모바위 옆 ‘돗자리 등정파티’ 명당 자리에서 “야호!”를 외치면 “거기, 외국인 양반, 부침개 한 젓가락 하소!”라는 제안이 온다는 것도 잘 안다. 서툰 한국말로 “감사합니다”라면서 넙죽 받아먹는다.
2018년 한국에 어학연수를 왔을 때 올랐다가 멋진 풍경과 아기자기한 능선, 서울 도심 등산 관광센터의 세심한 서비스, 도심과 가까운 편리함, 한국인 등산객들의 인정 등 다채로운 북한산 매력을 잊지 못하고 올해 다시 찾은 스웨덴 청년 오스카와 댄은 이번엔 친구 카이사와 아미를 함께 데리고 와 북한산의 매력을 나누기도 했다.
필리핀 여행객 티제이 고칭코는 ‘준비없이 몸 만 가도되는’ 등산 관광센터의 등산복·등산화 대여 시스템이 놀라웠고, 안전한 산행을 위해 노력해주시는 모습이 흐뭇하다는 뜻을 전했다.
서울 도심 산행객의 10중 3명은 외국인이다 |
북한산에서 올해 열린 서울 7대명산 외국인 챌린지 발대식 |
서울 도심 등산 관광센터는 K-등산 관광 활성화를 위해 서울관광재단이 지난해 북한산에 처음 열었다. 팬데믹을 거치며 자연친화적 여행의 선호도가 높아진 점에 주목, ‘등산 관광(Hiking Tourism)’ 개념을 최초로 도입, 서울 도심 등산 관광 활성화에 나섰던 것이다.
서울은 대도시임에도 불구하고 버스나 지하철 등 대중교통을 이용해서 쉽게 갈 수 있는 산들이 많다는 큰 장점을 가지고 있다.
서울관광재단은 2022년 외국인 설문조사를 통해 음식 다음으로 등산·트래킹 관광에 호감이 큰 점을 확인, 북한산 인근에 첫 서울 도심 등산 관광센터를 설치하게 됐다.
그해 6월 시범운영을 개시한 서울 도심 등산관광센터(북한산)는 현재까지 1년 5개월 동안 이용객 1만4000여명, 등산용품 대여 2800여건, 지역 관광자원과 연계한 체험 프로그램 참가 500여명을 기록하는 등 예상 외의 높은 성과를 거두고 있다.
서울 산의 매력에 빠진 각국의 등산객들이 무용담을 자랑하면서 K-등산의 세계적 위상을 높인 점도 중요한 성과다.
지난해 상반기에 문을 연 북한산 서울도심등산관광센터 |
5일 문을 연 북악산 서울도심등산관광센터 |
북악산 초입에 5일 문을 연 서울 도심 등산 관광센터 ‘2호점’(삼청동)은 외국인들이 좋아하는 전통 한옥으로 조성됐다. 청와대 춘추관에서 걸어서 5분이면 갈 수 있어 접근성이 좋다. 서울에서 가장 핫한 관광지들이 주변에 많다 보니 관광객들의 높은 관심이 기대되고 있다.
특히 춘추관에서 시작해 청와대 전망대-청운대를 지나 북악산의 정상인 백악마루까지 오르는 코스는 단시간에 정상을 오르며 서울 도심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어, 청와대 개방 이래 가장 인기 있는 코스이기도 하다. 창의문과 숙정문 등 서울 방어기지 문화유산도 함께 하고, 부아암(아기업은 바위), 촛대바위 등 기암괴석도 만난다.
북악산 부아암 |
북악산 서울 도심 등산관광센터 인근 북촌의 외국인 등산객들 |
서울관광재단은 해당 센터를 거점으로 도심 관광의 중심지인 삼청동과 북촌 한옥마을을 방문하는 외국인들에게 등산 관광의 매력을 적극적으로 알릴 계획이다.
외국인 등산객들에게 등산화, 등산복, 고어텍스 자켓 등의 장비를 각각 2000원~5000원에 대여해 주고, 2024년부터 북악산의 다양한 코스를 활용한 ‘등산관광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할 예정이다.
삼청동 등산 관광센터에서 가장 가까운 등산 명소는 한양도성의 건축미와 서울의 도심 풍경을 함께 감상할 수 있는 북악산과 인왕산 코스다.
북악산은 산등성이를 따라 이어진 한양도성의 성곽을 감상할 수 있는 등산 코스를 갖고 있다. 등산로마다 서울 도심을 내려다 볼 수 있는 조망 포인트가 있다.
북악산 한양도성길은 경사가 있어 난이도가 높다. 코스의 시작은 와룡공원에서 시작한다. 북악산 한양도성길은 와룡공원에서 출발해 말바위 안내소로 향한다.
말바위 전망대에서 바라본 성북동 풍경 |
말바위 전망대에 도착하면 발아래로 성북동과 삼청각 일대의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성벽을 따라 걸으면 2020년 11월에 개방된 곡장 전망대에 다다른다. 전망대에서는 북쪽으로 북한산을 시작으로 동쪽으로는 롯데타워가, 남쪽으로는 남산 일대의 풍경이 파노라마로 펼쳐진다.
2022년 청와대가 개방됨에 따라 북악산의 비공개 지역도 공개됐다. 가볍게 걷기를 원하는 사람이라면 청와대 춘추관 뒷길에서 시작해 바로 백악정과 청와대 전망대로 올라가면 쉽게 등산할 수 있다. 청와대 전망대에 서면 청와대 일원부터 경복궁과 광화문 일대까지 모두 보인다.
기존 북악산 한양도성길과 연계해 청와대 전망대로 가려면 청운대 쉼터에서 만세동방 방향으로 산행하면 된다.
만세동방을 지나 좀 더 내려오면 바로 청와대 전망대로 이어진다. 전망대에서 백악정을 통해 칠궁 뒷길이나 청와대 춘추관 뒷길로 하산할 수 있다.
청와대에 도착한 외국인 여행객들 |
인왕산은 한양도성길을 따라 등산로가 잘 정비되어 있어 등산 초보도 도전할 수 있다. 바위산이므로 등산화를 꼭 신어야 한다.
인왕산의 등산은 윤동주문학관에서 출발해 사직단으로 내려오거나 서촌의 수성동계곡으로 하산하는 것을 추천한다.
윤동주문학관부터 인왕산 능선까지는 성벽 따라 데크 계단이 놓여있다. 계단을 지나 능선에 올라서면 발아래로 광화문 일대부터 남산을 지나 서쪽의 일대의 풍경이 펼쳐진다.
북한산 백운대 코스에서 발 아래 전망을 보는 등산객 |
길기연 서울관광재단 대표이사는 “서울은 도심에서 등산을 즐기고 다시 인기 관광지로 하산해 바로 관광을 즐길 수 있는 세계 유일의 수도”라면서 “등산 관광센터를 통해 다양한 서울의 자연을 경험할 기회를 제공하고 K-마운틴 콘텐츠의 수요를 지속적으로 창출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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