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0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이세진 기자] 최근 ‘청년 비하’ 현수막 논란으로 곤욕을 치른 더불어민주당이 청년 표심을 되돌이킬 묘수를 찾고 있다. 총선을 앞두고 놓쳐선 안 되는 2030세대를 향한 메시지를 가다듬어 ‘현수막 사태’를 만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거대 야당으로서 국회 예산안 심사에서 청년 예산 확보를 부각하고 정책 비전을 제시하는 방식을 도모하고 있지만, 민감한 표심을 고려해 살얼음판 걷듯 조심스런 모습도 노출되고 있다.

21일 민주당 안팎에서는 최근 청년 비하로 해석될 수 있는 현수막 문구 논란을 잠재우고 다른 청년 정책으로 여론을 환기하려는 분위기가 읽힌다. 앞서 민주당은 지난주 공문을 통해 공지하고 게첩됐던 해당 현수막을 철거하고 “당의 명백한 잘못”이라며 공식 사과했다.

논란이 된 현수막에는 ‘정치는 모르겠고, 나는 잘 살고 싶어’ ‘경제는 모르지만 돈은 많고 싶어’ 등 문구가 적혀 있었고, 이는 청년을 정치·경제에 무관심하고 개인 이익에 매몰된 집단으로 폄하했다는 비판이 잇따랐다.

당내에서도 지적이 이어졌다. 특히 최근 김포의 서울 편입, 공매도 제도 개선 등 정책 이슈에서 여권에 주도권을 빼앗겼다는 지적이 이어지자, 민주당의 ‘조급함’이 여과없이 드러난 것이란 견해가 지배적이다.

한 민주당 최고위원은 이날 헤럴드경제와의 통화에서 “이른바 ‘정알못’(정치 모르는 사람) ‘경알못’(경제 모르는 사람) 등 유행하는 말들은 온라인 커뮤니티나 시민단체에서 할 수 있는 표현이지만, 정당이 그렇게 청년을 규정하는 일은 없었어야 했다”면서 “면밀한 검토가 부족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초선 의원도 통화에서 “정부여당과의 경쟁에만 매몰돼 정작 중요한 정책 메시지에 자꾸 삐그덕거리는 소리가 나고 있다”면서 “끝내 사무총장이 사과를 했지만 이재명 대표를 필두로 한 지도부가 더욱 책임지는 자세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서둘러 논란을 진화한 민주당은 기존 강조해 온 청년 정책 등을 적극 추진하는 방식으로 이를 만회하려는 모양새다. 논란이 된 현수막 디자인을 포함한 일명 ‘갤럭시 프로젝트’는 전면 재검토에 들어갔고, 앞서 이재명 대표가 강조했던 ‘청년 3만원 패스’ 등 정책을 띄워 청년 표심을 모아낸다는 복안이다.

당 대표실에 따르면 이 대표는 오는 22일 민주당이 추진하는 청년 패스를 설명하고 청년 교통 대책과 관련한 폭넓은 의견을 청취하는 간담회를 가질 계획이다.

민주당은 예산으로도 이를 뒷받침한다는 전략이다. 최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서는 민주당 주도로 청년패스(청년 3만원, 일반 국민 5만원) 예산이 2923억여원 책정됐다.

당 대표실 관계자는 “현수막 문구 논란 등 이미 엎질러진 물은 뒤로하고, 메시지를 재정비해 다른 정책들로 점수를 따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면서 “앞서 R&D(연구개발) 예산 복구를 추진했던 것처럼 예산안 심사에서 청년 관련 포인트를 많이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