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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새벽 눈 떠졌는데 잠 안와, 직장생활 다 이렇게 힘든거지?” [투자360]
직장 스트레스로 육체적·심적 고통 호소 직장인 증가
번아웃시 극단적 선택 증가 연구결과
직장 내 보상부족 주된 요인
게티이미지뱅크

[헤럴드경제=서경원 기자] 과중해진 업무, 복잡다단한 상하관계, 치열한 승진경쟁 등으로 직장생활에 육체적·심적 고통을 호소하는 직장이들이 늘고 있다.

지난 16일 한 온라인 이직 관련 커뮤니티에는 ‘직장생활 다 이렇게 힘든거지?’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이 사람은 글에서 “새벽에 눈이 떠졌는데 회사 생각에 잠이 안온다”며 “다들 힘들게 살아간다고 생각하면서 남들 다 하는 일 나는 왜 못하겠냐는 생각으로 버티고 있는데…”라고 적었다. 이어 그는 “시간이 지날수록 짝사랑처럼 나만 나의 일을 놓지 못하는 기분”이라며 “같은 상황이라도 나의 성격이나 기질이 예민해서 더 크게 스트레스 받는 것도 같다”고 말했다.

그러자 이 글에는 ‘신입사원 때 이런 생각 많이 했었음. 눈 뜨면 회사 갈 생각에 힘들고, 지치고. 토닥토닥’, ‘연차가 쌓이면 다를 줄 알았는데 일이 더 많아지니 더 힘들다’, ‘좋은 회사는 힘든 법이야. 우리는 희망이 없으니 힘들 것도 없더라’, ‘매일매일 그만 두고 싶음. 회사 갈 생각에 잠 못 이뤄’, ‘다들 그래’ 등의 댓글이 달렸다.

연합뉴스

한편, 직장인들이 과도한 스트레스로 인해 신체적·정신적으로 소진되는 '번아웃'에 처할 경우 우울증 여부와 관계없이 자살 위험이 크게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강북삼성병원 기업정신건강연구소 오대종 교수와 정신건강의학과 전상원·조성준 교수 연구팀은 2020∼2022년 직장인 마음 건강 증진 서비스를 이용한 근로자 1만3000여명을 분석해 이러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지난달 밝혔다.

번아웃은 신체·정서적 에너지의 고갈로 인한 탈진, 직장과 업무에 대한 냉소적인 태도, 직업 효능감 저하 등에 놓인 상태를 칭한다. 세계보건기구(WHO)가 국제질병분류기준에 올린 임상증후군이기도 하다. 직무 스트레스에 만성적으로 노출되는 경우 번아웃을 경험할 수 있다.

이번 연구는 제조, 금융, 서비스, 유통, 건설, 공공 행정 등 다양한 직역 근로자를 대상으로 번아웃 여부와 자살을 생각한 적이 있는지 등을 설문해 분석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그 결과 번아웃 중에서도 신체적·정신적 탈진이 있는 직장인의 경우 우울증이 없더라도 자살을 생각할 위험이 77% 높았다. 이때 우울증이 있으면 자살을 생각할 위험이 36% 증가했다. 우울증으로 인해 자살을 생각할 위험을 제외하고 번아웃만을 원인으로 추려 위험성을 분석한 결과다.

특히 자신의 직무를 스스로 조절할 수 없거나 직장 내 분위기가 우호적이지 않은 경우 자살을 생각할 위험이 높아지는 경향을 보였다.

오 교수는 "다양한 직업군에서 번아웃과 우울증, 자살 사고(생각)의 연관성을 확인한 최초의 대규모 단면 연구"라며 "신체적·정신적 에너지가 소진된 직장인은 우울증 여부와 상관없이 자살 위험을 잘 관찰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게티이미지뱅크

또 동 병원의 정신건강의학과 전상원·조성준 교수, 전혜정 전공의 연구팀은 2015∼2019년 병원 기업정신건강연구소의 직장인 마음건강 증진 서비스를 이용한 근로자 1만4425명을 분석한 결과를 지난 9월 발표한 바 있다. 이에 따르면 우울 증상이 없는 근로자가 자살 생각을 하게 하는 주요 요인 중 하나는 직장에서의 '보상 부족'으로 나타났다.

자살 생각을 가진 사람은 우울증을 앓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연구팀 분석 결과 우울증이 없는 근로자 중에서도 16.2%는 자살 생각을 갖고 있다고 답했다. 이러한 근로자들은 남성보다 여성이 많았고, 연령대별로는 중장년 이상이 많았다.

또 이들은 스트레스 사건 이후 빠르게 회복하는 힘인 '심리회복 탄력성'이 다른 이들보다 약했으며, 주관적으로 느끼는 스트레스와 불안 증상이 두드러지고 수면시간이 적은 점이 특징이었다.

직장 문화, 인간관계 갈등 등 직장 내 스트레스와 관련한 7가지 요인이 우울증 없는 자살 생각에 미친 영향을 분석해본 결과 '보상 부족'이 가장 높은 연관성을 보였다.

직장 내 보상은 금전적 보상뿐 아니라 직업에 대한 개인의 만족도, 직장 내에서 존중받음 등을 포함하는 개념이라고 병원은 설명했다.

전상원 교수는 "직장 내 적절한 보상은 근로자들이 불안장애와 우울증에 걸리지 않게 하는 보호 요인으로 작용한다"며 "보상 부족은 우울 증상이 없어도 자살 생각까지 일으킬 수 있다는 점에서 '보상'이 갖는 의미는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gil@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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