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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숏커버링? 안 해도 이득”…에코프로·포스코 그룹 2차전지株 ‘공매도 버티기’, 왜? [투자360]
공매도 금지 첫 사흘…잔고 포홀 9.8%↑·에코프로 0.56%↓·에코프로비엔 1.19%↓
코스피·코스닥 전체 공매도 잔고량 6.91%·8.98% ‘뚝’
“2차전지 ‘고평가’ 여전…추가 하락 베팅해 손해 감수하고 숏 포지션 유지”
[게티이미지뱅크]

[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공매도가 전면 금지된 첫 사흘간 ‘에코프로 형제주(株, 에코프로비엠과 에코프로)’와 포스코홀딩스, 포스코퓨처엠, 엘앤에프 등 주요 2차전지 소재주들에 대한 공매도 물량은 거의 해소되지 않거나 오히려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격적인 공매도 금지 조치로 인해 기대됐던 외국인 투자자발(發) 단기간 내 ‘숏 커버링(공매도 잔고 청산)’ 물량 급등은 사실상 없었다고 봐도 무방한 수준인 셈이다.

공매도 잔고 포홀 9.8%↑…에코프로 0.56%·에코프로비엔 1.19% ↓ 그쳐

1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8일 기준 코스피 시장 공매도 잔고금액(잔고액) 1위 포스코퓨처엠의 공매도 잔고수량(잔고량)은 297만주로 공매도 금지 조치 전 거래일인 3일(304만주)에 비해 2.3% 감소하는 데 그쳤다.

심지어 포스코홀딩스의 경우 같은 기간 잔고량이 153만주에서 168만주로 9.8%나 급증하기도 했다. 공매도 금지 이틀째인 7일엔 잔량이 175만주로 공매도 금지 전과 비교했을 때 14.4%나 공매도 잔고량이 늘어나기도 했다.

이 같은 흐름은 코스닥 시장에서도 비슷하게 나타났다. 코스닥 공매도 잔고액 1위 에코프로의 공매도 잔고량은 179만주로 금지 조치 사흘간 0.56% 감소했고, 잔고액 2위 에코프로비엠의 잔고량(499만주)도 1.19% 줄어드는 데 그쳤다. 잔고액 3위 엘앤에프의 경우엔 잔고량이 1.18% 증가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이 같은 현상의 원인에 대해 한 증권가 관계자는 “신규 공매도가 금지된 상황에서도 잔고량을 늘릴 수 있는 것은 개별 종목 또는 상장지수펀드(ETF)에 호가를 공급하는 시장조성자(MM)와 유동성공급자(LP)의 위험회피(헤지) 목적 공매도 물량뿐”이라며 “최근 잇따라 출시된 인버스 ETF, 그중에서도 2차전지 관련 인버스 ETF 등에 대한 헤지 목적 공매도로 숏 커버링 물량이 상쇄되며 잔고량 감소 폭이 작거나, 오히려 해당 물량을 넘어선 결과 잔고량이 늘어난 것”이라고 분석했다.

“2차전지 ‘고평가’ 여전…추가 하락 베팅해 손해 감수하고 숏 포지션 유지”

전문가 가운데선 공매도 금지 조치가 급작스러웠던 것에 비해 증시 전반적으론 첫 사흘간 발생한 해소 물량이 무시할 수준은 아니란 분석을 내놓기도 한다. 공매도 금지 첫 사흘간 코스피·코스닥 시장 전체의 공매도 잔고량 감소율은 각각 6.91%(2억6136만→2억433만주), 8.98%(1억8127만→1억6500만주)에 이르렀다.

강민석 교보증권 연구원은 “주요 2차전지 소재주 등에서 시선을 더 넓혀 코스피·코스닥 전체 종목들을 살펴봤을 때 중국 관련 유통주, 헬스케어주, 로봇주 등에서 큰 폭의 ‘숏 커버링’이 발생했다”고 평가했다.

구체적으로 롯데쇼핑의 지난 8일 공매도 잔고량이 신규 공매도 가능성이 완전히 막힌 지난 3일간 57.24%나 줄어든 가운데, HL만도(-54.63%), 두산(-46.85%), 포스코인터내셔널(-42.74%), 엔씨소프트(-41.52%), HPSP(-22.32%), 레인보우로보틱스(-19.67%) 등의 공매도 해소 속도도 두드러졌다.

