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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고준위 특별법 또 무산위기, 21대국회도 직무유기할 건가

역시나인가. 21대 국회에서 통과를 희망했던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 특별법(이하 고준위 특별법)’이 불발될 위기에 처했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법안심사 소위에서 3년째 표류 중이던 고준위 특별법은 ‘발등의 불’인 그 당위성에 힘입어 이번엔 여야 합의 처리가 될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지난주 열린 소위에서 이견을 좁히지 못했고 더는 합의하기 어렵다는 판단하에 결국 특별법 처리를 여야 지도부에 일임한다는 결정을 내린 채 헤어졌다. 황당한 결론의 책임회피로, 심각한 직무유기임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고준위 특별법 제정을 통한 방폐장 확보는 촌각을 다투는 일이다. 원전 가동 후 배출되는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사용후 핵연료)은 당연히 함부로 버릴 수 없고, 특수한 시설에 보관된다. 사용후 핵연료는 원자로 옆 수조(습식저장시설)에 5년간, 이후 원전부지 내 건식저장시설에 반영구 보관되는 절차를 거친다. 문제는 1978년 원전(고리) 가동 이후 쌓인 사용후 핵연료가 1만8600만t으로 불어나면서 점점 보관용량이 포화상태에 다다랐다는 점이다. 당장 한빛원자력은 2030년이면 보관능력이 한계에 달하고 한울원자력(2031년), 고리원자력(2032년)도 향후 10년 안에 포화상태가 된다. 방사성 폐기물을 더 보관할 데가 없다는 것은 어느 순간 원전 가동을 멈춰야 한다는 뜻이다. 그걸 막을 유일한 방법은 특별법 제정을 통한 방폐장 건설이다.

방폐장 건설이 쉬운 일은 아니다. 지난 30년간 님비(not in my backyard)와 님트(not in my term) 앞에서 소리만 요란할 뿐 진척은 없었다. 하지만 최근 더 실기(失期)할 수 없다는 공감대가 퍼졌다. 일부 지자체나 주민은 특별법 취지를 이해하고 오히려 제정을 촉구했다. 피켓 들고 일어서던 예전과는 사뭇 달라진 흐름이었다. 21대국회 통과는 그만큼 청신호였다. 그런데도 소위는 이를 외면했다. 특히 특별법 합의처리 파행 원인 중 하나가 야당의 탈(脫)원전 고집이었다는 것에 씁쓸함을 감출 수 없다.

방폐장 건설은 친환경이냐, 탈원전이냐 하는 것과는 별개의 사안이다. 좋았던 싫었던 원전 혜택을 받은 기존 세대가 꼭 해결해야 할 법이다. 원전의 열매를 실컷 취한뒤 싼 똥은 미래 세대가 알아서 치우라는 게 말이 되는가. 늦지 않았다. 무능한 소위가 손을 놓았다면 양당 지도부가 대승적인 합의를 통해 특별법을 처리하길 바란다. 소위를 믿지 못하겠다면 상임위나 법사위로 직행시키는 등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 정기국회에서 힘들다면 임시국회에 합의해 처리하면 된다. 후안무치의 21대국회였다는 오명을 쓰지 말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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