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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대차, 일본서 ‘생활속 경험’ 판다
요코하마 고객경험센터 가보니
외산차 무덤서 차별화 경험 제공
출고부터 상담·AS까지 원스톱
日 재진출 핵심 전략은 ‘전기차’
조원상 현대차 일본 법인장 [한국자동차기자협회 제공]

일본은 도로 폭이 좁고 일차선 도로가 많다. 주차 공간도 부족해 차량 보관 장소 확보를 의무화하는 ‘차고지 증명제’도 운영 중이다. 도로 환경과 각종 인프라를 고려하면 일본에서 ‘경차’가 인기인 것은 당연한 셈이다.

실제 지난해 일본에서 가장 많이 판매된 모델은 토요타의 소형 해치백 ‘야리스’였다. 닛산의 소형 해치백 ‘노트’, 혼다의 소형 해치백 ‘피트’ 등도 모두 10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필요에 의해 타기 편리한 차를 선호하는 실용적인 일본 소비자 성향을 알 수 있다.

자국 브랜드에 대한 충성심이 높다는 점도 일본 자동차 시장의 특징이다. 지난해 일본 내 베스트셀링카 1~20위권에 외산 브랜드는 단 하나도 없다. 외산 브랜드의 점유율은 전체 시장에서 5.4%에 그치는 수준이다. 일본 자동차 시장이 ‘외산차의 무덤’이라고 불리는 이유다.

현대자동차는 경차 및 자국 차 선호가 강한 폐쇄적인 일본 시장에 천천히 스며들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 과도한 광고와 홍보를 통해 단기적으로 판매량을 늘리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판단했다. 2000년대 초반 일본에 진출했다가 한국과는 완전히 다른 소비자 성향에 고전을 면치 못하고 철수한 전례가 있어서다.

특히 이번에는 일본 고객에게 아직은 생소한 전기차, 수소차를 앞세워 신시장을 개척하겠다는 계획이다. 지난해 5월 재진출을 선언하고, 전기차 ‘아이오닉5’와 수소전기차 ‘넥쏘’ 등 친환경차만을 판매하고 있다. 지난해 8월 고객 인도를 시작해 올해 9월까지 약 700여대의 차량을 판매했다. 만족할 만한 수준은 아니지만, 일본 고객에 서서히 스며들고 있다는 분석이다.

26일 일본의 항구도시 요코하마에 위치한 ‘현대 고객 경험 센터(CXC, Customer Experience Center)’에서 만난 조원상 현대차 일본 법인장은 ‘시미르(しみる)’를 강조했다. 한국말로 해석하면 ‘스며들다’, ‘배어들다’, ‘번지다’라는 의미다. 조 법인장은 “미국, 유럽, 중국 등 다양한 시장에서 주재원으로 근무했지만, 일본만큼 까다로운 곳은 없었다”며 “좁은 길, 좁은 주차장, 관세 장벽도 있지만 소비자 마인드 자체가 보수적”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섣부르게 ‘몇 년 만에 1만대를 팔겠다’라는 수치적인 접근은 의미가 없다”며 “이름만 들어도 인정받는, 타본 사람은 반드시 다시 살 의향이 있는 차로 만들기 위해 신뢰도를 높이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다음달 1일에는 콤팩트 전기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 ‘코나 일렉트릭’을, 내년 초에는 고성능 브랜드 N의 첫 양산형 전기차 ‘아이오닉5 N’을 출시, 라인업을 다변화한다.

현대 고객 경험 센터(CXC) 요코하마 내 차량 수리 공간 [한국자동차기자협회 제공]

기자가 방문한 CXC 역시 ‘시미르 전략’의 한 축이다. 현대차는 지난해 7월 말 일본 내 최초 현대차 직영 거점인 CXC 요코하마를 개관했다. 약 2431㎡ 부지에 구매 상담부터 출고, 정비까지 원스톱 고객 서비스가 가능한 2층 규모의 시설을 구축했다.

고객이 새 차를 만나는 첫 순간을 기억하도록 차량 인도 세레머니 공간을 구축했다. 차량 수리가 이뤄지는 공간에는 투명 유리를 설치해 밖에서도 수리 과정을 볼 수 있게 했다.

아이오닉5 등에 적용된 픽셀 디자인을 모티브로 한 캐릭터도 만들었다. 캐릭터와 애니메이션을 좋아하는 일본 고객들을 사로잡기 위해서다. 아이오닉5, 넥쏘 이름을 딴 커피와 쿠키도 있다. 일상에서 고객들이 자연스럽게 현대차에 스며들게 하겠다는 전략을 구체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현대차는 일본 내 추가적인 CXC 개소도 검토 중이다. 조 법인장은 “현 CXC가 관동에 있으니 다음 CXC는 관서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고객군을 보면서 여러 지역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요코하마=김지윤 기자

jiyu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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