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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팔수록 적자’ 한전· 가스공사 적자해소 난망…“내년 총선 후 요금 인상 가능”
산업용 전기요금 인상에도 역마진 계속…한전 자구책 미흡 평가
가스공사 부채, ‘200조 이상 부채’ 한전보다 높아…올 상반기 미수금 15.4조원
강경성 산업통상자원부 2차관(오른쪽)과 김동철 한국전력 사장이 8일 오후 정부세종청사 산업통상자원부에서 한국전력의 경영 위기 극복을 위한 '특단의 자구대책' 발표를 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배문숙 기자] 한국전력이 산업용(대용량) 요금을 킬로와트시(㎾h)당 평균 10.6% 인상하는 한편, 인력 효율와와 자산 매각을 골자로 한 자구책을 내놓았지만 ‘미봉책’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팔수록 손해인 역마진 구조를 해소하지 못한 만큼 내년 총선 이후 가정용 전기요금 인상론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가스요금 동결로 미수금만 15조원에 달하는 한국가스공사 역시 심각한 재무위기에 봉착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에너지 공기업 한전과 가스공사가 산업용 전기요금 인상과 회사채 발행을 통해 한 숨을 돌렸다고는 하지만 재정난 완화에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한 숨 돌렸다지만…팔면 팔수록 손해= 부채만 200조원에 달하는 한전은 당장 급한 불을 끄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주택용·소상공인용 전기요금을 동결하는 대신 산업용 요금만 ㎾h당 평균 10.6원 인상하기로 했다.

한전 재무 위기를 해소하는 근본적인 방안으로 전기요금 인상이 꼽혀왔지만, 전기요금 인상은 서민경제의 부담을 키울 수 있다는 점에서 규모가 큰 기업으로 한정하는 절충점을 찾은 셈이다.

한전은 이번 산업용 전기요금 인상을 통해 올해 말까지 4000억원의 재무 적자를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연간으로 따지만 2조7000억원가량의 적자 감축 효과가 발생한다. 전체 전력 사용량의 48.9%를 차지하는 산업용 요금 인상을 통해 급한 불은 끈 셈이다.

하지만, 문제는 전력을 비싼 값에 사들여 싼값에 파는 역마진 구조를 근본적으로 해소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내년 총선 이후 전기요금 인상론이 다시 불거질 수 있다는 전망이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국제 에너지 가격이 한창 오를 때 이를 전기요금에 제때 반영하지 못해 전기를 팔면 팔수록 손해를 보는 구조는 누적 적자의 근본 원인으로 지목된다. 2021년 이후 한전의 누적 적자는 47조원이 넘는다.

산업용뿐 아니라 전체 요금 구조를 에너지 원가 현실에 맞게 조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총선을 불과 5개월여 앞두고 전반적인 요금 인상이 부담으로 작용했던 만큼 한전의 적자가 눈에 띄게 개선될 조짐이 없으면 언제든 전기요금 인상론이 불거질 수 있다는 얘기다.

▶흉내만 낸 ‘희망퇴직’…추가 자구책 ‘미흡’= 한전이 산업용 전기요금 인상과 함께 내놓은 추가 자구책에 대해서도 미흡하다는 게 대채적인 평가다.

인력 효율화 계획이 대표적이다. 당장 비대해진 몸집을 줄이기 위한 임직원들의 자기희생이 요구되는 만큼 추가 자구책에 ‘희망퇴직’이 포함될 것이라는 관측이 이어졌지만, 사실상 희망퇴직을 흉내 내는 수준에 그쳤다.

‘알짜’ 자회사로 꼽히는 한전KDN의 지분 20% 매각 역시 현실성, 시의성에 의문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한전이 ‘한전KDN의 매각가치 제고를 위해 국내 증시 상장을 통한 보유 지분 20% 매각 추진’ 방침을 밝혔기 때문이다. 상장 후 매각까지 1년가량이 걸린다는 점에서 벼랑 끝에 선 한전의 즉각적인 자구책이 될 수 없다는 시각이 적지 않다.

▶가스요금 동결…‘자본잠식’ 가스공사= 이와 함께 정부가 가스요금도 동결하기로 하면서 가스공사의 재무위기도 계속될 전망이다.

강경선 산업통상자원부 제2차관은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가스요금을 동결키로 했다”면서 “지난해 초 대비 총 5차례에 걸쳐 45.8% 가스요금을 인상해 국민 부담이 매우 큰데다 겨울철 난방 수요가 집중된다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말했다. 이어 “가스공사의 미수금과 재무구조를 면밀히 보면서 국제에너지가격 등을 종합적으로 보면서 요금 인상 여부를 검토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가스공사는 지난해 4·5·7·10월에 걸쳐 가스요금을 MJ(메가줄)당 5.5원(약 38.7%) 올렸다. 하지만 올해는 지난 5월 한 차례 인상(MJ당 1.04원)하는 데 그쳤다.

도시가스용 천연가스 수입을 독점하는 가스공사의 경영 실적만 보면 요금 인상이 불가피하다. 가스공사는 이미 자본잠식 상태다. 지난해 기준 부채비율이 500%에 달한다. 부채 200조원을 넘긴 한전 부채비율(460%)보다 심각한 상태다. 가스공사가 액화천연가스(LNG) 수입 원가보다 낮은 가격(원가보상률 78%)에 가스를 팔고 있어서다. 민수용(주택용·일반용) 도시가스 미수금은 2020년 1조2100억원에서 지난해 12조200억원까지 불었다. 올해 상반기 기준 15조3600억원에 달한다.

가스공사가 가스요금 인상 대신 의존하는 건 회사채다. 올해 3분기 기준 가스공사의 사채 발행 한도는 39조8901억원이다. 3분기 기준 사채 발행 잔액은 29조4010억원이다. 지난해 12월 가스공사법을 개정해 회사채 발행 한도를 자본금·적립금의 4배에서 5배로 늘렸지만 1년 만에 한도가 거의 찬 상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주택·업소용 전기요금과 가스요금 동결로 물가 충격을 흡수하는 것도 한계에 다다랐다”며 “4분기 가스 요금을 동결하면 결국 내년 초에 큰 충격을 받게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결국 내년 4월 총선이후 전기·가스요금 인상이 이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oskymo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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