다만, 다수의 전문가들은 올 한 해 ‘공매도 폭격’ 강도가 셌던 잔고액 상위 종목들을 중심으로 공매도 금지 후 기대했던 ‘숏 커버링’이 미미했다는 점에 더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호텔신라(공매도 잔고량 감소율 1%), 카카오뱅크(-0.93%), 두산에너빌리티(-2.08%) 등이 대표적이다.

강대석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공매도 물량의 70% 이상을 차지한 외국인 투자자의 경우 주요 2차전지 소재주가 여전히 ‘고평가’ 상태란 평가 하에 ‘숏 커버링’ 대신 버티기에 들어간 모양새”라며 “공매도를 위해 빌린 주식에 대한 이자 등 평소 민감하게 여기던 거래 비용을 감안하더라도 향후 2차전지 소재주의 하락 가능성을 감안하면 롱숏 전략(매수와 매도 포지션을 동시에 취하는 기법) 또는 선물 등으로 상쇄하면서 숏(공매도) 포지션을 유지하는 것이 여러모로 낫다고 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공매도 금지 첫날인 지난 6일 하루 ‘상한가’를 쳤던 에코프로, 에코프로비엠, 포스코퓨처엠을 비롯해 엘앤에프(25.30%), 포스코홀딩스(19.185) 등 주가 상승폭이 컸던 2차전지 소재주는 이후 4거래일(7~10일)간 주가 변동률이 각각 -17.27%, -22.07%, -20.74%, -22.32%, -14.27%를 기록했다.

또 다른 외국계 자산운용사 고위 관계자는 “공매도 금지 조치만으로 ‘패닉’적인 숏 커버링이 발생할 것이란 예상은 일부 개인 투자자를 중심으로 확산됐던 현실과 동떨어진 기대였던 셈”이라며 “숏 커버링은 한 달 이상에 걸쳐 조금씩 시행하는 경향이 우세한 만큼 주가가 급격하게 변할 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공매도 재진입에 대한 기회비용이 상당한 만큼 전면 금지 기간인 8개월간 숏 포지션을 유지할 것이란 외국계 투자자들도 상당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잔고율 상위 숏 커버링 더딘 종목 공략” vs “공매도 금지 입소문 효과 거의 마무리”

공매도 금지 조치 2주차에 접어들면서 취해야 할 투자 전략에 대한 증권가의 의견도 크게 엇갈리는 모양새다.

이재림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과거 사례를 참고할 경우 숏 커버링 수급 영향력은 2주 내외를 정점으로 약화하는 만큼 현재는 영향력에 대한 대응이 필요한 구간”이라며 “공매도 잔고 비율 상위 종목 내 숏 커버링 속도가 더딘 종목을 겨냥해 투자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반면, 숏커버링 매수 물량이 추가 유입될 여지는 있지만, 당장 필요한 물량은 이미 소화된 만큼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정명지 삼성증권 연구원은 “구조상 반드시 들고 가야 할 공매도도 있는 만큼 공매도 금지로 무조건 숏 커버링이 발생해 주가가 오를 것이란 기대는 너무 단순한 발상”이라며 “공매도 금지의 입소문 효과는 초반에 거의 마무리된 것 같다”고 꼬집었다.

과거 사례로 보면 공매도 금지는 단기 숏 커버링 이후 외국인 매수세를 약화시키는 경우가 많았단 분석도 있다. 최유준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외국인 수급이 펀더멘털 상황에 따라 매수로 전환되기도 하지만, 수급 공백은 대체로 개인투자자가 메우는 상황이 벌어질 것”이라며 “높은 금리로 인해 개인의 뭉칫돈 유입 여부는 미지수”라고 분석했다. 지난 4·7월 에코프로·포스코 그룹주 등을 중심으로 벌어졌던 개인들의 초강력 매수세가 재현되기 힘들다는 것이다.

공매도에 쏠렸던 관심이 조금씩 펀더멘털로 옮겨갈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황준호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공매도 금지 여파로 불확실성과 변동성이 증대되고 있지만 미국과 국내 거시경제 지표가 양호한 상태를 유지하면서 상승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한다”며 “그러나 2차전지 관련 종목들에 대한 숏커버링이 마무리된 후 투자 심리가 계속해서 약화되고 있는 점은 증시의 상승폭을 제한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역대 공매도 금지 기간 외국인들의 투자자금이 유출됐던 것을 고려하면 외국인 순매도세로 인해 하락세가 시현될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했다.

realbighead@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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