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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땡큐! 바이든” 미중갈등에 韓 전기차 수출 74% 증가 '함박웃음'
미국, 반도체 부문만 2000억달러 투자…덕분에 국내기업 배터리 수출 호조
‘어부지리’…전기차 공장 따라 식품 등 생활 관련 기업도 미국 진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7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에서 공급망 회복력 강화 위원회와 관련해 기자회견 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문혜현 기자] 미국의 대중 무역규제 기조가 지속 강화되는 가운데 우리나라 반도체·전기차 기업이 뜻밖의 수출 증가 효과를 보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우리 기업이 미국 내에 반도체·전기차 생산 기지를 대거 건설하면서 부품업체 뿐 아니라 식품 등 생활기업도 덩달아 진출하면서 달러를 벌어들이고 있다는 설명이다.

한국은행이 1일 발표한 ‘미국 산업정책의 현황과 우리 경제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우리 기업의 미국 내 공장건설과 설비확충의 영향으로 올해 1월부터 10월까지 건설기계(27%)를 중심으로 기계류 수출이 16% 증가했다. 특히 미국 산업정책 관련 품목인 전기차 수출이 74% 껑충 뛰었다. 배터리 수출 또한 14% 증가하는 등 호조를 보였다.

[한국은행 제공]

최근 미국은 반도체 및 과학법(CHIPS and Science Act),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및 대중 반도체 수출규제 등을 통해 자국 내 산업 정책에 거센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특히 중국에 대한 규제의 벽이 높아지고 있다. 미 상무부는 작년 10월 고성능 반도체 및 반도체장비의 중국 수출을 제한했고, 올해 10월에는 수출제한 대상을 저사양 칩으로까지 확대하고 우회 수출경로를 차단하는 등 수출 규제를 강화했다.

이를 통해 미국은 ▷공급망 복원력 강화 ▷첨단부문 주도권 확보 ▷제조업 부흥을 도모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보고서는 “미 정부는 핵심품목의 공급망 안정성을 제고하고 지정학적 리스크에 대비할 필요성이 커졌다”며 “첨단산업 생태계를 미국 내에 구축해 그간 동아시아 국가들이 보유하고 있던 첨단반도체 생산 주도권을 되찾겠다는 의도도 강화됐다”고 분석했다.

1990년대부터 미국의 반도체 생산능력은 꾸준히 감소하고 있는데, 미 정부는 CHIPS 법안을 통해 반도체 제조시설 및 R&D 투자 등을 지원해 재도약의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주요 지역에 첨단 제조업 허브를 육성해 지역경제를 활성화시키고 양질의 고용을 창출하려는 목적도 있다. 실제 미국은 금융위기 이후 제조업 증강법 등을 통해 자동차·재생에너지·IT 등 첨단산업의 리쇼어링(해외에 나간 자국 기업이 국내에 들어오는 현상)을 장려한 바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이 추진하는 산업정책 프로젝트 중 반도체 부문의 투자규모는 2029억달러에 달한다. 친환경 부문 또한 1023억달러로, 이중 배터리와 전기차 부문은 각각 771억달러, 104억달러 수준이다.

[한국은행 제공]

정부 주도의 프로젝트가 활발해지면서 관련 투자 또한 크게 확대되고 있다. 그간 성장기여도가 미미한 수준이었던 제조업 구축물투자(공장건설 등)가 지난해부터 크게 늘어 올해 1~3분기 중엔 성장기여도가 0.4%포인트에 이르렀다.

이와 관련해 미국 내 제조업 건설지출이 크게 증가하고 있으며, 관련 고용도 양호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는 설명이다. 보고서는 “공장건설이 마무리되는 내년 하반기 이후부터는 생산 및 고용 확대가 가시화되면서 제조업 경기를 뒷받침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산업연관도를 고려해 진행중인 투자사업의 경제적 효과를 시산해보면 고용이 약 32만명(전체 취업자수의 약 0.2%) 증가하고, 연간 국내총생산(GDP)는 0.2% 정도 지속적으로 확대될 것으로 추산된다”고 설명했다.

이에 미국에 우리나라 주력 제조기업이 다수 진출하면서 글로벌 제조업 경기 부진에도 대미 수출이 확대됐다는 평가다.

보고서는 “상반기 대미수출이 양호한 모습을 보인 데는 미국의 견조한 소비와 함께 산업정책 관련 자본재 수요가 중요하게 작용했다”며 “우리 기업들이 미국 내 반도체 및 전기차 생산기지를 건설하는 과정에서 부품업체뿐 아니라 식품 등 생활 관련 기업들이 동반 진출하면서 미국 내 공급망이 형성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현대차그룹이 전기차 공장(합작투자 포함 81억달러 규모)을 건설중인 조지아주에는 8개 부품협력사가 총 9억 달러 규모로 투자계획을 밝혔으며, CJ푸드빌(뚜레쥬르)도 조지아주에 공장을 설립할 계획이다. 치킨, 베이커리 등 국내 식품기업들은 팬데믹 이후 한인 거주지를 벗어나 미국 전지역으로 지점을 늘리고 있다.

다만 내년 미국 대통령선거가 변수로 꼽힌다. 보고서는 “내년 미 대선 결과에 따른 불확실성과 중장기적으로 반도체, 전기차 등 핵심산업의 생산기지가 미국으로 이전되면서 우리 경제의 고용기반이 위축될 리스크를 배제하기 어렵다”며 “주요국 산업정책에 따른 기회요인과 리스크를 종합적으로 감안해 정교한 대응방안을 마련해나갈 필요가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조언했다.

moon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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