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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 임금 부풀려 가로챈 현장소장 불구속, ‘저임금 착취’ 외국인 근로자 구속…이유는?
외국인 건설근로자 임금 부풀려 청구 후 착복
‘한국어 미숙’한 점 악용…대리수령해 빼돌려
중국인 목수팀장·공무차장·현장소장이 공모
5년간 5억6000만원…이용당한 근로자는 구속
공모자들 불구속 기소…앞서 6·10월 영장 기각
[연합]

[헤럴드경제=유동현 기자] 한국어가 미숙한 건설현장 외국인 근로자들의 임금을 부풀려 받아 5년간 5억여원을 가로챈 현장소장이 이달 초 불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졌다. 그러나 그동안 적은 임금으로 노동을 착취당한 외국인 근로자들은 정작 구속돼 재판을 받고 있다. 어떻게 된 일일까.

16일 헤럴드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사건은 불법 체류 신분 외국인 4명이 ‘위조 영주증’을 받으려다 적발된 데에서 시작된다. 올해 초 법무부 인천공항출입국·외국인청은 위조 영주증이 담긴 국제우편을 발견했다. 이후 인천공항출입국·외국인청은 이들을 공문서 위조 혐의로 인천지검에 송치했다.

사건을 넘겨받은 인천지검 국제범죄수사부(부장 정유선)는 이 중 한 명이 위조 영주증 대금을 모두 지급한 사실을 파악했다. 이는 중국인 A씨로, 국내 한 건설현장의 목수팀장이었다. 나머지 3명은 A씨 팀 근로자였다. 검찰은 이들이 불법 체류 신분으로 신병 확보가 어려운 점을 고려해 불법 체류 및 불법 취업활동에 의한 출입국관리법 위반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그러나 당시 A씨는 일단 제외됐다. A씨가 임의 제출한 통장 내용에서 다달이 반복적으로 수백만원씩 다수 입·출금된 거래 내역을 포착했기 때문이다. 검찰은 이를 급여로 의심하고 여죄를 수사하기 위해 A씨가 목수팀장으로 일한 2017~2022년 사이 계좌 전반을 분석했다.

검찰은 A씨가 이 기간에 다달이 10~30명의 외국인에게 총 월평균 1억원가량을 임금으로 지급한 내용을 파악했다. 임금을 받은 외국인들이 불법 체류 신분일 경우 모두 출입국관리법 위반 혐의가 적용될 수 있다. 검찰은 A씨에게 임금을 받은 외국인들의 체류 자격을 확인해 2018년 5월부터 2023년 3월까지 45명에게 합계 11억원 상당을 지급한 범죄 사실을 특정했다. 더불어 A씨의 휴대전화 포렌식을 통해 확보한 공무차장 B씨와 대화 내용을 토대로 외국인 근로자들의 임금을 부풀려 청구한 뒤 빼돌린 정황을 포착한다.

검찰 수사결과, 이를 주도한 건 현장소장 C씨였다. C씨는 해당 건설현장에서 A씨 팀만 유독 외국인 근로자들이 많은 걸 보고 A씨에게 은밀한 제안을 한다. A씨 팀 외국인들의 임금을 회사에 높게 청구한 뒤 그만큼 빼돌리자는 것이다. C씨는 외국인 근로자들이 한국어가 미숙해 A씨가 이들의 임금을 대리 수령한 뒤 지급하는 점을 악용했다. A씨는 당시 팀원에게 위임장을 받아 임금을 일괄 수령한 뒤 개별 지급했다. 이는 ‘임금은 통화(通貨)로 직접 근로자에게 그 전액을 지급해야 한다’는 근로기준법 43조 위반에 해당된다.

검찰은 부풀려 청구된 A씨 팀 외국인들의 임금 일부가 A씨에서 B씨로 넘어간 뒤 C씨에게 상납돼온 사실을 파악했다. 이런 방식으로 C씨가 5년간 빼돌린 돈은 5억6000만원이었다. 검찰은 A씨도 비슷한 금액을 빼돌렸을 것으로 의심했지만 부풀린 임금을 특정하기 어려워 범죄 사실에는 5억6000만원만 특정했다. 이후 이들의 휴대전화 대화 내용을 토대로 건설회사 임원 D씨가 불법 체류 신분으로 불법 고용된 외국인 근로자임을 알고도 묵인해주는 대가로 이들로부터 휴가비, 명절비 등 명목으로 1100만원을 받은 범죄 사실도 파악했다.

검찰은 A씨가 불법 체류 외국인 노동자 45명을 고용했고, C씨가 착복한 금액이 5억원이 넘어 3년 이상 징역형에 처할 수 있는 범죄로 보고 각각 지난 5월, 10월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부풀려 청구된 임금만큼 건설회사가 본 피해도 회복되지 않은 점을 고려했다. 사건 발단인 위조 영주증을 수령하려다 적발된 생계형 범죄 A씨 팀원 3명이 구속된 것과 비교하면 더욱 구속 사안으로 판단했다. 그러나 사측이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견을 제출했고 결국 법원은 기각했다.

인천지검 국제범죄수사부(부장 정유선)는 이달 3일 A, B, C씨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등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D씨는 공범관계는 아니라고 보고 배임수재 혐의로 함께 재판에 넘겼다. 이 사건은 인천지법 형사14부(부장 류경진)에 배당됐다.

인천지검 관계자는 “현장관리자가 정당한 노임비 등 공사비용으로 사용해야 할 돈 상당 부분을 개인적으로 착복해 실제 공사현장에서 필요한 건축 자재를 빼거나 불법 체류자를 고용하는 등의 불법적인 방법으로 비용절감을 도모할 가능성이 커져 이는 부실 공사로 이어지고 그 피해가 일반 국민에게 전가될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앞으로도 부실 공사를 초래할 수 있는 건설현장의 폐습에 엄정하게 대응하겠다”고 했다.

dingd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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