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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시아나 이사회 표류...난기류 만난 대한항공 합병
30일 ‘화물 매각’ 여부 결론 못 내
11월 2일 이사회 재개 가능성 유력
대한항공 ‘분리 매각 동의’ 받기 총력
美·日 승인 절차 남아 장기화 가능성도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기업결합 작업에 마침표를 찍지 못하고 있다. 유럽연합(EU) 집행위(EC)에 제출할 대한항공의 시정조치안 핵심 쟁점으로 떠오른 ‘화물사업부 매각’ 여부를 아시아나항공 이사회가 결론을 내지 못하면서다.

인수 주체인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 이사회를 설득해 11월 초까지 ‘매각 동의’를 받는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우여곡절 끝에 EC에 시정안을 제출하더라도, 미국 법무부(DOJ)와 일본의 승인 절차가 남은 만큼 상황이 장기화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31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전날 오후 2시께 시작된 아시아나항공 이사회는 오후 5시 10분쯤 정회했다가 5시30분에 속개된 이후 오후 9시 30분까지 진행됐지만, 결론을 도출하지 못했다.

대한항공이 이달말까지 EC에 시정조치안을 냈어야 한 만큼 이날 중 다시 이사회가 열릴 것이라는 예상이 나왔으나, 아시아나항공은 11월 2일 이사회를 다시 여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사회 핵심 안건은 제시된 ‘현재 진행 중인 기업결합 심사와 관련해 유럽연합 집행위에 제출할 대한항공의 시정조치안에 동의 여부’다. 일부 아시아나항공 사외이사가 화물 매각 시 주주에 대한 배임 가능성과 직원 반대를 이유로 유보적인 입장을 내놓으면서 결론을 내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두 항공사 간 기업결합이 성사되기 위해서는 아시아나항공 이사회에서의 안건 통과가 반드시 필요하다.

EU 집행위는 앞서 지난 5월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합병 시 유럽과 한국을 오가는 화물 운송 서비스 경쟁이 위축될 수 있다’는 내용을 담은 중간심사보고서(SO)를 배포했다. 프랑크푸르트와 파리, 로마, 바르셀로나 여객 노선은 물론 한국과 유럽을 오가는 화물 노선에서 대한항공의 독점이 우려된다는 것이다.

아울러 이를 해결할 방안이 담긴 시정안을 10월 31일까지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사실상 아시아나항공 이사회가 화물사업부 매각에 동의하지 않는다면, 기업 결합 자체가 불가능해지는 셈이다.

아시아나항공의 일부 소액주주들과 직원들은 화물사업 매각에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다. 화물사업 부문은 올해 상반기 기준 아시아나항공 전체 매출의 21.7%에 달하는 ‘알짜배기’ 사업인 만큼 경쟁력 유출과 직원들의 고용 문제가 따른다는 것이다. 배임 이슈도 도마에 올랐다. 화물사업부 매각에 반대하는 쪽에서는 화물사업부를 매각할 경우 그에 따른 손해, 주주가치 훼손으로 배임죄가 성립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인수주체인 대한항공도 이를 감안한 듯 30일 오전 열린 이사회에서 아시아나항공의 화물사업 부문을 매각하되, 직원들의 고용을 유지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는 아시아나항공과의 합의서를 통과시켰다.

향후 인수전의 향방은 이사진 설득에 따라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인수 주체인 대한항공과 채권단인 산업은행도 현재 완강한 사업추진 의지를 보이고 있다.

대한항공은 데드라인을 제시했던 EU측에 시정조치안 제출 시간을 좀 미뤄 달라는 양해를 구하는 것과 더불어 이사회를 설득 작업을 병행할 계획이다. 화물사업 분리 매각에 대한 동의를 다음 달 초까지 이끌어낸다는 목표도 세웠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대한항공 입장에서는 오랜 시간 끌어 결실이 목전에 온 합병 작업이 막바지에서 암초를 만난 것”이라면서 “이사회 개회 일정이 미정인 상황에서, 대한항공이 이사회 구성원들을 대상으로 화물 사업부 매각안에 대한 설득 작업에 들어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채권단인 산업은행도 절박한 심경이다. 이미 3조6000억원의 공적자금을 투입한 상태에서 다른 인수 주체를 찾기가 만만치 않다. 올해 상반기 기준 아시아나항공의 총부채는 12조원, 부채비율은 1741%에 육박한다.

이에 강석훈 산업은행 회장은 지난주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아시아나 이사회에서 (화물사업 분리 매각이) 부결되면 전체 딜이 무산될 확률이 커진다”면서 “이와 비교하면 (가결이) 상대적으로 배임 이슈가 적다”고 강조했다.

그럼에도 상황은 장기화 국면을 띨 것으로 예상된다. 화물 사업부 매각 행방이 불투명한 상황인 데다 이후 EU 집행위의 합병을 승인한다고 해도 DOJ와 일본의 결정이 여전히 남아있어서다. 남은 두 국가가 합병 ‘조건부’로 어떤 요구조건을 제시할지도 여전히 장담할 수 없다. 아시아나항공노조와 전국공공운수노조 등 노측도 합병 반대 서명운동을 하면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업계는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다. 대한항공이 지난 2020년 12월 인수전에 돌입하고 쏟아부은 법률자문료만 해도 1000억원에 달한다. 국내 항공업계 빅2인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에만 2년이 넘는 시간이 소요되면서, 항공업계 발전이 지연도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양사 간 기업결합이 3년여 시간을 끌어오면서 국민적으로도 경영계 전반에도 많은 피로감이 누적돼 있다”며 “합병 작업이 길어지면서 우리 항공업계 전반의 발전도 지연되고 있는 만큼 빠른 결론이 있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김성우 기자

zzz@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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