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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르포] 한달에 지구 한바퀴 도는 KTX…안전운행이 가능했던 이유
세계 최대 규모 수도권철도차량정비단 가보니
유일한 ‘경정비+중정비’ 기지…자동화 설비 곳곳
경기 고양시 한국철도공사(코레일) ‘수도권철도차량정비단’(수도단) 경정비동 내부 모습. [코레일 제공]

[헤럴드경제=신혜원 기자] “1년에 약 60만㎞를 달리는 고속철도(KTX)는 한 달에 지구 한 바퀴(약 4만㎞)를 넘게 도는 셈입니다. 그만큼 많은 거리를 운행하기 때문에 수도권철도차량정비단에서 첨단장비로 차량을 정비해 한 치의 결함없이 내보내고 있습니다.” (윤광호 한국철도공사 수도권철도차량정비단 부장)

자동차의 엔진오일을 교체하거나 정기 점검이 필요할 때 카센터를 찾듯, 하루 평균 22만명(올해 3월 기준)의 이용객을 태우는 KTX 열차는 ‘철도차량정비단’에 들러 안전운행을 위한 채비를 갖춘다. 전국 4곳의 정비단 기지를 중심으로 주행거리 기준에 따라 유지보수를 진행하는 경정비부터 수명 30년의 KTX가 15년차를 맞았을 때 시행하는 반수명대수선 등 중정비가 이뤄지고 있다.

지난 7일 경기 고양시에 위치한 세계 유일의 경정비+중정비 기지이자 최대 규모의 ‘수도권철도차량정비단’(수도단)을 찾았다. 142만2000㎡ 부지에 세워진 수도단은 주요 정비동 사이를 오갈 때 차량으로 이동할 정도로 넓은 면적을 자랑했다. 축구장 200개 면적, 여의도(290만㎡) 절반 수준이다.

경기 고양시 한국철도공사(코레일) ‘수도권철도차량정비단’(수도단) 경정비동 내부 모습. [코레일 제공]

이날 기자단과 경정비동·중정비동 현장 방문을 동행한 한문희 한국철도공사(코레일) 사장은 “KTX 수도단은 가장 첨단의 시설과 장비를 갖춘 스마트팩토리”라며 “규모만이 아니라 세계적 고속철도 유지보수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어 우리나라를 찾는 국제철도연맹(UIC) 등 철도전문가 그룹과 한국철도를 배우러 오는 많은 국가들의 필수 견학 코스”라고 설명했다.

경정비동에 들어서자 ‘D(Daily)’, ‘P(Period)’ 등 알파벳이 표기된 선로들이 눈에 띄었다. 윤광호 수도단 부장은 “D 선로는 총 7개로 매일 KTX를 야간점검하는 용도이고, P 선로는 4개 선로가 있어 차량이 많을 때는 타 선로와 겸용으로 활용하고 부품 교환주기가 되면 교환하는 작업선”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7개 선로의 Z선은 한 달, 3개월, 6개월, 1년정도 운행을 하면 최소 일주일 이상 점검이 필요할 때 활용되는 선로”라고 덧붙였다.

이러한 선로들이 배치된 경정비동에선 주행거리에 따라 ▷최대 5000㎞(1일) 기본정비 ▷15만~16만5000㎞(약 3개월) 제한정비 ▷30만~33만㎞(약 6개월) 일반정비 ▷60만~66만㎞(약 1년) 전반정비 등의 유지보수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스마트 융합정비기지’라는 별칭에 걸맞게 정비동 곳곳에는 업무 효율성과 안전성을 높인 자동화 설비가 활용되고 있었다.

‘드롭핑테이블’에 대차가 올라가있는 모습. [코레일 제공]

대차의 분해정비를 자동으로 제어하는 ‘드롭핑테이블’이 대표적이다. 수도단 내 KTX용·KTX산천용 2개가 도입돼 운용 중이다. 윤 부장은 “대차의 차축을 교환할 때 테이블 위에서 차축을 분리한 후 작업대가 밑으로 떨어지면 이송체계에 의해 다른편으로 이동해 조립하는 시스템”이라고 말했다.

차륜 내경을 가공하기 위해 2019년부터 적용된 직립선반 로봇설비 또한 기존 업무방식 대비 효율성을 20%가량 향상시켰다는 설명이다. 윤 부장은 “차륜 한 개에 360kg정도 되는데 로봇 적용 이전까지는 기중기로 직접 들어 옮겼다”며 “안전상 문제가 있어 직립선반 로봇을 통해 차륜을 이동시키고 내경을 깎는 작업을 하고 있다”고 했다.

차륜 내경을 가공하기 위해 2019년부터 적용된 직립선반 로봇설비 모습. [코레일 제공]

차량 전반에 대한 부품분해정비를 비롯해 경정비보다 정비 규모가 큰 작업들이 이뤄지는 중정비동에서도 여러 자동화 설비가 작동되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중정비동에선 차량 정비 중 가장 규모가 큰 반수명대수선이 진행되는데, 운행 15년 전후의 차량을 완전히 분해해 자체균열 및 부식개소 보강, 차체 도장, 수명 도달품 교체 등의 작업이 이뤄진다.

아파트 단지 한 개 규모의 중정비동에는 한 개 부품을 꺼내는데 1분 30초~2분 30초가량이 소요되는 자동화 창고부터 냉난방 장비 및 전원 설비들을 제어하는 열차의 차상컴퓨터 장치 시험 및 전자제어카드류 성능을 검증하는 차상컴퓨터 시뮬레이터실 등이 위치해있다.

경기 고양시 한국철도공사(코레일) ‘수도권철도차량정비단’(수도단) 중정비동에 위치한 차상컴퓨터 시뮬레이터. [코레일 제공]

또한, 모터에 전력을 공급하는 장치인 모터블럭 성능을 시험하는 과정을 자동화해 시간을 크게 단축했다. 송정섭 코레일 수도단 부장은 “KTX 모터블럭 1대를 1시간동안 운영하면 한 가정에서 사용하는 두 달치 전력량에 달할 정도로 제어설비가 크고 복잡하다”며 “모터블럭의 각 장치를 시험기에 연결해서 테스트하는데 이전에는 2~3명이 3일동안 걸려 작업했다면, 자동시험기 자체기술을 개발해 현재는 컴퓨터가 8시간 만에 작업한다”고 말했다. 자동시험기는 KTX용은 2012년에, KTX산천용은 지난 2021년도에 개발돼 사용되고 있다.

경정비·중정비동을 둘러본 한문희 사장은 “차량 정비, 시설보수, 고객서비스 등 모든 분야에서 수준이 높아질 수 있는 건 직원 의식과 디지털화에 있다고 생각한다”며 “차고지에 들어와서 검사하니 이상이 있다는 게 확인되는 게 아니라 운행 도중 이상이 실시간으로 확인되고 정비되도록 안전하게 운영하겠다”고 강조했다.

hwshi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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