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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中日 휩쓸었는데, 韓이우환은 소외?…산유 309억·쿠사마 129억
산유, 테피스트리 위의 누드, 1929 [크리스티 코리아 제공]

[헤럴드경제=이정아 기자] 경기 침체로 주춤했던 미술 시장이 다시 살아날까. 11월 초 뉴욕 경매가 기사회생하며 막을 내린 가운데, 홍콩 경매도 일부 작가들의 신고가 행진이 이어졌다. 다만 이변도 있었다. 이우환 작가의 1977년작 ‘점으로부터’는 유찰됐다. 미술계에 침체의 골이 드리워진 점을 감안하면, 응찰자들의 까다로운 ‘옥석 가리기’는 점차 심화하는 분위기다.

29일 미술계에 따르면, 크리스티 홍콩은 지난 28일(현지시간) 진행한 20/21세기 이브닝 경매에서 총 8억1224만 홍콩달러(한화 약 1343억1100만원) 어치의 작품을 낙찰시켰다. 올해 5월에 열린 20/21세기 이브닝 경매에서의 작품이 총 8억8917만 홍콩달러(1470억3300만원) 가량 팔려나간 것을 고려하면 8.7% 줄어든 수준이다. 낙찰률은 88%로 지난번과 비슷했다. 5월 경매 낙찰률은 87%였다.

쿠사마 야요이, 꽃, 2014 [크리스티 코리아 제공]

이번 경매에서 최고 낙찰가를 기록한 작품은 약 309억8400만원에 낙찰된 산유의 ‘테피스트리 위의 누드’(1929)였다. 낙찰 추정 최고가보다 무려 약 62억원 이상 높은 금액으로 주인을 찾았다. 이어 쿠사마 야요이의 ‘꽃’(2014)이 129억1900만원에 낙찰됐고, 요시모토 나라의 ‘나쁜 이발사’(2000)가 84억6600만원에 팔렸다. 뒤이어 리우 예의 ‘레드 넘버 2’(2003)가 70억6500만원에 낙찰되며, 산유에 이어 두 번째로 고가의 작품을 판 중국 작가로 이름을 올렸다.

정상화, 무제, 85-12-A, 1985. [크리스티 코리아 제공]

한국 작가들은 이번 경매에서 엇갈린 성적표를 받았다. 20/21세기 이브닝 경매에는 한국 미술사를 대표하는 추상화가 이우환, 단색조 회화를 그리는 1세대 작가 정상화의 작품이 각각 1점씩, 총 2점이 출품됐다.

정상화의 1985년작 ‘무제 85-12-A’는 4억9900만원에 낙찰됐다. 예상 최고가 가격보다 2억원 가량 높은 가격에 판매됐다. ‘무제 85-12-A’는 상징적인 파랑색과 독창적인 기법으로 구현한 리듬감 있는 표면이 특징인 작품이다.

반면 이우환의 ‘점으로부터’(1977)는 유찰됐다. 이 작품의 낙찰가는 8억4000만~13억4000만원으로 추정됐지만, 작품 보존 상태가 좋지 않아 제 값을 받을 수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크리스티 홍콩 관계자도 “작품 컨디션이 좋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리우 예, 루돌프 스팅겔, 타카시 무라카미, 조지 콘도 등 거장들의 출품 작품도 줄줄이 유찰돼 홍콩 컬렉터들의 외면을 받았다.

이우환, 점으로부터(From Point), 1977. [크리스티 코리아 제공]

그간 국내 미술품 경매시장에서 이우환의 작품이 유찰되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아트프라이스가 발표한 작가별 국내 미술품 경매시장 낙찰 총액 순위에 따르면, 이우환은 김환기에 이어 2위다. 지금까지 국내 미술품 경매시장에서 팔린 이우환의 작품 낙찰가는 총 1220억원에 이른다.

다만 아직까지 중국, 일본 작가에 비해선 우리 작가들의 작품이 저평가 돼 있긴 하다. 이번 크리스티 홍콩의 20/21세기 이브닝 경매에서도 낙찰가 기준 상위 10위권에 중국·일본 작가의 작품은 9점이나 됐지만, 국내 작가 작품은 한 점도 없었다. 전 세계적으로 높아진 국내 문화·예술의 위상에 맞게 ‘K-아트’의 경제적 가치도 그에 걸맞게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한편 이우환의 50년 예술 활동을 아우르는 대규모 회고전이 독일 베를린 함부르거 반호프 미술관에서 진행 중이다. 전시는 지난달 27일에 개막해 내년 3월 10일까지 이어진다.

dsu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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