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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제는 경기야…1300원대로 내려온 원/달러 환율에서 엿본 경제전망[머니뭐니]
달러화 끌어내린 ‘미국 침체 가능성’…글로벌 경기 압박
미국 수출 주춤할까…“자동차 등 제조업 줄어들 것”
[연합]

[헤럴드경제=문혜현 기자] 우리 경제의 복병이던 고금리·고물가·고환율 3고(高) 가운데 환율의 벽이 조금 낮아졌다. 미국의 긴축 종료 기대감 확산과 국내 증시의 공매도 금지에 따른 투심 변화로 원/달러 환율이 1300원~1310원대에 머물고 있다. 미국의 고용지표가 예상보다 나빴던 것도 미국 경기에 대한 확신을 지우며 달러 가치를 조금 눌렀다.

원/달러 환율은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이후 하루 평균 20원씩 급락하며 6일에는 1300원선 아래에서 거래를 마쳤고 이후에도 1300원대를 소폭 웃돌며 거래되고 있다. 8일에는 1310원을 겨우 넘겼다.

대외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 구조상 고환율은 성장을 압박하는 요소다. 때문에 원/달러 환율이 제자리를 찾아가게 되면 경기 회복에도 도움이 될 것이란 전망이다.

문제는 아이러니하게도 환율 하락을 불러온 경기다. 1순위 교역국인 중국 경제의 연착륙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달러 가치를 내린 미국 경기마저 악화되면 한국 경제도 수렁에 빠질 수 있다.

최근 CNBC가 미 경제학자 및 전략가, 분석가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 결과, 응답자들은 향후 12개월 동안 경기 침체 가능성을 49%, 연착륙 가능성을 42%로 예상했다. 또 올해 미 국내총생산(GDP) 성장 전망을 2.4%로 높인 데 반해 내년 미 GDP 성장 전망은 0.73%로 6월 당시 조사보다 절반 가까이 줄였다. 내년 미국 경제 역시 쉽지 않을 것으로 보는 이가 늘어난 것이다.

중동 전쟁 전개 주목…“악화되면 미국 경제적 부담 커”

특히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간 전쟁이 미국 경제 성장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미국 금융가에서는 중동 전쟁으로 나홀로 견조했던 미국 경제가 침체에 빠지면서 아예 세계 경기침체가 촉발될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

5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과 더타임스 일요판 선데이 타임스에 따르면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의 래리 핑크 회장은 최근 선데이 타임스와 한 인터뷰에서 “전 세계적으로 공포는 증가하고 희망은 줄어들고 있다. 공포의 증가는 소비 위축을 초래한다. 그렇게 해서 공포는 장기적으로 경기침체를 낳으며 공포가 계속 커질 경우 유럽과 미국의 경기 침체 가능성도 높아진다”고 말했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과 교수는 “세계 경기가 전반적으로 좋지 않은 상황에서 미국 경기가 그나마 좋았다”며 “현재 미국이 우크라이나와 이스라엘을 지원하고 있어 향후 사태가 확대됐을 경우 여러 가지 경제적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중동 사태 장기화는 아예 세계 경제 흐름을 바꿀 수도 있다. 에너지 공급망을 압박해 국제유가가 오르면, 물가도 함께 밀어올라간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도 이와 관련해 지난 1일 “유가가 제일 걱정”이라며 “내년 유가를 84달러 정도로 예상했는데 (전쟁 확전 영향으로) 90달러 이상으로 오른다면 물가 등 예측도 많이 달라질 것”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美 경기 나빠지면 韓 자동차 수출 타격 불가피
[한국금융연구원 제공]

무엇보다 미국 경기가 나빠지면 가뜩이나 마이너스(-) 추세인 수출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우리나라는 최근 자동차 수출 부문이 견조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미국과 유럽연합(EU)의 수출 비중이 확대됐는데, 9월 통관수출에 따르면 지역별로 지난해 같은 때보다 미국 수출이 8.5%, EU가 6.5% 늘었다.

이형석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미국이 침체에 빠지면 내구재 소비가 가장 먼저 줄어든다. 우리나라 차량 수출이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면서 “제조업 제품인 자동차·가전제품 같은 경우 대출을 통해서 사는 경우가 많아 금리 민감도가 높은데, 고금리 장기화에 따른 신용위축으로 전세계 국내총생산(GDP)의 20%를 차지하는 미국이 침체에 빠질 경우 글로벌 교역이 살아나는 강도 역시 줄어들 수 있다. 우리나라 또한 수출 회복세가 더뎌질 수 있다”고 말했다.

반도체 또한 최근 수출 가격과 물량이 모두 늘어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됐지만, 미국 경기 부진이 시작되면 그 속도가 더 느려질 수 있다. 한은은 ‘금융·경제 이슈분석 모음-최근 반도체 경기 국면에 대한 평가’ 보고서에서 “고금리 지속, 중국 경기 둔화 등으로 IT제품 수요부진이 장기화될 경우 반도체 경기의 회복속도가 예상보다 더딜 가능성이 있다”며 “미·중 갈등과 같은 지정학적 이슈도 반도체 경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앞으로의 전개상황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전망한 바 있다.

반면 미국이 경기 침체에 빠지면 미국 국채 금리 하락으로 원/달러 환율이 하락하고, 국내 채권금리도 낮아질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김영익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는 “미국이 심각한 경기 침체에 빠지면 문제지만, 약간의 마이너스(-) 성장이 될 것”이라며 “미 국채 수익률이 떨어지면서 국내 채권 금리 하락에 대출금리가 내려가고, 원화도 강세가 되면서 우리나라에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다 줄 수 있다”고 했다.

이어 우리나라 수출 상황에 대해 김 교수는 “미국 쪽으로는 수출 증가세가 둔화되거나 마이너스가 될 수 있다”면서도 “지금 중국 쪽으로 수출이 개선되고 있고, 아세안(ASEAN) 국가로도 늘어나고 있어 미국의 수출 감소 효과를 상쇄할 것 같다”고 말했다.

moon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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