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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기침체·정책 딜레마’ 국감서 나온 한은 고민…이창용 총재 ‘말말말’
침체 인정하면서도 1.4% 성장 기조 판단
가계부채 안잡히면 금리 인상 고려 언급하기도
물가 불확실성에 고금리 유지…“미국과 독립적이지 않아”
[연합]

[헤럴드경제=문혜현 기자] 한국은행이 금융통화위원회 이후 개최된 국회 국정감사에서 이스라엘·하마스 사태에 따른 불확실성 확대와 고금리 장기화, 가계부채 문제에 대한 솔직한 고민을 털어놔 관심이 몰린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 23일과 27일 진행된 국감에서 기재위원들의 질문 세례를 받았다. 올해 국정감사는 한은 금통위가 여섯 차례 연속 기준금리 동결을 결정한 뒤 열렸다.

이번 국감에선 특히 향후 경제 전망과 가계부채 해소 방안에 대한 질문이 주를 이뤘다. 정부가 올해 ‘상저하고’를 전망했지만 회복세가 더딘 상황에서 전쟁 여파로 원/달러 환율이 급등하는 등 우리 경제에 드리운 먹구름이 짙어졌기 때문이다. 설상가상으로 미국 고금리 장기화 가능성에 대출 금리가 뛰면서 서민경제 부담도 커진 상황이다.

이에 이 총재는 우리나라가 경기침체 국면으로 접어들었음을 일부 인정하고 가계부채 문제와 관련한 입장을 밝혔다. 향후 기준금리 전망에 대해선 물가 상황이 답답한 데다 미국으로부터 독립적이지 않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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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상황 : “경기 침체기 맞지만, 1.4% 성장으로 가고 있다”

이 총재는 이번 국감에서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1.4%)가 잠재성장률보다 낮다는 지적에 “잠재 성장률이 낮기 때문에 경기 침체기인 것은 맞다”고 말했다.

또 이 총재는 수출보다 수입이 더 크게 줄어든 ‘불황형 흑자’라는 것에 동의하느냐는 질문엔 “올해 초에는 7, 8월이면 반도체 경기가 회복될 것으로 예상했지만 10월 들어서야 회복세를 보이는 등 지연된 측면이 있다”면서 “11월에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수정할지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1.4% 목표 달성이 어려워 보인다’는 우려에 이 총재는 “올 3분기 0.6% 성장해 지금까지 기조는 (연간 성장률) 1.4%로 가고 있다”며 “대외요인이 어떻게 변화하는지에 따라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한은은 올해 3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성장률(속보치)이 전분기 대비 0.6%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우리 경제의 두 기둥인 수출과 소비가 회복세를 보이면서 3분기 연속 플러스 성장을 이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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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부채 : “통화정책으로 집값 못 막아…안잡히면 금리인상 고려”

최근 급증한 가계부채 문제에 대한 비판도 이어졌다. 한은이 기준금리를 3%포인트나 인상했지만, 부동산 연착륙을 위한 정부의 대책으로 가계부채는 오히려 불어났다는 지적이다.

이 총재는 향후 부동산 전망과 관련한 질문에 “저는 서울의 일부 집값이 올라가는 것을 제가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통화정책으로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데, 그로 인해 가계부채가 늘어나는 것은 저희가 최선을 다해 막겠다”며 “저희가 부동산 가격 자체를 보는 것이 아니라, 그로 인해 가계부채가 늘어나서 커질 것을 걱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영끌·빚투족을 향한 경고도 이어졌다. 이 총재는 “저희가 금리를 여섯 차례 정지시키고 올리지 않은 상황에서 ‘이제 금리가 곧 내려가겠구나’ 생각해서 다시 집에 투자하는 사람이 늘어난 것은 사실”이라며 “능력이 없으면 고금리가 상당히 유지될 때 갖고 올 수 있는 여러 부작용을 고려해 투자하라고 계속 강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한은의 기준금리 동결로 가계부채가 늘었다는 지적에 이 총재는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을 내비치기도 했다. 그는 “가계부채가 잡히지 않을 경우 금리 인상을 고려할 수 밖에 없다”면서도 “다만 이에 따른 금융시장 안정 문제를 생각해야 한다. 소비자물가 상승률도 한 때 2.3%까지 하락했기 때문에 기준금리를 동결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물가·금리 : “답답한 상황…美 독립적이지 않아 정책 딜레마”

한은은 국감장에서도 물가 경로의 불확실성이 커진 만큼 고금리 기조를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중동 사태로 물가 상황을 예측하기 더 어려워졌고, 미국의 고금리 장기화 가능성에 따라 시장 금리도 뛰었다.

이 총재는 향후 물가 상황과 관련해 “이게 좀 답답한 상황이 돼 버린 것”이라며 “지금 현재처럼 석유가가 다시 안정되면 저희는 내년에 3% 밑으로 내려갈 것으로 보고 있는데, 이스라엘·하마스 사태에 따라서 유가가 크게 변동하면 어느 쪽으로 갈지 자신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 미국의 금리 인상 가능성에 채권 가격이 뛰고, 국내 대출금리도 오르고 있다. 이를 두고 한은 통화정책 유효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에 이 총재는 “환율을 좀 자유롭게 놔두면 금리 정책은 조금 더 독립적이라고 생각하는데 지금 그 정도가 저희가 생각한 것보다 훨씬 독립적이지 않은 것 같아서 계속 고민 중”이라고 짚었다.

그는 “지금의 미국 금리 상승 기조가 일시적인지 아니면 장기적으로 갈지부터 파악해야 될 것 같다”며 “일시적이라고 하면 관리하는 수준에서 머물러야 될 것 같지만 장기적이라고 하면 한은에 많은 정책 딜레마를 주고 있기 때문에 좀 더 연구를 해 봐야 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moon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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