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노란봉투법 통과되면…툭하면 파업, 미조직 노동자가 떠안는다
야당, 9일 노조법 2·3조 개정안 국회 처리 예고
노란봉투법 '4대 문제점'...파업 조장·경영권 침해·사용자 방어권 무력화·이중구조 심화
국민의힘, '필리버스터'로 입법 저지 총력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8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비상경제장관회의 겸 수출투자대책회의에 참석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임세준 기자

[헤럴드경제=김용훈 기자] "고금리 장기화 가능성, 지정학적 리스크 등 대내외 경제 여건이 여전히 엄중한 상황에서 내일(9일) 야당 단독으로 노동조합법 개정안, 소위 노란봉투법을 국회 본회의에 상정할 예정이라고 해 우려를 금할 수 없다."

추경호 경제부총리는 8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비상경제장관회의 겸 수출투자대책회의에서 노란봉투법(노조법 2·3조 개정안) 입법과 관련 이같은 우려를 표했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12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열린 고용노동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

앞서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도 수차례 반대 입장을 재확인한 바 있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가 열린 지난 6일에도 "노조법 3조는 손해를 끼치면 피해자에게 배상을 해야 되는데, 그것을 제한해놓는 것"이라며 "피해자를 보호하고 가해자를 처벌해야 되는데, 가해자를 보호하는 내용으로 돼 있다"고 주장했다.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 등 야당이 오는 9일 국회 본회의에 단독 상정을 예고한 노란봉투법(노조법 2·3조 개정안)의 핵심은 사용자 개념과 파업 허용 범위 확대, 기업의 손해배상 입증 책임 강화다. 하지만 이 장관은 "사실 많은 분들이 노란봉투법을 잘 모른다"면서 "무슨 색깔을 입혀서 감성적으로 접근하니까 굉장히 좋은 법인가 이렇게 생각을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노란봉투법은 어떤 내용을 담고 있기에 경제부총리도, 고용노동부 장관도 이렇게 반대하는 것일까.

툭하면 ‘파업’…협력사가 원청 상대로 파업

개정안은 사용자를 ‘근로계약 체결당사자’에서 ‘근로조건에 대해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자(2조 2호)’로 넓혔다. ‘실질적 지배력’이 있다면 사용자로 본다는 것은, 하도급 업체 근로자들이 성과급 확대를 이유로 원청을 상대로 파업하는 게 가능해질 수 있다는 의미다.

게다가 ‘실질적 지배력’에 대한 개념이 분명하지 않아 노사 교섭 때마다 법원 등에서 판단을 받아야 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물론 ‘기존 대법원 판결에서 사용했던 기준’이라는 게 노동계의 주장이지만, 입법 과정에 모호한 개념을 쓰는 것이 옳지 않다는 비판이 나온다. 법조계를 중심으로 개정안이 헌법상 ‘죄형법정주의’ 원칙에 위배될 수 있다는 지적이 잇따르는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다.

채용·정리해고도 파업대상
이동근 한국경영자총협회 상근부회장이 8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노동조합법 개정 반대 경제 6단체 공동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9일 본회의에 노란봉투법(노조법 2·3조 개정안)과 방송3법(방송법·방송문화진흥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 개정안) 상정을 예고했고, 국민의힘은 이를 저지하기 위해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 방해)를 진행할 계획이다. 강석구(왼쪽부터) 대한상공회의소 조사본부장, 이호준 한국중견기업연합회 상근부회장, 홍석준 국민의힘 국회의원, 이동근 한국경영자총협회 상근부회장, 김창범 한국경제인협회 상근부회장, 이명로 중소기업중앙회 상무이사 ,김고현 한국무역협회 전무.

개정안 2조 5호를 통해 파업 허용 범위가 확대된 것도 우려 지점이다. 기준 ‘근로조건 결정’을 ‘근로조건’으로 바뀌면서 채용이나 정리해고 등 사용자 고유 권한에 대해서도 파업 대상으로 해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노사가 합의한 사안이 파업 대상이 될 수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경총 등 경영계가 고도의 경영상 판단도 쟁의행위 대상이 돼 노동 분쟁이 폭증할 것이라고 주장하는 이유다.

사용자 손배 청구 무력화

3조의 경우 불법파업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 때 기업의 입증 책임을 강화했다. 파업에 가담한 조합원별로 불법 행위와 손해를 명시토록 한 것이다. 이에 대해 무분별한 손배가압률을 막기 위한 것이란 주장도 있지만, 다수 근로자가 가담한 파업에서 개별 근로자가 각각 어떤 불법을 저질렀는지 기업이 특정하기가 어렵다는 문제가 있다. 이 탓에 기업의 손해배상 입증을 차단하는 법이 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법조계에선 민법상 ‘공동 불법행위에 대한 손배책임’ 원칙에 위배될 소지도 크다고 본다. 민법은 공동으로 불법행위를 저지른 가해자들이 연대 배상책임을 지도록 하고 있다.

대기업 노조만 웃는다..."청년 일자리 더 줄 것"

아울러 개정안이 시행되면 소수의 기득권만 강화해 다수 미조직 근로자와의 격차를 오히려 확대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대기업과 정규직 노조의 파업권만 확대되고 그로 인한 사회적 비용은 영세·비정규직·무노조 사업장 근로자가 떠안게 될 것이란 설명이다. 한국 기업의 해외 이전을 더 부추기는 것은 물론 국내 투자를 고려했던 해외 기업들도 노사 분규를 우려해 투자를 꺼리게 되면 결국 청년층과 영세 근로자 일자리가 줄어든다는 것이다.

한편, 오는 9일 야당의 노란봉투법 입법 강행에 대해 국민의힘은 합법적 의사 방해 수단인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를 통해 입법 저지 총력전에 나서겠다는 방침이다.

fact0514@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